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신중하게 선택하라

- 17장 길들이기

by 북다이제스터



우리는 정말 자신이 이룬 성과를 누릴 자격이 있을까요? 아니면 인간은 운명을 통제할 수 없으며, 성공과 실패는 운명의 장난이나 순간의 선택이 빚어낸 예상 밖의 결과에 불과할까요? 경제학자 김현철(1977~ )은 이렇게 말합니다. “개인의 소득은 태어난 나라가 50퍼센트 이상 결정합니다. 유전적인 요인, 즉 부모에게 물려받은 DNA가 소득에 30퍼센트 영향을 미칩니다. 집중력조차 유전과 양육 환경의 산물입니다. 순수한 개인 능력이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내게 주어진 보상은 자유의지나 노력 때문이 아니라, 거의 전적으로 행운 덕분입니다. 운명의 우연성을 제대로 인식할 때, 비로소 겸손이 시작됩니다. 신의 은총인지, 우연히 이렇게 태어난 덕분인지, 운명의 장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지금 여기 이렇게 있습니다. 이런 겸손이야말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냉혹한 성공주의와 능력주의를 넘어설 수 있게 합니다. 그것은 자유의지의 폭정에서 벗어나, 더 관대하고 포용적인 공동체로 나아가는 문을 엽니다.


미국인은 성공이 개인 노력과 근면에 달렸다고 믿으며, 이에 따라 아메리칸드림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확신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운보다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고 믿는 미국인은,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보다 열 배나 많습니다. 반면 유럽에서는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두 배도 넘지 않습니다. 독일인의 4분 3 이상은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두어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미국인은 7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많은 미국 백인은 복지를 ‘자신이 힘들게 벌어서 낸 세금을 능력 없는 흑인들에게 빼앗기는 것’이라 여기며, 이를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유럽인은 인생을 제비뽑기 같은 운으로 보고, 부자가 큰 재산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성공 역시 개인 의지나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우연한 횡재나 사회적인 조건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본래 불공평하다고 믿는 만큼, 이 불평등을 바로잡으려면 높은 세율과 소득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실례로, 몇 년 전 핀란드의 어느 야당은 국민 세금을 대폭 낮추겠다는 공약으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핀란드인은 이런 정책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 우려해 그들에게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신보다 덜 가진 이들을 배려하는 게 공평하며, 그런 배려가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바로 이러한 공동체 가치가 오늘날 핀란드 사회를 움직이는 힘입니다.


노르웨이는 소득 격차가 크지 않는 나라라, 매년 10월 1일 자정이 되면 모든 국민의 연간 소득과 자산이 공개됩니다. 이름과 출생 연도, 우편번호, 순자산, 순소득, 부과 세액까지 포함되며, 누구나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이웃이나 친구가 얼마나 버는지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남의 자산이나 납세 정보를 보려고 몰려들다 보니, ‘세금 포르노’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이러한 투명성은 사회 신뢰를 높이고 평등 의식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노르웨이는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입니다. 장애인이나 실업자도 복지 혜택을 당당히 누릴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시장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 없는 사람이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능력자’로 낙인찍혀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모든 시민은 동등한 권리와 존엄을 보장받아야 하며, 생계와 복지는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덕분에,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됩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등 유럽에서 소득 분배와 기회 평등이 중시되는 이유는 봉건 시대의 유산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당시 성공은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를 얼마나 잘 두었는지에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역사적인 배경이 오늘날 평등과 공정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의 서로 다른 믿음은 현실에서 뚜렷한 차이를 낳습니다. 미국의 일인당 국민 소득은 스웨덴보다 약 20퍼센트 높지만, 스웨덴의 저소득층 노동자는 미국의 저소득층 노동자보다 평균 60퍼센트 더 많은 소득을 벌어들입니다. 경제적인 이동성도 미국이 더 낮습니다. 미국에서 소득 하위 20퍼센트에 속한 아이가 부모와 같은 계층에 머물 확률은 42퍼센트입니다. 반면 스웨덴은 25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미국에서 근면과 의지로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는 일은 거의 환상에 가깝습니다. 경제학자 리처드 리브스(1969~ )의 말처럼 “부모를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조언은 미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미국의 빈부 격차는 노예 노동에 기반했던 고대 로마보다 더 심각합니다. 미국인들은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며, 파산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파산 신청자는 암 환자보다 많고, 심지어 이혼보다도 흔합니다. 유아 사망률과 아동 빈곤율 역시 높습니다. 의료 서비스는 위기에 놓여 있고, 의료 기반 시설도 붕괴 직전입니다. 미국 의학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환자 69만 명이 의료 과실로 피해를 입으며, 그중 4만 4천 명이 사망합니다. 의료 과실은 미국에서 여덟 번째로 흔한 사망 원인으로, 유방암이나 에이즈, 오토바이 사고보다 더 많습니다. 이를 항공 사고로 환산하면, 만석인 747 여객기가 사흘마다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미국의 수감자 비율 역시 세계 최고입니다. 범산복합체(prison-industrial complex, 교도소 민영화로 형성된 사법기관과 민간 기업 간의 이익공동체) 때문에 경찰과 검찰은 체포와 구속 기소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미국 재소자는 전 세계 재소자의 22퍼센트를 차지하며, 매년 1천만 건이 넘는 수감이 이루어집니다. 전체 재소자 규모는 미국 15개 주의 인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고, 미국 성인의 절반은 가족 중 최소 한 명이 수감된 경험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미국은 총기 사고와 정신 질환, 실업, 비만, 영양실조, 십대 임신, 불법 약물 복용, 경제 불안정 등 사회 문제가 유럽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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