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노예 5

잔혹동화

by 김케빈

"엇. 베짱이? 너는 여기 왜 오는 거야?"


"방금 잘렸어."


"너가 왜 잘려?"


"호랑이랑 한 판 했거든. 그 잘나신 회장님이 나 짜르라고 하더라. 고용할 때는 팩트 날리는 게 좋아서 좋아라 하면서 말 들어놓고서는, 자기 권력이 줄어드니까 걍 내쳐버리네. 하하."


베짱이는 키득거리면서 아까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야. 저 새끼 잘라! 해고하라고!"


동물그룹의 회장, 호랑이가 얼굴이 시뻘개져서 베짱이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회장님. 제가 분석한 게 틀렸습니까? 이런 구조로 사람을 자르고, 조직을 바꾸고, 하지 않으면 회사 망합니다. 지금이 아무리 거대한 제국이라도, 이렇게 유연한 구조로 안바꾸면 중국한테 따라잡힙니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 전대 회장님이 총력을 기울이셨고, 지금의 회사 조직 구조를 만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허튼 소리! 이렇게 바꾸면 중앙집권이 가능하리라고 보는가? 아무리 조직구조 전권대행이라고 해도 이건 안 돼!"


"회장님의 친족들이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부서에 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람들 다 자르고, 다른 사람으로 바꿔야 합니다. 곰 부장이나 비버 차장의 경우, 자르는 게 아니라 수동적으로, 유지보수에 특화된 쪽에 넣어야 조직이 제대로 돌아갑니다."


"꺼져! 내 할아버지 대부터 이뤄온 방식이 중앙집권 경영이었고, 우리 동물그룹, 그중에서도 동물전자는 막강한 돌파력과 문제해결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왔어."


옆에서는 사우론 동물전자 CEO와 사루만 상무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게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안 된다고 말리지 않았나....?"


사루만 상무가 핀잔을 주듯이 말했다. 베짱이는 으쓱 하면서 말했다.


"뭐. 제가 막장으로 면접보고 입사했다고는 하지만, 공언한대로 회사를 하루라도 빨리 때려치는 게 목표라고 할 때부터 준비는 열심히 해놔서 나가라고 하면 뭐, 바이바이, 하는 거죠."



"...뭐. 그래서 이렇게 됬습니다."


"어휴. 자네같은 미친놈은 회사생활 하면서 자네가 처음이야."


"또라이가 어떻게 회사에 오래 있겠습니까? 또라이는 조직에서 존버 잘 못합니다. 깽판은 잘 치고 팩폭은 잘 날리면 모를까나."


베짱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귀를 후비면서 말했다.


"11년동안 노후준비를 포함해서, 다 해놨으니 인수인계 포함해서 120일동안은 그냥 띵가띵가 베짱이답게 월급 좀 훔치면서, 몸도, 마음도 편하게 지낼랍니다. 아오. 회장이 늙더니 통찰력이 다 썩었나, 당신네들은 왜 자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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