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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재다능르코 Nov 26. 2021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자랑

02. 입덕부정기가 뭔가요?

입덕부정기: 자신이 어떤 분야나 사람을 좋아하기 시작했음을 부정하는 시기. 보통 '내가 ~같은걸 왜 좋아해?'라며 말로는 부정하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입덕에 가까워져 있는 시기를 뜻한다.

입덕부정기 증상 : 각 분야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므로 이에 유의할 것.
- 무의식적으로 사진을 모으게 된다.
- 커뮤니티를 보거나 관련된 영상을 보게 된다.
- 관련 정보나 대상에 대한 나무위키 문서를 찾아본다.
- 여러 대상이 있어도 시선이 한 사람에게 끌린다.
- 방송을 찾아보지는 않지만 채널을 돌리다 본 경우 계속 보게된다.
- 대상의 사소한 행동과 특징이 눈길을 끈다.
- 대상과 관련된 정보를 본격적으로 찾게 된다.
- 유튜브 알고리즘에 계속 뜨고 결국 누르게 됨

출처: 나무위키 '입덕부정기'


출처: 티스토리 블로그


사실 아이돌을 떠나서 연예인을 처음 좋아하는 나는 입덕부정기란 없었다. 아이돌을 보면서 멋짐을 느껴보거나 화려한 모습에 동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싸인회를 가고싶거나 직접 만나보고 싶다거나 스케쥴을 확인하거나 공식카페를 가입하려고 하거나 팬클럽을 가입할까를 고민하고, 팬튜브까지 찾아다닌 건 처음이였다.


내가 못본 게 있을까하여 멈춰놨던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결제하고, 거기서 다른 팬들의 댓글로 알게 된 앱깔고 찾아보고, 유니버스(엔씨소프트에서 개발, 운영하는 K-POP엔터테이먼트 앱. 아티스트와 팬을 만나게 해주고 다양한 온,오프라인 팬덤활동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 에도 찾아가서 프라이빗 메세지도 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서 나는 무엇을 본걸까?


처음엔 번아웃에, 무기력에 빠져버린 시간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해보려고 유튜브를 보려다가 발견한 우연한 영상때문이였다. (입덕이야기는 https://brunch.co.kr/@bookdream/201 요기있다) 노래도 아니고 인터뷰, 대화장면이 흥미로워 보다보니 묘한 에너지를 마주했다. 어떤 영상에서도 특유의 에너지가 있었다고 해야할까. 그러다가 그들의 스토리가 눈에 들어왔다.


출처: 왼쪽: 뮤직뱅크 / 오른쪽: 오마이걸 공식 인스타그램


2015년 4월 21일 데뷔 - 꽤 오래된 시간인데 생각해보니 나는 멤버들을 잘 몰랐다. 대중에게 드러나기까지 걸린 시간이 남들이 생각하기에 늦어도 한참 늦은 케이스였다.

비밀정원(첫 음악프로그램 1위: 더쇼) 1009일
번지 (지상파 음악방송 1위) 1581일
살짝설렜어(멜론 1위) 1833일

게다가 1009일만에 1위를 안겨준 비밀정원 앨범은 이 앨범이 잘 되지 않으면 해체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준비한 곡이였다. 오랜 시간 연습하고 만들어왔는데, 그들은 어떤 마음이였을까.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진심으로 응원이 더 되기 시작했다.


천천히 또 꾸준히
슬로우 스타터
대기만성형 아이돌
인성으론 깔게 없다는 아이돌


2016년 1월 네이트판에 타팬이였던 어떤 사람이 쓴 글에도 그들의 이야기가 잘 드러나있다. 언론플레이를 안하기로 유명한 대표와 대중성이 모자라서 그렇지 인성이 엄청나고 언제가 반드시 뜰 것 같다는 글이었다. 아육대 조공에도 도시락마다 편지가 붙어있고, 편지 내용도 같은 멤버가 내용이 다 다르다는 것, 직접 팬석에 올라와서 하나하나 나눠주면서 인사를 해줬다는 점, 멤버인 비니와 지호가 수능을 볼 때 수능장 앞에 3명씩 나가서 수험생들에게도 조공을 했다는 점, 수능 몇일전에 진행된 팬싸인회에서는 팬들에게 시험잘보라고 조공을 했다는 점. 사소한 거지만 인성이 맑고 깨끗하고 팬들을 대하는 태도가 진국이라는 점.


