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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Nov 16. 2016

국회의원을 발가벗기다... 정청래의 '정의로운 복수'

                          

※ 3단계의 점층적 형식으로 선보이는 '프리즘 인터뷰'입니다. 삼각형의 틀을 통해 빛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프리즘처럼 작가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 기자 말

[프리즘①] 정청래의 말, 말, 말


- "유독 친노만 문제가 되는 건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그래요. 나쁘고 좋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영향력 크기에 따라서 낙인 찍기를 하는 거거든요. 비합리적, 비이성적 주술 수준이에요."

- "나를 컷오프 한 것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요. 사라진 지 오래예요. 좀 더 올바른 정치, 정의로운 정치, 올바른 국회의원의 모습을 세우는 것이 정의로운 복수라고 생각했어요."

- "낮은 곳으로 임하면, 다시 땅을 딛고 일어나는 동력이 생겨요. 가장 밑바닥에서 고통받고 싸우는 사람들이 제 멘토인 거예요. 그래서 저는 멘토가 굉장히 많아요. 멘토부자예요.(웃음)"

[프리즘②] 유권자 노릇, 잘 하고 있습니까?

▷ 정청래는 누구? : 17대, 19대 국회의원. 올해 4월 20대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컷오프' 당하며 링 위에 올라가지 못했다. 무소속 출마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자신처럼 컷오프 당한 사람들로 '더컸유세단'을 만들어 같은 당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지금은 참 속없게도, 자기 지역구를 승계(?)한 손혜원 국회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회의원' 신분의 그를 만나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사인을 하며 스스로 "얼짱 정청래"라 적었다. 이번에 받은 사인에 적힌 문구는 "이 시대 참저술인 정청래". 이런 캐릭터, 뭐라고 소개해야 하나.

▷ 어떤 책을 냈나 : 정청래가 말했다. "떨어진 국회의원이 누가 책을 내요?" 그러게 말이다. 보통 정치인들은 선거를 몇 달 앞두고, 표지에 자기 얼굴을 큼지막하게 박아서 별 읽을 것도 없는 책을 낸다.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푸른숲/ 2016년)은 그렇게 출생(?)부터 좀 다르다. 현직 국회의원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은 책. 국회의원들을 꼼짝 못하게 할 약점과 숨겨진 '비밀'들을 속속들이 국민들에게 공개했다. 할 말은 하는 성격 탓에 '당대포'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그 아닌가. 시원하게 까발렸다. 그는 "유권자 노릇을 잘 하기 위해 비판자의 자격을 갖추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 인터뷰 뒷이야기 : 5월 30일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고 민간인(?)으로 돌아오자마자 한 달을 앓았다고 한다. 마치 링에서 치고 받고 싸운 권투선수가 링에서 내려오고 나서야 통증을 느끼듯이. 10월 24일 서울 서교동 손혜원 국회의원 후원회 사무실에 만난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찰 물대포에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에서 밤을 새우고 왔단다.(인터뷰 당시는 부검 여부를 두고 경찰과 시민들이 날 선 대치를 할 때다)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되자 다시 에너지가 차차 올라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여의도를 떠났지만 아직 그의 링은 어디에나 있었다.

[프리즘③] 일문일답 들여다보기

Q 언제 어떤 계기로 집필을 시작하셨는지, 그 얘기부터 듣고 싶습니다.

총선 끝나고 원래는 '말하기 특강'이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갑자기 ‘그것보다는 국회의 뒷모습을 있는 그대로 쓰면 좋겠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벙커'에서 강좌를 해봤어요.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그걸 바탕으로 체계화해서 책으로 내보자 한 거죠. 7월 1일부터 쓰기 시작해서 매일 (200자 원고지 기준) 60매씩 19일 연속으로 쓰고 마감했어요.

Q 타이거 마스크라는 마술사가 있습니다. 마술의 비밀을 대중에게 공개해 동료 마술사들에게 협박을 당했다던. <국회의원 사용법>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현직 동료 의원들이나 관계자(?) 분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이런 걸 다 알려주면 어떡해!" 하는 분은 없었습니까?

