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낸 만큼, 깊어진다

-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마음의 여행

by 북돌이

잘라낸다는 건

무언가를 잃는 일인 줄 알았다.


프레임 너머로 잘려나간 배경,

전부를 담지 못하는 한계.

그런 생각에 나는 늘 ‘전체’를 찍었다.


그런데 이 작은 책을 펼치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크롭’이라는 이름의 사진집.

낯선 골목과 조용한 해변,

그 안에 담긴 건 단지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이었다.


제주 바닷가에서 찍은 작은 조약돌,

도쿄 골목에서 켜진 불빛 하나.

그 사소한 장면이 전하는 감정은

전혀 사소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걸

나는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작가는 말했다.

“크롭은 줄이는 것이 아니라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누군가의 프레임 속에서 나는

처음 보는 세상을 여행하고 있었다.

잘라낸 만큼, 풍경은 더 가까이 다가왔고

감정은 더 깊어졌다.


제주에서 도쿄로,

조약돌에서 네온사인으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낯익은 장면도 낯설게 빛났다.


페이지 아래의 작은 지도,

추출된 다섯 개의 색.

한 장면에서 받은 인상이

이렇게나 구체적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사진은 기억이고,

기억은 감정이고,

감정은 결국 나를 향한 질문이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이 책은 그런 질문을

조용히 건네왔다.


잘라내는 일이

때론 더 많이 담는 일일 수도 있다면...


당신은 요즘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나요?

이전 07화PS2는 어떤 의미에선 시대의 공기와도 같은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