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노예 4

잔혹동화

by 김케빈

곰은 다음 날부터 퇴직을 위해서 회사 내에 있는 퇴직 준비 센터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곰은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었다.

곰 뿐만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입사했거나, 좀 늦게 입사했지만, 결국에는 퇴사를 하는


그의 나이 38살, 회사에서 11년을 일했다.


작년에는 10년 근속 기념으로 회사에서 보내주는 여행도 다녀왔다.


나이는 38살이었지만, 마치 순식간에 58살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폭삭 늙어 있었다.


"어이. 곰 과장. 여기에서 만나네."


"엇. 비버 차장님. 차장님도..."


"그렇네. 나도 이제 갈 때가 됬지. 이때까지만 해도 잘 버텼는데, 새로 오는 젊은 피들을 어떻게 따라잡을 수가 없어. 부장도 못 달고서 차장으로써는 오래 버텼지. 자넨 참 안타깝군. 일은 못했어도, 열심히 하는 거 눈에 보였는데 말이야. 나야 나이먹으면서 한계라는 게 느껴져서 체념했지만 말이지..."


"차장님은 어떻게 지내실 생각이십니까?"


"글쎄...아내랑 같이 내려가서 농사를 지어볼 생각이야. 여기 도시에서 일하면서 항상 꿈꿔왔거든. 농촌에서 한적하게 농사나 지으면서 살고 싶다고. 아내는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어떻게 어떻게 설득을 해서 도시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 농지도 사 두고, 몇년 전부터 주말에 가서 농사도 지으면서, 그렇게 보내고 있네. 많이 모으지는 못했지만, 마흔 여섯에 6,7 억 정도 모으면 뭐...나쁘진 않지. 자네는 어떻게 할 거야?"


"모르겠습니다. 나이도 어디 가기도 좀 뭐하고, 여기에서 쭉 일했었지만, 뭐랄까, 딱히 갖춘 재능도 없어서 말이죠. 일만 하고 살았는데, 어떡하겠습니까. 카드값...생활비. 그런 게 다 막막합니다."


"자네도 뭣하면 농촌으로 내려오게. 인심이야 예전같지는 않지만, 도시의 편리함은 좀 못누리지만, 나름 괜찮을거야."


"그런가요...그런데 아내가 도시를 워낙 동경하기도 하고, 사실 자식들도 지금 고등학생이어서, 대학교 가려면 한참 중요한 시기라 참 힘드네요. 대학은 보낼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뭐, 잘 되겠지. 많은 사람이 회사에서 나와서 망했다고 하지만 꼭 자네가 그러리란 법도 없잖은가?"


"아...."


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간도 많이 남았고, 인수인계까지 하면 한 네 달 남았으니까 천천히 생각해보게."


비버 차장은 수업을 듣기 위해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곰은 복잡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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