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통계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 성적이 잘 나온 편이였으나, 수능에서 원하는 점수가 안나오자. 수학인듯 수학아닌듯한 과를 원했어서)통계학의 핵심이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일상속에서 저의 일부 모습, 또는 다른 사람의 일부 모습을 대충 보고,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 마냥 함부로 판단한 경험이 많습니다.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정말 어떤 것을 ‘주목’해야 할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그 결정이 옳다면 진실, #팩트에 가까운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팩트에 가까운 모습을 주목하게 된다면, 제 스스로의 #마음 또는 저와 교류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팩트와 마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둘다 정확히 보고 싶어요. 저는 키워드 두개면 저를 소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한달에 몇권 정도 읽으세요?
3 ~ 4권 정도 읽습니다. (부연은 나중에!)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대중교통이용시 나 공강시에 주로 시간을 내서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서모임시간을 활용합니다.
Q.책을 언제부터 읽게 되셨는지 이야기해주세요.
대학 입학 전에 제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열심히 살았지만 내면이 참 공허했어요. 외적인 모습(예를 들면, 공부)을 통해 제 스스로의 존재감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막상 대학을 입학하고 보니, 무언가 텅 빈 느낌. 제 실존에 대한 고민이 그 때 부터 시작되었어요. 그래서 첫학기가 참 어렵게 지나간 것 같아요. 이후 군에 입대하고, 군 생활이 너무 괴로웠고, 제 고통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어요. 마음 편히 이야기 할 사람도 없었고, 답답함이 극에 달했던 순간, “왜 살아야하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 군 생활을 어떻게 해야하지?”, “대학은 왜 다녀야 하지?”라는 고민에 답을 해 줄 수 있던 거의 유일한 수단이 제겐 독서였어요. 군대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고, 읽다보니 책이 저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 ‘청춘의 독서’가 처음으로 능동적으로 접하기 시작한 책들입니다. (어린 시절에 별 의미 없이 무슨 대학 추천 몇 백권 이런 거 읽은 것 뺴구요!) 이 책은 첫 시작이 군대의 이야기인데 그래서 더 와닿게 읽었던 것 같아요.
Q.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처음에 저의 독서는 '자아성장'을 위한 그저 편식적인 책을 많이 읽었어요. 군대에서만 300-400권을 읽었지만, 뭔가 관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를 고민하다가 외면, 내면, 환경이 불일치 되는 상황에서 왜곡을 바로 잡아야지 하면서 다시 읽었는데요. 나의 세상, 내가 인식하고 있는 세상과 실제 살아가는 세상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문장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내 생각에 책은 사람을 깨물고, 찌르는 것만 읽어야 되는 것 같아.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쳐서 우리를 깨우지 읽는다면 왜 책을 읽는 거지? 네가 말한대로 행복하기 위해 책을 읽는 걸까? 제발, 책이 없더라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책이 필요하면 우린 쓸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를 상처입게 하는 불행 같은,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 같은,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 같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숲으로 추방 당하는 것 같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같은, 그런 책이 필요해. 우리 안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위해 책은 도끼여야만 해. 나는 그렇게 믿어”
1904년 1월 27일,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쓴 카프카의 편지 중.
Q. 요즘 어떤 책 읽고 계세요?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독서모임 꾸리는 법’ 두 권을 동시에 읽고 있습니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을 읽으면서 많이 돌아봤어요. 사실 저도 군대 제대를 하고나서 독서모임을 많이 운영도 해보고, 참여도 해봤는데요. 하지만 모임은 6개월을 넘기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투게더리딩을 만나기 전에 10군데가 넘는 독서모임을 다녀봤는데요. 정말 많은 시도를 했지만 쉽지 않더라구요. 지금 충남대학교에서 '북세미나'라는 형식을 가지고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읽다보니 투게더리딩에서는 이 모든 것을 하고 계시더라구요. 정말 놀랐어요.
제가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데, 심리학을 전공하신 김겨울님이 제작하신 책 소개 영상들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이후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을 통해 영상 제작의 비하인드 이모저모를 더 깊게 만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대학에서 독서모임을 참여하거나, 리더가 되어 여러 활동들을 진행하는 시도를 해보면서 많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을 통해 독서모임의 핵심요소들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 소통에서 배려해야 할 것들, 모임 이벤트를 통해 모임에 재미를 주는 법 등등을 배울 수 있어, 제가 어떤 부분들이 부족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내가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과 그 책을 통해 더 깊게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책들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두 권 모두 유유 출판사의 책인데요. 투게더 리딩의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알게된, 알짜 배기 책이 가득한 독립출판사를 만나게 되어 너무 감사합니다. ^^
Q.평소 책은 어떤 방법으로 선정하여 보시나요?