걸그룹의 걸그룹


그래서인지 대중성을 갖기전에도 꾸준히 다른 그룹들이 오마이걸을 언급했고 팬이라 밝혔다. 조금씩 분명하게 자신들의 모습을 만들어 온 그들이 대중에게 드러난 건 '퀸덤'이었다. 매회차마다 오마이걸의 모습은 대단했다. 자신의 일을, 자신이 함께하는 멤버들을,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팬들을 향한 모습이 참 좋았다.


출처: WM 오마이걸 공식 유튜브

편집된 화면속에도, 본인들이 키는 브이앱에서도, 팬들의 직캠에서도 오마이걸은 오마이걸이었다. 자신의 일에선 프로였고, 함께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팬들에게는 받은 사랑을 배로 돌려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다.


단순히 그들이 늦게 뜬 것만이 아니라 함께 데뷔했던 멤버의 탈퇴, 활동하던 멤버의 건강악화, 1000일이 넘는 시간동안 1위를 하지 못한 시간 등 보이지 않는 어려운 시간속에서도 포기없이 걸어왔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데뷔하고나서부터
한번도 열심히 안한적이 없어요.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매 앨범마다 해왔기 때문에
- 오마이걸 미미

쉴때 연습실가서
하고싶었던 연습을 합니다
- 오마이걸 유아

휴가때도 일찍 올라와서 연습
막방하고도 연습
"연습은 당연히 해야해요"
- 오마이걸 비니


부족한 실력을 채우기위해서 항상 연습을 한 모습들이 2015년 데뷔이후부터 한해가 지날수록 실력에 묻어났다. 데뷔초 무대와 현재의 무대의 실력이 눈에 띄게 보일 정도였다. 항상 부족한 자신을 채우기위한 시간더 나은 자신을 보기위한 시간을 많이 가졌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절로 응원이 나왔다.


출처: 팬튜브 / 출처: 전지적 참견시점 한장면


그리고 더 좋았던 건 멤버들이 서로를 더 사랑하고 좋아하고 아끼는 걸 표현하고 항상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들이었다. 미라클(오마이걸 팬클럽 이름)들은 흔히 댓글을 이렇게 남긴다 '오마이걸 멤버들이 멤버간 불화가 난다면 믿을 사람 이 세상에 없다'라고. 팬들이 그렇게 남기는 자신감만큼 어떤 영상에서도 볼수록 서로를 향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절로 느껴졌다.


어떤일이 생겨도 우리를 깰 수 없다는
단단함을 느낀다.
좋은 시간, 힘든 시간을
모두 함께한 친구들이라
서로가 서로의 거울같은 존재다.
우리를 안아줄 수 있는 건
우리밖에 없는거다.
포기하지 않고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온
멤버들의 노력을 아니까.
뭘해도 믿음이 간다
- 오마이걸 효정


찐이란 이런게 아닐까 싶었다. 옴며들었다는 표현이 딱 맞게 그렇게 나는 팬이 되었다. 나는 입덕부정기가 없었기에 옴며들면서 친구들에게든, 회사에서든, 가족들에게든 자랑밖에 안한다.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자랑이 내 가수 자랑이 되었다.


자신의 색을 내면서도 한계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오마이걸이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수없이 연습하고, 준비하는 영상들을 보면서 '그래, 이런 노력없이 결코 성장할 수 없지'라는 생각을 하고, 나 역시 내 일에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출처: 빌보드 코리아 표지

이제 오마이걸은 대중성을 갖춘 스타다. 스타들의 스타이기도 하고 대중에게도 충분히 인정받는 스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끼리 있는 모습을 보거나 프라이빗 메세지를 통해서 오는 모습을 보면 옆집사는 여동생들 같다. 영상을 통해 본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밈피디의 유튜브나 쌩얼 브이앱 등) 그런 모습을 보다보면 우리랑 별반 다르지 않던 사람이 이렇게 성공했구나 싶고, 성공하고도 저렇게 겸손한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하되 기본을 꼭 지키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 희망도 느낀다.



좋아하는 누군가에 의해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만큼
좋은 동기부여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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