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언어를 훈련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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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던 때가 있었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말로 사람을 웃기고, 설득하고, 위로했다.
나는 그저 속으로만 많은 말을 삼켰다.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들이 가슴속에 쌓이면서, 점점 글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강원국 작가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그래, 나는 글로 말하고 싶었던 거구나.’
그는 말한다. 말을 잘하려면 글로써 말을 준비하라고.
글을 잘 쓰려면 말을 많이 해보라고.
그 단순한 문장이, 나를 무겁게 짓누르던 두려움을 풀어줬다.
나는 늘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하루 종일 노트북만 바라보던 날이 많았다.
하지만 책에서 읽은 한 문장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첫 문장은 쓰기 전이 가장 두렵다. 그러니 무턱대고 쓰기 시작하라.”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멈추지 않았다.
말하듯 쓰기란 결국, 나에게 익숙한 리듬으로 글을 쓰는 일이다.
말할 때처럼 문장을 끊고, 숨을 쉬며, 머뭇거리고, 솔직해지는 일.
그 안에는 완벽한 문장보다 살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문장 속에서 나를 감추지 않기로 했다.
강원국 작가는 말과 글을 ‘한 몸’이라 했다.
이 문장은 나에게 묘한 위로였다.
나는 늘 말이 서툴렀고, 그래서 글에 기대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글은 결국 나의 말이다.
입으로 내지 못했던 말들이 글이 되어, 내 마음을 대신 표현해주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메모’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하루 세 개씩 메모하며 3년 동안 1700개의 기록을 쌓았다고 했다.
결국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나도 메모를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회사 회의 도중에도.
짧은 문장 하나라도 적어두면, 내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 메모들이 쌓여 내 글의 재료가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글쓰기는 영감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것을.
그는 또 말했다. “질문이 글을 낳는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만들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이 말을 누가 들어줬으면 좋을까?’
질문은 내 마음의 등불 같았다.
그 등불 아래에서 나는 조금씩 문장을 찾았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그는 AI 시대의 글쓰기에 대해 말한다.
인공지능이 대신 써주는 세상에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생각하는 것’이라고.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붙잡았다.
생각하지 않고 쓰는 글은 결국 남의 목소리를 빌린 말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요즘 더 느리게 쓴다.
조금 비효율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내 말이 자란다.
말하듯 쓰는 글은 겉으로 보기엔 쉽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시간, 쌓인 생각, 꾸밈없는 감정이 있다.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때, 비로소 ‘나의 말투’를 가진 글이 된다.
이제 나는 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글을 통해 나의 말을 길렀고,
그 말이 다시 나를 세상과 연결시켰다.
누군가는 글을 취미로 쓴다지만,
나에게 글은 ‘내 말을 회복하는 연습’이다.
책을 덮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글은 나를 닮아야 한다.’
내가 서툴면 글도 서툴고, 내가 솔직하면 글도 솔직해진다.
그 단순한 진실이 나를 계속 쓰게 만든다.
나는 오늘도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요즘, 어떤 말을 글로 쓰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