타이거 마스크 같다는 반응은 처음이네요. 그렇게 얘기해주는 걸 보니까 책을 못 쓰진 않았나 보네요.(웃음) 많은 기자들이 연락이 왔어요. 유익하고 뼈아팠다는 얘기들을 해주더라고요. 책에 '언론감별법'이라는 내용도 있잖아요. 의외로 착한(?) 기자들이 자기들도 보면서 반성을 했다고 얘기해주더라고요. 전직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고, 특히 책에서 칭찬받은 국회의원들이 참 좋아했어요.(웃음) 실명을 다 밝혔잖아요. 좋아하시더라고.

Q 책에서, 나쁜 국회의원 유형을 11가지로 정리해주셨습니다. 읽으면서 속이 아주 시원했는데요, 그중에서 제일 나쁜 국회의원은 어떤 유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 안 하면서 갑질만 하는 국회의원이죠. '권위주의 갑질형'. 그게 제일 나쁜 유형이고, 두 번째 나쁜 유형은 의정 활동이 아니라 당선만이 목표인 국회의원이에요. '직업형' 국회의원. 세 번째는 여의도(국회)에서도 지역구에서도 존재감이 없는, 있으나마나 한 국회의원이죠. 물론 더 나쁜 국회의원은 돈 먹고 감옥 가고 그런 국회의원들인데,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대세는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장(지자체장)이 잘못 하면 주민소환 하는 것처럼 국회의원들도 국민소환 할 수 있어야 돼요. 17대 국회 때도 국민소환제 도입 시도가 있었는데 무산됐어요. 국회의원들은 괴롭겠지만 국민들한테는 이로운 일이니까, 시도해볼 때가 된 것 같아요.

Q 책에서 '계파' 이야기 가운데 제가 밑줄 친 부분이 있습니다. "'친노'는 지독한 악성 프레임의 표본." 어떤 뜻인가요?

왜 친노만 계파냐고요. 친안철수, 친박지원, 친김무성, 친유승민 다 있어요. 그런데 왜 유독 친노가 문제가 되냐고요.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그래요. 나쁘고 좋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영향력 크기에 따라서 낙인 찍기를 하는 거거든요. 친노가 커질수록 친노가 아닌 쪽에서는 자기 파이가 작아지니까, 악성 프레임으로 주술을 외우는 거예요. 비합리적, 비이성적 주술 수준인데, 그걸 조중동이 받치고 있으니까 깨기 어려운 거예요.

조중동의 프레임은 이래요. 이른바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보통 진보개혁세력이에요. 진보개혁을 대놓고 나쁘다고 하는 건 좀 어렵잖아요. 그럴 때 진보개혁세력 전체를 친노라는 것으로, 노무현 지지자라는 것으로 범위를 좁혀버리고 공격하는 거예요. 거기에 세뇌당하는 거죠. 지금은 엄밀히 따지면 친노와 친박의 싸움이에요. 친노무현과 친박정희. 진영 대 진영의 싸움은 그래요.

Q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책에는 언론에 대한 비판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오늘도 여야는 첨예한 공방을 어쩌고저쩌고' 하는 식의 보도행태. 이유나 배경은 거두절미하고 '정쟁'만 부각해서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언론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언론이 권력의 '제4부'로서, 입법부-행정부-사법부 3부의 위에 서고 싶은 거예요. 국회를 칭찬하면 언론의 영향력이 작아져요. 언론 입장에서는 국회가 국민들의 신뢰를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되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 언론 지형은 보수언론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잖아요. 국회가 자꾸 칭찬받으면 진보개혁세력 쪽에 유리해져요. 정치 혐오와 정치 냉소를 조장해야 투표율이 떨어지고, 보수언론이 자기네들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가 있죠.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선출 권력인 입법부의 영향력이 낮아진다는 의미이거든요. 두들겨 패기 좋죠.

