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노예 6

잔혹동화

by 김케빈

베짱이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중얼거렸다. 그는 분명히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보이게 살았다. 외제차를 타고 다녔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불안했다. 회사를 좋은 곳을 들어가고, 많은 일을 하면서 그는 깨달았다.


'안 돼. 회사에서 오래 일하면 일할수록, 내가 탱자탱자 놀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거야. 그러니까 능력을 기르자. 실컷 놀자. 미친듯이 놀아제껴서 남들이 끙끙대고 월급에 목매고 있을 때 딴 짓을 열심히 하자. 그래서 적게 일하고 많이 노는 삶, 일 하고 돈 벌면서 노는 삶을 실현하는 거야.!'


베짱이는 그렇게 생각했고, 실천에 옮겼다. 일하는 건 그에게 있어서 죽기보다 싫었다. 그래서 실력을 길렀다. 귀찮고 싫은 일들을 처음에는 빨리빨리 처리해버리는 방법을 익혔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미친듯이 매달렸다.


놀거 다 놀랴, 자기계발 할 거 하랴. 겉으로는 미친놈처럼 회사에서 다녔지만, 회사 밖을 벗어나서, 베짱이는 주변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살았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일상을 올렸다. 매일매일이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베짱이는 더욱 편안하고 대담하게, 재미있게,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남들이 온갖 빚에 시달리고 과중한 생활비에 허덕이면서 살 때 좋은 집과 차를 사고, 명품을 차고 위선을 부릴 때, 그는 그 모든 것들을 빌려서 썼다.


그렇게 자랑하는 회사 동료들이나 친구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좋은 식당이던, 데이트 장소건, 정보건...무엇이던 제공을 해 주었다.


그리고 남은 돈은 돈을 벌 수 있는 투자, 사업 등에 넣었다. 100의 월급을 받았으면 70 가량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들어갔다. 그로인한 괴로움은 음악을 하면서 책을 쓰면서, 운동을 하면서, 때때로는 여행을 하면서 해결했다.


그는 남들이 가는 것 같은 TV에 나오는 멋진 여행지는 잘 가지 않았다. 그런 곳에 가면 으레 그렇듯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각박한 인심이 지배하는 세상인지라, 베짱이는 다른 친구들이 인생을 탕진하고 있을 때 하루라도 빨리 놀기위해 고군분투했다.


동물그룹의 회장이었던 호랑이 회장 역시, 자신이 기능이 좋은 말로 알고 능력을 뽑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베짱이는 동물전자의 사우론 사장이나, 사루만 상사에게도 인정을 받았지만, 그것이 인간적인 인정이 아니라, 그냥 능력 좋은 도구를 보는 시선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에, 미친놈처럼 지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외로운 걸까.'


아쉬운 점이라면 그에게는 연인이 없었다. 잘나가는 회사였기에, 그 회사를 보고 빨리 결혼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뤄나가고 있는 부부들도 있었고, 소개팅을 나갔다가, 차였다가를 반복하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베짱이에게 느껴진 건, 그런 가정을 만드는 건 다 사치처럼 느껴졌다. 가정을 만드는 것 자체가 족쇄처럼 느껴졌다. 외로움, 고독함 속에 살았었던 베짱이는 가족을 통한 정이 절실했지만, 그 무게가 싫었다.


어떻게 하면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사는지 체득했지만, 항상 외로움과 고독에 시달렸다.

소개팅을 갔을 때, 베짱이는 소개팅을 나온 베짱이 여자에게 대뜸 그렇게 말했다.


'원룸으로 월세살겁니다. 차는 경차 몰고 다닐 거고요. 그렇게 해서 부자로 살 겁니다. 집이랑 차에는 투자 안 할 겁니다. 10년은 부족하게 살아야겠지만, 나중에는 그렇게 살지 않고, 진짜 베짱이답게, 놀면서 살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거지처럼 사는 거, 하실 수 있으시면 사귀시겠습니까? 저는 직업도 그리 좋지도 않습니다.'


그는 직업도, 수입도 속였다. 나중에 그의 직업과 수익을 알아본 베짱이 여자가 연락을 해 왔지만, 그는 알은 채도 하지 않았다.


회사, 자본주의, 조직생활...그를 힘들게 했던 굴레가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것에서 다 벗어나고 나니까 마치 그동안의 삶이 꿈처럼,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이 곳에서 주식투자, 사업, 부동산 등...그런 수 많은 것들을 공부했다. 쉬는 날에도 집에 있는 날들은 별로 없었다.


"에잇. 모르겠다. 그냥 쉬자. 당분간은 푹..."


베짱이는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렇게 큰 집은 아니었다. 열 평 남짓한 규칙적으로 어질러져 있는 원룸이었다.

서른 여덟살이 된 베짱이었지만, 그런 원룸이 더없이 편안했다. 이제 원룸보다는 좀 좋은, 오피스텔로 이사를 간다.


남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모으고, 불렸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거르고 입을 꾹 닫고 부자가 되는 길만 오느라 외로웠다.


이제는 여행을 가는 걸, 남들이 가는 좋은 여행지를 가는 걸 억지로 막고,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30억, 집이 전재산인 다른 회사 동기나 친구들에 비해서는 열 배가 넘는 큰 돈이다.


"여행이나 좀 오래 가 볼까. 이사하기 전에?"


베짱이는 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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