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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케빈 Nov 10. 2022

이상한 나라의 사업가


사업을 운영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삼일 째 되는 날,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곯아떨어졌었다. 

예전보다 건강이 안 좋아져서 체력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일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나는 직원보다는, 사장이 낫다고 생각한다.

사장이나, 상사의

앞뒤 안 맞는 이상한 소리나

'뭐하세요?' 같은 날선 말과, 감시

오가는 영양가 없는 말을 들으면서

그들의 장단에 맞춰주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위해

억지로 말을 꺼내는 것보다는

회사가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를 고민하고

밥을 먹을 때, 휴식을 위해서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게 훨씬 나을때도 많다.


출근시간은 정해져있어도, 퇴근 시간은 정해져있지만,

그거대로 가는 사람은 잘 없다.

워라밸 같은 거는 저 멀리 던져버릴만큼 일을 많이해도

대표이사라는 부담감에 은행에 앉아있으면 회장실이 마려운

그런 일을 겪어도

그래도 대표가 낫다.


직원이어서 좋았던 건 딱 하나,

막장기획을 늘어놓고, 막무가내로 실행하려 들면

'no' 라고 제지할 사람이 있어서

회사를 말아먹을 수도 있는 위험한 지경에 처할 걱정은

안 해도 됬었다는 거다.


(난 그래서 실제로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이후, 다니던 회사에서

평소에는 하지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마구 벌렸었다)


뒷목을 잡거나, 의사소통의 불통에

고구마를 삼키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거다.

대신, 해도해도 끝이 없는 일, 해결해도, 해결해도

또다시 나타나는 문제에, 한숨을 쉬었다가도

그런 어려움을 넘어섰을 때 웃을 수 있는, 그런 좋은 점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는 있다.


얼마 전 직원으로써, 회사에 다닐 때에 내가 가뻤던 건

내가 기획한 상품으로 하루만에

회사 한 주 매출의 1/3을 벌어들었을 때였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과 웃어도, 마음 깊이 기쁨 대신,

'욕을 안먹으려면 또 무슨 쇼를 해서 매출에 기여를 해야 할까.'

'이렇게 하면 한동안은 어떻게든 넘기겠지만...'

하는 암담한 마음은 항상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에 3일 정도를 아침 여덟시에 사무실에 나와서

저녁 여덟시에 퇴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산더미로 밀려있다.

하는 일,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머리에 다 기억을 할 수도 없고,

다른 일을 하던 와중에, 다른 사람이

이 일도 해달라고 한다, 저 일로 해달라고 한다.

혼자하는 사업이 아니라서 그렇다. 


겉핥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지만, 

4,5년 전쯤이었었나, 보드게임을 만드는 사업을 하고 싶어서

일주일 동안 기획하고, 2~3일정도 제작하고,

작품 박람 및 홍보회에 내가 만든 보드게임과, 카드를

들고 코엑스에 간 적이 있었다.

몇 번 테스트 플레이를 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잠재 고객들한테 받는데,

(산다는 사람도 2명정도 있어서, 연락처를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 때, 부담감에

하루만에 녹초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와서는

쓰러지듯이 잠들었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같이 일할 사람이 있다는 건

참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많은 않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좋은 일은 있다.

뭐, 좋은 일이 나쁜 일이랑 같이 오지만,

휴지통을 뒤지듯이 메일의 홍수를 뒤진 끝에

고객관리를 위한 서류를 작성을 완료를 하고 나니까...

무언가 찜찜했던 실수 하나가 잘 꾸며진 엑셀 표 안에 모습을 드러낸다.

잡았다!

하지만 날이 늦었기 때문에 당장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없으면, 고객과 직접 통화를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어느 새 밤이다. 겨울의 낮은 유독 짧고, 밤은 길다.

일년 전, 나는 작가로 지금 사무실에 와서 남들이 사업을 할 때

자리를 하나 맡아놓고 글을 쓰고 있었고,

지금은 그 사람들과 함께 사업을 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이랑 옆에서 일할때는 찾지 못하다가

혼자가 되고 나니까, 잡음이 전혀 끼지 않은 음악을 듣는것처럼

고요와 정적이 지배하니까, 일이 잘 된다.

새벽과 아침, 저녁에, 적막이 함께할 때

일이 잘 되고, 낮에는 흐리멍덩한 상태인 나는

대체 뭘까.

1차 전직이 작가인 사업가라서 그런 걸까?

전자세금계산서를 끊을 일이 있어서

홈텍스에 들어가서 수기로 끊었다.

사이트에 전자계산서 끊는 법을 찾아보니까,

공인인증서로 접속해서, 긁어오는 것만 나온다.

하지만 들어가는 메뉴는 비슷했기 때문에

건별발행이었나, 직접 발행하는 창으로 들어가서

세금계산서를 입력했다.


적어본 적은 없지만, 낯설면서도 익숙한 모습이다.

그냥 무작정 금액을 입력하니까, 10%가 추가된 금액이 찍힌다.

부가세가 더해진 금액이 찍힌다.

그래서, 계산기를 두드려서 0빼기를 해야 하나, 하는 찰나에

옆에서 그런 회계처리에 익숙한 다른회사 대표가 간단한 방법을 알려준다.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전자세금계산서를 입력한다.

앞으로도, 수기로 직접 입력을 해야 하는 일이 많을까?

그건 모르겠다.


아마 회사의 홈페이지가 알려지고, 블로그를 통해

충분히 홍보가 되고 나면 - 사람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카드 결제를 많이 해서 자동으로 세금계산서가 찍힐 날도

오게 될 것이다.

내가 해 온 일들이 한 눈에 들어올 때

일을 열심히 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

안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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