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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Jul 27. 2021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

심너울 에세이


심너울 지음



책을 뜯어보며 나도 헛소리나 해볼까





나는 지식 열등감이 있다. 가진 지식이 많지 않아서인지 책을 고를 때 '나에게 지식을 줄 수 있는 책인가?'를 기준으로 읽을지를 판단한다. 그래서 독서 초반에는 마음을 위로하는 자기 계발서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는 꺼렸다. 그렇게 책 읽기를 뜨문뜨문 시작한 지 3년 차. 뇌 용량이 그리 넓지 않은 탓인지.. 누적되는 회사생활에 지쳐서인지 요즘엔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담은 일상적인 에세이에도 점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전에 나라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책을 반항심에 골라 봤다. 심지어 이 작가의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고 작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담은 이 에세이를 골랐다. 제목에 '헛소리'가 들어가서다. 그냥 아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헛소리가 듣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심드렁했다. 다른 사람의 헛소리가 재미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읽기 시작했지만, 칭찬 일색인 리뷰들과 다르게 내 마음은 심드렁했다. 역시 작가를 잘 모르는 상태로 이 책을 읽어서일까. 아님 누군가의 헛소리를 듣기엔 마음의 여유가 없는 시기여서일까. 나이도 성별도 다른 작가여서일까. 나의 관심을 이끄는 헛소리는 없었다.




어쩌다 어른, 조승연 작가 강의 중


그때 문득 '공감대의 함정'이란 말이 생각났다. 공감대가 크다는 건 경험이 비슷하다는 말이기에 그만큼 배움이 적어진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이질감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생각의 시야가 더 넓어진다는 조승연 작가의 말이 왜 때문인지 갑자기 생각났다. 물론 이 책이 전부 이질감이 느껴진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비슷한 일상이 겹쳐 공감되는 부분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잘 와닿지 않는 문구를 책갈피에 담으면서 헛소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공감의 주관적 책갈피


인간의 감가상각… 경험이란 자산의 가치 자체가 자유 낙하하고 있는걸? 혁신의 시대에 사는 것, 그것은 나란 존재의 감가상각이 그만큼 신속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0.1초 만에 이해되는 일상 헛소리를 읽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고급진 용어가 많아서 불편했다. 고급진 용어보다도 바로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이 내 맘을 서운하게 했다. 이렇게 고급진 헛소리일 줄은 몰랐다. 나와 다른 언어의 결이란 이런 것일까.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내가 생각하지 못한 언어들로 표현하고 있다.



오늘이 생일인 사람들한테 먼저 연락을 하고 싶은데, '내 축하는 받고 싶어 할까?' 하는 생각부터 드는.

난 오히려 부탁보다 축하는 거침없이 하는 편이라, 무언가를 부탁하기 전 느끼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축하할 때도 드는 경우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정리 철학은 우주의 수명을 늘린다. 우주는 모든 에너지가 쓸데없는 열에너지로 화하고 모든 입자가 균등하게 퍼져 그 어떤 변화도 없는 궁극적 열평형의 순간이 도달했을 때, 즉 엔트로피가 최대치가 됐을 때 죽는다. 그리고 우리 사람이 움직일 때, 세포 내에 ATP의 형태로 저장된 화학 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고, 그중 대부분의 에너지는 폐열이 되어 발산한다. 움직일수록 우주의 죽음이 앞당겨지는 것이다!

나도 방을 잘 치우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방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이렇게 과학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니. 정리를 하지 않는 것이 우주의 죽음을 미루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세상 일상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학문처럼 표현할 수 있음에 또 다름을 느꼈다. 물건의 위치에 자유주의적인 자세를 취한다(=나는 방을 잘 안 치운다)에는 어느 정도 공감.



삼국지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시공간을 공유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서 리더십 따위의 덕목을 배우려고 하다니! 나는 고대인들의 리더십을 현대에 닮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삼국지를 읽지는 않았기에 삼국지 팬은 아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도 사람의 본질은 비슷하다고 믿는다. 처한 환경이 극과 극으로 달라도 그 속에서도 배울 삶의 원리(?)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시대가 많이 다른 만큼 통찰력이 있어야 배울 수 있는 지혜도 빠르게 캐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작가는 삼국지를 예시로 무분별하게 자기 글에 갖다 붙이는 통찰력 없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안다. 만약 화장실에서 매뉴얼을 줄줄 돌려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그토록 사랑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게임을 전혀 하지 않기에 작가가 경험한 게임과 관련된 일상은 나와 접점이 없는 이질적인 부분이다. 내가 요즘 책의 에필로그와 프롤로그까지 모두 읽는 것과 같은 맥락일까? 작가는 보통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게임 CD의 공식 매뉴얼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그 매뉴얼에는 게임을 구성하는 세계에 대한 설정이 적혀있어 게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게임은 기술 발달로 CD가 아닌 다운로드로 하기에 책자를 찾아보기 힘들어 아쉽다고 했다. 게임을 하지 않는 나에게는 신선한 경험으로 느껴졌다.







'주관적 책갈피'에는 미래에 기억이 사라질 나를 위해 언제나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는 맥락으로 작성했는데 이번 리뷰는 무작정 헛소리를 늘어놓은  같다. 지금은 공감이 되지 않는 작은 문구와 챕터 정도를 되짚어  정도였지만,   이질감이 느껴지는 사상이나  생각(?) 만났을  자세히 이해하려고 시도해보면 재미있을  같다. 공감이  되는 작은 부분만 적어두고  책을 되새김질했지만 베르베르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 원룸이 답답해 사람보다 넓은 방이 그리운 . 화장실에서는 왠지 모르게 텍스트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소소한 부분에서 격한 공감도 느꼈다.

본능적으로 실패하지 않으려고 책 평점을 종종 보는데 그래서인지 먼저 책을 읽은 선배들의 생각이 나와 달라 느끼는 온도차가 책 인상을 흐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평점 대신 내 직감을 믿고 책을 고르기로 마음먹었다.


소소하게 헛소리도 하고 이것저것 깨닫게 해 준 순간이다.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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