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를 읽는다는 것에 대하여

- 낮보다 밤이 더 선명해지는 순간

by 북돌이
ac2df614-12a7-4935-a54a-5ed24fca0d0d.png 공포라디오

누군가는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차가운 맥주를 찾지만


나는 종종

차가운 공포를 찾는다


라디오로 들을 땐 소리가 그림자를 만들고

책으로 읽을 땐 글자가 상상을 부풀린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귀로 들을 때는 '그때의 목소리'에 갇히지만

눈으로 읽으면 나만의 장면이 생겨난다


그 장면 속 인물들은

나와 닮아 있기도

내 주변 사람과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더 무섭다

현실의 피부를 부드럽게 스치듯

괴담이 들어와 버리니까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인지


『돌비공포라디오 더 레드』를 읽는 동안

나는 그 경계를 끊임없이 더듬었다


문을 열어 두었는데

들어온 건 바람이 아니라 그림자였을 때

심장이 콩콩 뛰던 그 순간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혹시 당신은

공포를 들을 때와 읽을 때

어느 쪽이 더 무섭게 느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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