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하나가 취미가 되는 순간

- 잘 그리려는 마음이 시작을 늦출 때

by 북돌이

[도서 줄거리 요약]

그림에 자신이 없던 고등학생 에미가 동네 그림 교실 선생님을 만나

선 긋기부터 차근차근 배운다.


이야기는 만화처럼 전개되며 초보자가 기초와 실습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기초 편에서는 선과 모사, 입체감과 변형을 익히고 실전 편에서는

인체와 공간, 구도와 완성 과정을 다룬다.


저자는 독학으로 드로잉을 시작해 프로가 되기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계별 연습법을 제시한다.



잘 그리기 전에, 먼저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가끔 시작을 미루는 사람이다.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서.

망치기 싫어서.


그래서 취미는 늘 마음속에서만 커진다.

손은 가만히 있고, 마음만 바쁘다.


그런데 이 책은 말이 짧다.

선 하나부터.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도 나를 안심시킨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로 데려간다.



연필을 잡는 법부터 다시 배우는 건, 조금 민망한 일 같지만

사실은 가장 솔직한 시작이다.


선이 흔들리면 어때.

처음의 선은 원래 흔들린다.

그 흔들림이 내 손의 현재를 알려준다.



모사를 추천한다는 대목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 그리기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눈이 먼저 길러지는 연습이다.


보고, 다시 보고, 그 다음에 그린다.

그 과정이 쌓이면 손이 조금씩 덜 겁을 낸다.



조금 익숙해지면 욕심이 생긴다.

각도를 바꿔 보고

기억으로 그려 보고

막대 인간에 살을 붙여 본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된다.

나는 그림을 못 그린 게 아니라

그림 앞에서 너무 긴장했던 거구나.



인체와 공간은 여전히 어렵다.

그런데 어렵다는 건, 길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율을 잡고

축을 세우고

시점을 정해 보는 순간


평면이 조금씩 깊이를 갖는다.

종이 위에 숨 쉴 자리가 생긴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건 완성이다.

잘 그린 완성이 아니라

끝까지 데려간 완성.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다음 그림을 시작할 힘을 얻는다.



오늘은 종이를 펴고 선 하나만 그어도 좋겠다.

삐뚤어도 괜찮다.

그 선이 내일의 나를 덜 무겁게 만들 테니까.


여러분은 오늘, 어떤 선으로 시작해 보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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