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르코의 입덕이야기
입덕: 어떤 분야에 푹 빠져 마니아가 되기 시작
이 글의 시작은 친구와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에너지 넘친다는 말을 듣는다 (자제해야할 것 같다는 말까지). 행복해보인다는 말도 같이. 바로 얼마전까지만해도 내 상태가 믿겨지지 않을정도로 말이다. 물론 많은 것에 영향을 받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게 덕질이였기에 덕질라이프를 한번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나는 17살때부터 항상 내가 살아가야할 현실과 미래에 '가장'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이 늘 존재했다. 여유가 있던 적도 없었지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살다가 아버지가 생활비를 끊은 22살부터는 통신비, 생활비, 교통비를 스스로 해결해야했고, 학점이 나오지 않으면 학교를 포기해야했기에 버티고 또 버텼다. (나를 갈아넣은 나의 대학시절 학점은 4년 평균이 4.44이다)
22살은 어머니의 조현병 진단을 처음으로 내가 어머니의 보호자로 들은 해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직업을 정할 때도 어머니의 보호자를 하기위해서 라는 전제가 들어갔다. 23살부턴 집에 돈을 보태야했고, 26살 첫 취업과 함께 나는 집의 완전한 가장이 되었다. 그렇게 8년을 보냈다.
그래도 잘 버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더 큰 무게가 날 찾아왔다. 어머니의 치매진단이였다. 1년을 넘게 어머니의 병과 집문제, 가장이라는 무게, 내가 살아야할 현실까지 너무 무거운 무게가 지속되었다. 17살부터 친구였던 A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의 삶의 무게는 언제 가벼워지는거야?
스트레스가 지속되다가 난 결국 불면증을 얻었다. (이런 저런 병들까지 겹쳐져서 많이 아파야했다) 이틀에 한번 잠이 들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피곤했는데 평소 잠들 시간만 되면 나는 정신이 말짱해졌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간 불면증을 앓아보진 않았으니까.
내 불면증의 최고 문제는 "잠을 못잔다"가 아니라 "못자는 시간내내 중압감을 느꼈다"였다. 잠이라도 들어야 생각이라도, 불안이라도 멈출 수 있는 거였는데, 잠이 안오니 고스란히 모든 생각들이 쏟아졌다. 하루, 이틀... 1주,2주가 되어가자 나는 삶이 고달파졌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오기시작했다. (나한테는 위험신호였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다른 방법들을 찾았다.
생각을 멈출 수 없다면 다른 생각으로 전환하자라는 생각에 유튜브를 켰다. 유튜브를 평소 필요할 때만 봤고, 시청기록은 남겨두지 않아서 아무 영상이나 들어가서 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처음 뜬 영상 평상시라면 누르지 않았을 영상이였는데, 평상시랑 달라야겠다는 생각에 클릭했다.
내가 본 영상은 "걸스피릿" 1화에 나오는 오마이걸 승희의 인터뷰 영상이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ozuO8elK7wA)
어린시절부터 가수를 꿈꿔왔던 한 사람의 이야기,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영상. 11살 나는 그때 뭐했지 싶었는데 그때부터 무대를 찾아다녔던 이야기. 밝고 명랑한 모습이 나오다가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 눈물이 찡해졌다. 수많은 좌절과 힘듬이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더 준비하고 노력했다는 말. 2분남짓 한 인터뷰를 보고 왠지모를 존경심이 생겼다.
문득 든 생각
나는 지금 어떻지?
나도 더 노력하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떤 노래를 했는지 궁금해서 찾아본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Q6C3EwTBhoo) "샤이니 - Dream girl♪" 은 더 눈에 들어왔다. 오마이걸이라는 그룹을 처음 보는 영상이기도 했고, 서바이벌에 나온 멤버를 위해 다른 멤버들이 특별 댄서가 되어준 영상이라 새롭게 봤다. 단단한 목소리로 본인답게 펼친 영상, 그리고 보게 된 댓글 (승희가 무대를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서 했다는 이야기). 작은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걸그룹이기에 모든 걸 지원받을 수는 없었겠거니 싶었지만,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알기에 더 신기했다.
호기심이 생겨서 걸스피릿 무대를 전부 다 보고, 매 무대마다 전혀 다른 시도를 하는 승희를 보고 왠지 모를 에너지를 느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서 에너지를 내는 그 사람 자체가 참 멋있게 다가왔다.
그 다음 알고리즘을 따라 들어간 영상은 걸그룹들의 서바이벌이였던 "퀸덤 2차경연: Destiny"를 준비하고 공연이 나오는 영상이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pUkxrUwEWi0) 무대를 만들기위해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고 이를 서로가 수용하고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참 멋있게 보였다.
자취해서 티비도 없고, 영상을 가만히 앉아서 스킵(skip) 없이 보는 건 영화관 뿐인 1인이라 티비프로그램을 잘 안챙겨보다보니 자주 SNS에 나오는 연예인들이나 워낙 유명한 아이돌말곤 잘 알지도 못했는데 분명 퀸덤을 본 적이 있다는 기억이 났다. 마마무와 AOA의 무대가 신선해서 - 새로운 발상을 좋아했어서 몇번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영상클립으로만 봤기에 오마이걸을 몰랐다.
이런 과정을 만드는 아이돌들이라니 신기해서 퀸덤을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SKIP하나 없이 모든 영상을 정주행했다. 정주행의 결과는 입덕부정기도 없는..........................입덕이였다.
지금은... 옴밍아웃을 아무때나하는 미라클(오마이걸 팬클럽 이름)이 되었다. SNS에 대놓고 오마이걸 팬임을 드러낼만큼(https://www.instagram.com/p/CWQnBDTBx0d/). 올렸다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받았다. 네가? 왜? 어? 걸그룹을? 주변 모두가 신기해하는 덕질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노래도 아니고 인터뷰에 빠져서 입덕된 미라클 여기 있어요! ㅋㅋ )
나에게 덕질은 '삶의 활력소'의 시작이였다. 다른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고, 덕분에 기분도 좋아졌다. 그래, 이렇게 영상하나에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는 게 삶이지. 다시 잘 해보자라고 마음먹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덕질하는 덕후가 된 게 자랑스럽다.
여러분은 누군가를
덕질해본 적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