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면접관 인사이트

디자이너 면접관이 털어놓는 마음의 소리

by 사회중년생


이직 준비를 한 지 1년 반 끝에 이직에 성공했다.


그리고 3년 후, 우연히 면접관 기회가 찾아왔다. 리더와 함께 팀원이 실무 면접을 진행해야 하는 채용 시스템 덕분이었다. 지원자일 때는 채용 속사정을 알 길이 없어 답답한 점도 많았는데 면접관 역할을 해보니 궁금한 점에 대한 답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


언젠가 이 회사를 떠나 또 이직 준비를 하고 있을 나를 위해.. 면접관으로써 느낀 아주 주관적인 채용 경험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서류 검토, 무조건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는 3초 컷

아직까지 기존 채용 시스템에서 역량 있는 디자이너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포트폴리오'인 것 같다. 빠르게 쓱 훑어보고 눈에 띄면 그때 더 자세히 본다. 쓱 넘겨보는 시간은 길어야 3초, 그 3초만 봐도 디자인을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인지 보인다. 어떤 프로젝트를 했는지와 함께 그 내용을 담은 포트폴리오 디자인도 첫인상에 꽤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포트폴리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소서의 화려한 문장들도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지원자> 여야 한다

프로젝트 설명만 수십 줄이 적혀 있으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면접관이 궁금한 건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원자>이다. 프로젝트의 내용 말고 내가 진행한 업무를 중심으로 정말 필요한 내용만 알차게 담자. 프로젝트는 나를 돋보이기 위한 옵션일 뿐이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면접관

같은 회사 같은 프로젝트인데 서로 PL을 했다고 한다. 많은 서류를 보다 보면 겹친다. 누굴 믿어야 하나. 그래서 신뢰를 줄 수 있는 객관적 정보나 기여도를 최대한 적어주면 좋다. 기여도는 주관적이지만 그래도 필요하다. 수치를 믿는다기보다 지원자가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했는지를 판단해볼 수 있어서다.


구린 건 진짜 넣지 말자

서류 검토를 하면서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아무리 프로젝트 개수가 적어도 구린 건 절대 넣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앞장에서 좋은 작업물을 보다가 갑자기 퀄리티 떨어지는 디자인을 보면 한마디로 확 깬다. 구린 걸 넣느니 차라리 개수가 적은 게 낫다.


지원은 최대한 빠르게

채용 마감 일정이 공지되었더라도 맘에 드는 지원자가 나오면 채용문은 조용히 닫혀버린다. 채용 공고가 뜨면 무조건 빨리 지원하는 게 좋다.


사이즈는 아무 상관이 없다

포폴을 처음 만들면 사이즈부터 고민하는 디자이너들을 종종 본다. 근데 정말 아무 상관없더라. 내용을 가독성 있게 잘 보여줄 수 있다면 규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인의 작업물을 레이아웃하기 좋은 사이즈로 잡는게 좋은 것 같다.






전화면접, 팩트체크와 성향 파악하기


업무를 잠시 뒤로 하고 시간을 쪼개어 면접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내 업무 시간을 할애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괜찮은 지원자들로 최대한 추렸다. 신기하게도 멋진 포트폴리오는 호기심을 주어 더 보고 싶게 한다. 전화 면접은 서류에서 의심이 되거나 궁금한 부분을 자세하게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생각보다 목소리는 많은 정보를 준다. 성격이 급한지 빠른지,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등 지원자의 인간적인 부분을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팀 리더의 주관이 천천히 개입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본인이 선호하지 않는 성향인 것 같거나, 다양한 스타일의 팀원을 꾸리고 싶은데 기존 팀원과 캐릭터가 겹치는 것 같다 등등 주관적인 이유들로 지원자에게 베네핏과 페널티가 주어진다.


하지만 서류에서 높은 점수를 딴 지원자는 면접관의 마음속 상위권을 나름 굳건히 유지했다. 팀 내에 없지만 필요한 업무 경험을 가졌거나, 현재 팀에서 하는 일과 동일한 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빠른 적응이 기대되는 지원자들이다. (모션팀이 없는 상황에서 UI 디자이너가 인터랙션을 위한 모션 작업을 하는 게 막막해 개발지식이 있거나 모션 툴 경험이 있는 실무자를 내심 희망하고 있었다.)


전화 스크리닝 면접에서는 서류 검토 시 궁금했던 부분이나 확신이 들지 않는 내용을 질문하며 빠르게 팩트체크했다. 대화를 통해 나와 같은 업무 고민을 했음에 반갑기도 했고, 생각보다 더 깊은 내공을 느끼기도 하며 외외로 경험이 얕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지원자는 왜 이런 질문을 받는지 면접관의 의도를 파악하고 의심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답변을 해야한다. 일단 팩트체크가 속시원히 끝나야 또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최종면접, 사람을 보는 시간


대면 면접에서는 우리 팀에서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능력(이라 하지만 대략 인간성)을 중심으로 보려고 했다. 컬처 핏이라고도 하더라. 아무리 일을 잘해도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

지원자의 성향이 궁금해서 한 질문인데 개인의 생각이 전혀 담겨있지 않은 교과서적인 답변을 받으면 가면을 쓴 것 같아 속을 알 수 없어 뽑기가 두려웠다. 최종까지 갔다면 어느 정도 실무능력은 인정받은 셈이니, 본인 그대로를 최대한 보여주어야 한다. 자신의 주관과 생각을 잘 보여주는 사람이 더 기억에 남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지원자에게는 미리 준비해 둔 질문을 할 겨를 없이 자연스레 실시간 질문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지원자도 본인의 스타일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팀에 들어가야 좋지 않을까?

회사는 장기전이다. 면접을 통해 회사가 지원자를 판단하지만 지원자도 회사를 판단해야 한다. 오히려 자기 개성을 너무 숨기면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기 더 어려울 수 있다.


대면 면접을 보고 나니 궁금했던 점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렸다. 이상하게 면접을 잘 본 것 같으면 떨어지고 못 본 것 같으면 붙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솔직함>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가뜩이나 처음 보는 사람인데 속까지 알 수 없으면 불안해서 도저히 뽑을 수가 없다. 최대한 내 주관을 담아 답변하자. 그렇다고 처음 본 사람에게 이 말 저 말 다 할 수는 없으니 솔직함도 적당해야 부작용이 없다. 적당한 게 참 어렵다.






자투리 생각들


지원자는 실무-인사-임원 면접 관문을 거치는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지겠지만, 면접관은 사람을 파악하는데 1-2시간밖에 안되는 면접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졌다.


면접 순서가 중요하구나를 느꼈다. 우리는 먼저 면접을 마친 지원자를 최종 선택했다. 면접 진행 중인 지원자 중에 맘에 드는 분들도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떠나보냈다.


잘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서 주관적인 기준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게 아닌데 자기 스스로 부족하다며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회사는 정말 다양한 내부 사정으로 인해 채용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타이밍>이라고 하나보다. 회사 상황이 나와 맞아떨어질 때가 있고, 그때가 언제 올지 모르니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분명 된다.





미래에 이직하고 있을 나 자신과

지금 이직으로 고생하고 있는 존재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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