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회중년생 Jun 30. 2021

우리는 왜 일하는가

리더와 직원 모두에게 필요한 질문


배리 슈워츠 지음 (박수성 옮김)



일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왜 일하세요?

하필 왜 그 일을 하세요?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고등학생이 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살리려 자연스레 입시미술을 했고, 그렇게 미대에 갔고, 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으니 타 직군보다 좀 더 쉽게 디자이너가 됐다. 단지 '그림 그리기'가 좋았던 것뿐인데 흘러 흘러 'UXUI디자이너'가 되어버렸다. 되어'버렸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분명 나는 인생을 살며 끊임없이 고민했지만 어쩌다 흘러가서 그곳에 닿게 된 느낌처럼 산 것 같다.

그래서인가. 요즘 경력이 쌓일수록 커리어와 내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회사란 곳은 다니면 다닐수록 기업에게 내 젊음과 시간을 판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 역량과 기술도 늘겠지만) 회사의 끝이 퇴사라고 생각하니, 60이 넘어서 회사 딱지를 떼고 나면 내 인생에 남는 게 없을 것 같아 미리 대책을 세우자며 먹고살면서도 뭘 먹고살지를 계속 생각한다. 그렇게 내 인생과 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문득 '나는 왜 (이) 일을 하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막혔다.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만은 아닌 것 같은데.. 나도 모를 내 안의 진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 이름 자체가 내가 인터넷 창에 막연히 타이핑한 검색어이기도 하다.


배리 슈워츠는 미국의 사회행동학 교수이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TED 강연도 봤는데 책의 핵심을 잘 축약한 10분 내외의 영상이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면 이 영상을 가볍게 봐도 좋을 것 같다. 한글 자막을 설정해서 볼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번역된 책이라 그런지 와닿지 않는 단어가 몇 개 있어 구어체로 수정했다.










잘못된 근거

자율성이 박탈된 업무 문화

자본주의와 산업화가 시작되며 최대의 업무 효율을 끌어내기 위한 방식은 '분업화'였다. 철저히 주어진 매뉴얼대로 일을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만족감이나 생각은 무시되거나 제거되는 방식으로 일은 진화해왔다. 그래서 전 세계 사람들은 의미, 몰입, 도전에 대한 기대를 거의 하지 못한 채 매일매일 일터로 터덜터덜 걸어가게 되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오로지 급여와 인센티브로 주어졌다.

산업혁명 이전에 농부, 수공업자, 가게 주인들은 비록 힘들었을지언정 날마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상당한 재량권, 자율성, 다양성을 지녔다. 사람들은 공장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가면서 그러한 모든 기회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어느 순간 현대 사회에는 기계적으로 일하는 직장인들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래... 내가 영혼 없이 일했던 건 다 이유가 있었어...)




일이 좋은 경우

잡 크래프팅을 하는 사람들

자신의 일을 '직업'으로 보는 사람들은 보통 출세에 관심이 있다. 승진하여 더 높은 연봉을 받고 더 나은 위치로 나아가는 것만이 목적이다. 하지만 자신의 일 자체에 만족을 느끼며 '소명'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주어진 업무만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일의 목적들을 이해하고 내면화한다. 이런 경우가 바로 '잡 크래프팅'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일에서 의미나 목적을 찾으려면 생명을 구하는 의사나 최고의 결정권을 가진 소수 경영자들이나 가능한 것일까? 아니다. 그저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사실상 거의 모든 직업이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일이든 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느끼고 그들에게 업무 재량권을 부여할 때 잡크래프팅 하는 사람들이 탄생한다.





좋은 일은 어떻게 나쁜 일로 변하는가

일의 배경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주어진 업무 자체와는 관계가 없고, 오히려 업무가 속한 배경과 더 관련이 있었다. 단순히 지시만 따르는 일을 하는 근로자는 깨어 있는 삶의 절반을 박탈당하는 처지다. 급여도 보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반복적이고 의미 없는 인생을 전부 보상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같은 일이라도 그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고 자연스레 흥미를 느낀다면 일과 인생의 깊이는 달라진다.


도덕관념보다 인센티브를 강조할 때

일의 의미와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물질적인 보상제도'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최고의 성과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는 종종 그 반대의 결과를 낸다. 예를 들면 직원 간에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거나, 급여와 보너스를 할당하기 위해 시스템을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려고 애쓰는 사람만 늘어나는 점 등이다.

인센티브 이전에 도덕적 제재에 대한 개념이 사라진다면, 부당한 행위도 그저 돈을 벌기 위한 경제적인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센티브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이것이 옳은가 그른가?'라는 질문을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이 비용이 가치가 있는가?'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도덕적 관점은 한번 잃으면 회복이 어렵다.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더욱더 인센티브에 의존하며 우리가 지불한 것만큼만 얻게 된다. 계약서에 더 많은 것이 쓰여 있을수록, 계약서 없이는 더 적은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저 그 일이 하고 싶기 때문에'라는 동기 부여를 이길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각의 기술

개념이 행동을 결정한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은 발견이 아닌 발명된다고 말한다. 부모로부터, 지역사회 리더들로부터, 종교서적 등 인간의 주변 환경은 인간 본성에 영향을 준다. 또한 과학의 영향이 크다. 과학은 세상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는 방식을 창조하며 행동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가난'이라는 개념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가난이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기도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절망 혹은 노력
'억압과 지배'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 저항

이렇듯 어떤 사고방식과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행동은 크게 달라지고, 환경과 과학이 그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준다. 몇 가지 단순한 작업을 하며 인생을 보낸 사람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어려운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 환경에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집단 생각이 미치는 영향

이렇듯 사람은 주변 환경과 과학 수준에 크게 영향을 받고 환경과 과학에 따라 집단 지식과 사상, 신념인 이데올로기가 자리 잡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전부 옳은 개념일까? 아니다. 잘못된 믿음과 선입견이 진실이 되어 사람들을 지배하기도 한다. 자신이 생각한대로 전개된다고 믿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나 타인의 기대가 결과로 이어지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보면 상대적 진실과 주변 환경에 따라 충분히 변화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시대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에는 강력한 힘이 있으며, 잘못된 생각이라도 우리 제도 속에 깊이 스며들수록 점점 더 허구가 아니게 된다. 그래서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 기업에 속한 조직원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항상 잘못된 생각을 죽이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의 미래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업무 환경

사람의 본성은 집단의 이데올로기와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기업의 리더는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업무환경을 설계하고 있나? 오로지 효율성과 편리함 때문에 팀원들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추궁하고 있지는 않나?

일을 설계할 때 우리는 반드시 "왜"라고 물어야 한다. 이 일을 왜 하는가? 일의 목적이 무엇인가? 능동적으로 일하도록 영감을 줄 것인가? 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았다면 우리가 하는 일의 결과가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직면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질문을 항상 해야 한다.

산업화는 인간이 이룬 굉장한 업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신적 빈곤이라는 대가를 치르며 물질적 빈곤을 줄여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인간의 업무환경을 변화시키기에 지금만큼 좋은 때는 없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업무의 자율성이다.

리더가 원하는 방향을 위해 한 번 통제하면 점점 더 많이 통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하지만 업무에 자율권을 부여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며 도전하게 될 것이고, 그러한 경험 속에서 성취감과 소명의식이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곳곳에 있었다. '그저 그 일이 하고 싶어서'라는 동기 부여를 이길 수 없다는 부분을 보고, '단지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에서 시작한 나의 이유가 얼마나 강력한 동기 부여인지를 알게 되었다. 왜 일하는지에 대한 생각과 함께 리더가 팀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잘 읽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이크로카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