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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에 의존하는 나를 발견하다

편리함에 대한 의존성에 관하여

by 다재다능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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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하면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까?

아날로그 하면 왠지 '과거'만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불편함'을 떠올리기도 한다. 최근 나는 아날로그는 '자기주도성'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며칠 전 핸드폰을 바꾸면서 나는 데이터를 옮겨야 했다. 워낙 기존 데이터가 많았어서 약속시간이 다되어가도록 데이터가 옮겨지지 않아서 아무래도 약속부터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갈 수 있을까 낯선 곳에서.. 방법을 찾다가 급하게 가게에서 종이를 빌리고 직원의 핸드폰으로 지도를 찾아서 기록을 해서 약속 장소에 찾아가게 되었다. 평상시 어디를 가야 하면 쉽게 '내비게이션'을 사용했던 터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도로 우회전, 좌회전 위치에 있는 건물들만 표시해서 지도를 만들어간다는 게 어떤 건지 몰랐다.


정말 운전에만 집중하게 되었고, 내가 그린 지도의 장소를 꼼꼼히 보고 운전하면서도 주변을 정말 열심히 보았다. 약속 장소에 가서 내손에는 핸드폰이 없으니 정말 상대방에게만 집중하게 되었다. 상황을 대처해야 하는 순간에도 나는 정말 많은 방법들을 떠올렸다. 이 경험은 나에게 생각을 다르게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쉽게, 빠르게를 추구하면서 어쩌면 편리함에 의존하며 나는 나를 잃어갔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서울에 가서도 각종 어플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돌아다니지만 예전에 마음 맞았던 사람들과 서울투어를 가기 위해서 준비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나는 그 날의 서울투어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그때의 사람들이 삶을 살다가 문득문득 떠올린다. 같이 투어를 준비할 때 서울에 살았던 친구가 며칠에 걸쳐 정보를 모으고, 다닐만한 곳을 찾아서 투어 일지를 만들었고, 내용을 보면서 이거 좋다, 이거 하자라면서 의견을 나누었고 일치시켰다. 그리고 여행을 위해 각자 단기 알바를 해서 딱 5만 원씩 모아서 여행을 떠났다. 벌써 10년 전인데 마치 며칠 전이었던 것처럼 생생하다.



그날의 여행 일정

0. 떠나가는 기차부터 북적북적, 게임하면서 올라갔던 시간

1. 걸어가다가 교회에서 나눠준 팥빙수

2. 걷기 힘들다고 광화문으로 가던 길을 꺾어 청계천으로 가다가

새로 개점하는 은행 앞에서 참여했던 게임과 선물, 간식

3. 선물로 받은 우산이 인원보다 많아서 짐이 되자 지나가던 시민분에게 선물했던 시간

4. 인사동에 가서 G20을 위해서 촬영하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5. 같이 오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서 기념품을 사고

6. 미리 정해두었던 맛집, 그리고 거기서 받은 경품 추첨, 일본 친구들과 대화

7. 벽화마을을 올라가서 가득 구경하고 내려오다가 발견했던 1000원 설렁탕

8. 하루를 다 보내고 내려오던 버스

9. 알차게 보내고도 남았던 우리의 회비


요즘은 더 쉽게 여행을 가면서도 이날의 여행을 잊을 수 없었던 건, 우리는 정말 아날로그였다. 지도를 들고 다니면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보았고 새롭게 발견한 것을 두려움 안 가지고 다 즐겁게 체험했다. 서로와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편리함에 의해서 우리는 어쩌면 이런 '자기 주도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하고 했던 나를 잃어가는 것이 아닐까. 문득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순간들은 이런 마음 때문이지 않았을까.





다재다능르코, 임지영

tvwkd123@naver.com

알아두면 도움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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