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완전히 달라진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고, 감이 안 잡혔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금은 좋아졌다. 단계는 비슷하지만 하는 일이 달라진 것이다. 우선순위가 달라진 것이다.
전이라면,
회사를 다닐 때에는 회사 일을 제외하면, 책쓰는 일과 강의가 가장 비중이 높았다. 농업과 관련된 건 거의 뒷전이나 관심 밖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난 후 책쓰는 일에 올인을 했지만, 지쳐서 나가떨어졌고, 돈은 돈대로 까먹었다. 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
방황의 시기를 겪고, 관련 분야에서 일하려고 웹소설 편집자 지원도 해 보았고, 면접은 만족스럽게 봤지만, 면접을 본 후, 느껴지는 게 많아서 회사에서 일하는 대신 집안에서 하는 농업회사를 경영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관련 교육을 받는다거나, 그런 게 다 뜬구름 같은 이야기였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급하기도 했고, 일단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감도 안잡혔으니까.
그래서 약간의 운동, 글쓰기,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면서 보냈다. 정신줄을 완전히 놓지 않기 위해서 명상도 지속했다.
유튜브로는 세달 정도. 게임으로는 한 달 정도. 그러다가 내가 어디쯤 있는지 위치는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안심은 되었다.
이전에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면, 마치 나를 비웃듯 방해하는 요소가 덥썩 다가와, '야, 너가 하는 거 틀린 결정이니까, 하지 마' 라던가 '너 그거 하면 안 돼.' 식으로 붙잡을까 봐 어느 쪽으로도 갈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똑같이 방해 요소가 그런 식으로 붙잡을지언정, 내가 서 있는 위치가 그냥 밑도끝도 없는 무저갱, 절벽, 허공 혹은 내 앞에 수십억 명의 경쟁자가 늘어서 있고, 뒤에서 한명씩 비웃으면서 치고 치나가는, 그런 장면이 아니다.
그건, 망상 속의 장면들이다.
지금 보는 광경에는 나만 보인다. 그냥 나는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정의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하늘에 대고 물은 거 같다.
그러니까, 마치 기적처럼, 정리가 되었다.
이전에 작가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곳에, 농업법인 경영자 자리가 들어가고, 농업법인 경영자 자리였던 곳에 작가가 들어갔다.
여전히 나는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은 맞지만, 아무런 할일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일들이 정말 엄청난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일들은 아니다.
다만, 배워야 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먹고살기 위해 좀 보태서 해야 할 일 역시, 완벽한 하나를 구하려고 할 필요역시 없겠지.
미래에, 시간이 지나면, 이런 비전 중심보다, 현재가 중요한 법이니, 현재 내가 먹고살 수 있는 일을 어느정도 하면서, 마치 글을 쓰듯 겸직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