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의 세계가 열리는 순간

- 눈으로 맛보고, 마음으로 끓이는 라멘

by 북돌이

[도서 줄거리 요약]

이것이 라멘!은 셰프 휴 아마노와

만화가 새라 비컨이 함께 만든 라멘 요리 그래픽노블이다.


시오, 쇼유, 미소, 돈코츠 등 라멘의 기본 분류와

개념을 그림으로 설명하고, 육수와 타레의 조합을

중심으로 구성 요소를 정리한다.


차슈, 멘마, 온센타마고 같은 토핑과

곁들임 레시피를 함께 소개하며,

면의 선택과 자가 제면 과정도 다룬다.


츠케멘, 마제소바, 야키소바 등 응용 메뉴까지

포함해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를 수록한다.


처음 라멘 가게 문을 열던 날을 떠올리면,

나는 메뉴판 앞에서 잠깐 멈칫했다.

익숙한 글자들인데도, 뜻이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시오와 쇼유, 미소와 돈코츠가

마치 다른 나라의 인사말처럼 느껴졌다.

아는 사람만 웃으며 들어가는 문이 있는 것 같아서,

괜히 젓가락을 먼저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라멘은 한 번만 먹고 끝나는 음식이 아니었다.

면을 들어 올릴 때의 무게, 국물 위로 뜨는 기름의 반짝임,

차슈의 결이 풀어지는 속도까지.


한 그릇 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 있어서,

다음에는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맛이 아니라 구조가 궁금해지는 순간이 온다.



이것이 라멘!을 펼치면 그 궁금증이 먼저 그림으로 도착한다.

사진처럼 정답을 박아 놓기보다, 손으로 그린 선들이 과정을 보여준다.


끓는 냄비 옆에서 시간이 어떻게 쌓이는지,

타레 한 스푼이 색과 향을 어떻게 바꾸는지.

페이지를 넘기는 일이 곧 주방을 걷는 일이 된다.


라멘은 단순한 국수가 아니라,

여러 겹의 약속을 포개어 만든 한 그릇이라는 걸 알게 된다.


육수는 바탕이 되고, 타레는 성격이 되고,

면은 리듬이 된다.

토핑은 장식이 아니라, 씹는 시간을 설계하는 작은 장치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라멘은 더 이상 빨리 먹고 끝낼 대상이 아니라,

천천히 읽어야 하는 문장이 된다.



나는 이 책이 레시피를 알려준다는 사실보다,

시선을 바꿔준다는 점이 좋았다.

그동안 한 번에 삼켜버리던 맛을, 나눠서 느끼게 해준다.


집에서 실제로 끓이지 않더라도,

과정이 머릿속에 한 번 지나가면 다음 한 그릇은 달라진다.

라멘집에서 김의 향을 맡는 순간,

아마도 나는 속으로 조용히 재료들을 호출하게 될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 좋아하는 방법은,

조금 더 이해해보려는 마음을 남겨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라오타의 끝이 만든다는 말은,

결국 사랑의 방향을 밖에서 안으로 옮기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사 먹는 기쁨에서, 만들어 보는 호기심으로.

그 사이에 우리가 놓치던 세계가 조용히 드러난다.


오늘 여러분은 어떤 음식 하나를,

맛보다가 멈춰 서서 구조까지 들여다보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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