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보다 밤이 더 선명해지는 순간
누군가는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차가운 맥주를 찾지만
나는 종종
차가운 공포를 찾는다
라디오로 들을 땐 소리가 그림자를 만들고
책으로 읽을 땐 글자가 상상을 부풀린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귀로 들을 때는 '그때의 목소리'에 갇히지만
눈으로 읽으면 나만의 장면이 생겨난다
그 장면 속 인물들은
나와 닮아 있기도
내 주변 사람과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더 무섭다
현실의 피부를 부드럽게 스치듯
괴담이 들어와 버리니까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인지
『돌비공포라디오 더 레드』를 읽는 동안
나는 그 경계를 끊임없이 더듬었다
문을 열어 두었는데
들어온 건 바람이 아니라 그림자였을 때
심장이 콩콩 뛰던 그 순간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혹시 당신은
공포를 들을 때와 읽을 때
어느 쪽이 더 무섭게 느껴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