좋은 책을 만나게 되면, 그 책을 쓴 작가가 쓴 다른 책들을 찾아봅니다. 그리고 출판사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서 이를 찾아서 읽어보곤 해요. 새로운 분야를 탐험할 때는 다른 방법을 씁니다. 특히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 관련 분야 서적을 볼 때 쓰는 방법인데요. 일상속에서 제 감정이나 마음과 관련된 문제를 만나거나, 제가 해야할 일에 관련된 호기심이 생겼을 때, 그것을 몇 개의 단어로 정리합니다. 그 단어들을 인터넷 서점 사이트 3곳에서, 검색창에 넣고 각각 판매량 100위까지의 도서들을 찾아보며 리스트를 만듭니다. 이후 작가가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지,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 찾아보구요.
근거가 있는 책들만으로 리스트로 다시 추리구요. 리스트의 책들 중 상위 30개 책의 목차들을 뽑아 공통점을 찾고, 그 공통적인 목차를 가장 잘 만족하는 책 5권 ~ 10권을 동시에 읽어봅니다. 처음보는 분야는 왜곡을 피할 방법이 없어서 동시에 읽으면 상호비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동시에 읽고 있어요. 읽으면서 지식을 착각하거나 편향하지 않으려고 검증을 하려고 노력하게되요. 혼자 알면 좋은데, 이야기하다보면 전해지고 이는 오해가 될 수도 있어서 조금 조심하는 편이예요.
Q.본인만의 독서법이 있으신가요?
같은 주제 또는 같은 분야에 속한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연결시키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끔 제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도 잘 알지는 못한다고 생각하여,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여러 교양서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접하려고 노력합니다. 또 책을 읽다가 겹치는 연구 결과가 여러 번 등장하거나, 같은 책에서 인용된 부분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 될 때, 원래의 출처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시간이 되면 원서내용을 찾아보려고도 합니다.
Q.나의 삶에 영향을 크게 준 책은?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라는 시집입니다. '박노해'라는 분의 작품을 모은 것인데요. 이 분의 시는 시인 본인의 삶과 같게 느껴집니다. 저는 힘들 때마다 이 시집을 펼쳐 보곤 합니다.
절망속에서 희망을 품고, 일상의 경험을 세계로 확장시키는 관점이 좋았습니다. 특히, 시집의 마지막에 위치한 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읽을 때마다 제가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현재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였습니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안데스산맥의 만년 설산
가장 높고 깊은 곳에 사는
께로족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희박한 공기는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
발길에 떨어지는 돌들이 아찔한 벼랑을 구르며
태초의 정적을 깨뜨리는 칠흑 같은 밤의 고원
어둠이 이토록 무겁고 두텁고 무서운 것이었던가
추위와 탈진으로 주저앉아 죽음의 공포가 엄습할 때
신기루인가
멀리 만년설 봉우리 사이로
희미한 불빛 하나
산 것이다
어둠 속에 길을 잃은 우리를 부르는
께로족 청년의 호롱불 하나
이렇게 어둠이 크고 깊은 설산의 밤일지라도
빛은 저 작고 희미한 등불 하나로 충분했다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속에는 어둠이 이해할 수 없는
빛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거대한 악이 이해할 수 없는 선이
야만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정신이
패배와 절망이 이해할 수 없는 희망이
깜박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토록 강력하고 집요한 악의 정신이 지배해도
자기 영혼을 잃지 않고 희미한 등불로 서 있는 사람
어디를 둘러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무력할지라도 끝끝내 꺾여지지 않는 최후의 사람
최후의 한 사람은 최초의 한 사람이기에
희망은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한 것이다
세계의 모든 어둠과 악이 총동원되었어도
결코 굴복시킬 수 없는 한 사람이 살아 있다면
저들은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패배한 것이다
삶은 기적이다
인간은 신비이다
희망은 불멸이다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Q.책읽기를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사실 저도 아직은 두려워서, 제가 읽었던 책에서 내용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 습관 형성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주 조그마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므로써 스스로에게 작은 성공으로 증명을 하라고 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무조건 쉽고, 좋아하는 장르나 내용부터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만화책도 좋고, 소설책도 좋고, 그림책도 좋습니다. 원하는 책부터 찬찬히 읽기 시작해보시면 어느샌가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으실 겁니다!
Q.나에게 책은 네모다
나에게 책은 [티라미스]다. 티라미스 케이크를 보면 위에서는 초코만 보이지만 안에는 또 다른 내용물이 있고, 먹으면 생각보다 더 깊은 맛이 나죠. 책은 그런 것 같아요.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고 하다보면 깊고 좋아요. 그래서 책은 '티라미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