Q 제가 이렇게 부록이 두꺼운 책은 처음 봤습니다.(웃음) 60페이지, 전체의 4분의 1 정도 되더라고요. 부록 제목이 '대통령 선거 이기는 법'이라 안 읽어볼 수도 없었는데요, 너무 기니까 '세 줄 요약' 좀 해주시길 바랍니다.

처음에는 부록으로 안 하고 하나의 챕터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다른 챕터들과 성격이 조금 달라서 편집부의 의견에 따라 부록으로 했죠. 저는 이게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데.(웃음) 세 줄로 요약하자면, 첫 번째는 대동단결. 사심은 버리고 정권교체 목표만으로 대동단결 하라는 거죠. 사심으로 대의를 망치지 말자는 거. 두 번째는 대통령 후보는 후보대로, 당대표는 대표대로, 지역위원장은 지역위원장대로, 당원은 당원대로 자기 포지션에 충실하자는 거죠. 세 번째는 SNS로 정권교체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것. 이렇게 요약될 수 있겠네요.

Q SNS 말씀이 나와서 이 질문을 한번 드려봐야겠습니다. 책에도 SNS를 활용한 소통을 강조하는 대목이 여럿 보입니다. SNS가 왜 중요한지, SNS 운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SNS에 충실하자는 말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충실하자는 말이 아니고, 국민과 소통 잘하자는 말이에요. 저보고 'SNS에 강한 정치인'이래요. '국민에 강한 정치인'이라고는 왜 얘기 안 해요? 그 SNS를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국민이에요. 로봇이 쓰는 게 아니거든! 그런데 SNS와 국민을 분리하려고 해요. 폄하하는 거예요. 전 세계에서 SNS 영향력이 가장 큰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오바마 대통령이에요. SNS는 도구인 거고, 그걸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거예요. 인터넷, SNS에서 노는 국민들은 국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그 생각부터 뜯어고쳐야 돼요.

SNS에서 제일 조심할 것은 음주트윗이고요. 음주트윗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해요.(웃음) 어떻게 하면 SNS를 잘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잘하려고 하면 못한다. 있는 그대로."가 제 대답이에요. 또 하나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마라'. 잘못했는데 국민들이 욕 안 하면 이상한 거지. 그런데 그게 두려워서 SNS를 못한대요. 물고기는 물에서 놀아야 하고, 정치인은 대중 속에서 놀아야 해요. 칭찬받을 때도 있고 실수할 때도 있는 거죠. 악플 하나 겁내기 시작하면 영원히 못해요.

SNS에 있는 사람들은 제 보이지 않는 보좌관들이거든요. 지식과 정보의 조각조각을 굉장히 많이 전해줘요. 제 아이디어들, 저 혼자 생각했겠어요? 다 SNS 보좌관들 사이에서 건져낸 거죠. 그걸 가지고 제가 글을 올리고, 이슈의 바로미터를 잡는 거예요.

Q 책 속의 '국회의원 길들이기' 부분은 한 편의 호소문처럼 읽혔습니다. 국민을 위해 싸우는 국회의원이 있거든 적극적으로 응원을 좀 해달라는 호소. 국회의원 임기 동안 당의 공격수, '당대포'로 살면서 혹시 외로우셨나요?

외롭진 않았어요. 그런데 당 밖에서는 박수를 받고, 당 안에서는 외면받는 처지였어요. 그래서 국민들이 당 안으로까지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의미였어요. '박수를 더 크게 쳐달라.' 축구 할 때도 관중들이 응원을 해주면 죽을 둥 살 둥 뛰게 되잖아요. 특히 공격수들이 골을 넣고 세레모니를 하는데 다른 선수들이 아무도 안 붙어요. 혼자만 좋아해요. 당 안에서는 이런 꼴이 너무 많은 거예요. 골을 넣었을 때는 다 가만히 있다가, 슛을 한번 놓치면 꼬투리를 잡아요. 그건 잘못된 거죠.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국회의원을 발가벗기다... 정청래의 ‘정의로운 복수’]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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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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