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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May 30. 2024

Venezia :  베네치아도 식후경

4월 6일 (6일차)

어제 로마에서 베네치아로 이동한 피로 때문일까? 아니면 매서운 추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밤까지 투어를 했기 때문일까? 한참 전에 아침이 밝았는데도 중년생은 몸이 흐물거리다 못해 침대에 퍼져 스며들 것 같은 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사회 역시도 적지 않은 피곤이 쌓인 듯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뒹굴거렸다. 낯선 이탈리아 땅에 발을 디딘 지 일주일. 이제 조금 익숙해지려니까 낯섦이 만들어낸 긴장감에 눌려있던 피곤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참, 우리 빨래해야지?” 그렇다. 우리는 빨래를 해야만 했다. 사회와 중년생 둘 다 이전에 했던 해외여행이라 봐야 일주일 이내가 대부분이었고, 길었을 때도 딱 한번 중년생이 터키를 10일 정도 다녀온 것이 전부여서 여행 기간 동안 빨래는 필수 항목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엔 한 달짜리 일정이라 새 옷을 계속 사지 않는 한 아무리 버텨도 빨래는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할 거라면 일주일 정도에 한 번은 하기로 계획했던 사실이 두 사람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챙겨 온 양말과 속옷의 개수만 봐도 오늘이 마지노선이었다. 마침 피곤했던 우리는 빨래를 핑계 삼아 하루 적당히 쉬어가기로 했다.


(2023년 4월 6일 목요일)

우리가 산 바포레토는 3일권(엄밀히 말하면 첫 개표시점부터 72시간 동안 유효한 교통 프리패스)이니까 다른 섬들은 내일 가도 그만이었다. 침대에 누운 채 한쪽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다른 쪽 다리를 꼬아 올리고는 발을 까딱까딱하며 가까운 코인세탁소를 검색했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도보로 5분 거리인데 구글맵에서 확인한 리뷰내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에 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커다란 캔버스 백 하나와 마트에서 계산할 때 물건을 담았던 큰 비닐봉지 하나에 세탁물을 나눠 담고는 각자 하나씩 들고 길을 나섰다. 밖은 여전히 쌀쌀했지만 하늘만큼은 푸르고 맑은 날이었다. 자연조명이 좋으니 자그마한 공원도 후미진 골목길도 그래피티로 가득한 벽도 특별한 볼거리로 변신해 있었다.

하늘의 기분에 따라 바뀌는 골목길의 분위기 @세탁소 가는 길

짐을 들었는데도 평소보다 가벼워진 발걸음. 소풍 가듯 행복하게 걸어서 도착한 코인세탁소는 세탁기 하나가 돌아가고 있을 뿐 깨끗하고 한산했다. 처음에는 돌아가는 세탁물의 주인이 보이지 않아 의아했는데 세탁이 끝나갈 즈음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세탁소 밖에 주차된 차 문이 열리더니 남자 한 분이 나와 세탁소로 들어와서 세탁물을 꺼내 건조기로 옮기고는 다시 무심히 본인의 차로 돌아가 차문을 닫는 것이었다. 이 모든 과정들이 물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한눈에 봐도 현지 단골 고객임을 알 수 있었다. 세탁소에 들어서면 정면 중앙의 벽을 기준 삼아 오른쪽엔 세탁기, 왼쪽엔 건조기가 각각 3대씩 설치되어 있었고, 벽에는 세탁순서가 적힌 프린트 종이가 붙어있었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동전을 넣고, 원하는 기계 번호를 누르고, 기계에서 코스를 선택한 다음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그만이었다. 한국에서도 거의 갈 일 없는 코인세탁소를 이탈리아에서 오다니. 세탁과 건조 합해서 12유로를 지출했지만 색다른 경험이라 재미있다는 생각까지 들어서인지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고, 1시간 넘는 시간도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 빙글빙글 돌고 있는 세탁물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깨끗해지는 옷들 따라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불멍, 물멍이 있듯이 세탁멍도 상당히 괜찮은 휴식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세탁멍 시간 (feat. 기분 좋은 맑은 하늘)

우리는 세탁이 끝난 옷가지들을 가져온 백과 봉투에 차곡히 개어 넣고는 다시 호텔로 향했다. 가는 길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작은 마켓에 들러 물 작은 병 하나와 무심코 캔디를 하나 샀는데 여기서 산 캔디의 이름이 골리아(Golia)였다는 것도, 그리고 앞으로 여행 내내 우리가 입에 달고 다니게 된 캔디라는 것도 이 때는 몰랐다. 방으로 돌아오니 오전 11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각. 이제 뭘 할지가 고민이었다. “쉬긴 쉬더라도 일단 본섬에는 나가야겠지?” 중년생이 말했다. 동의하는 사회. 둘은 일단 본섬에 가서 분위기 괜찮아 보이는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쉬기로 했다. 오늘은 기차를 타지 않았다. 버스 이용까지 무료인 바포레토 이용권이 있으니까.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어제 본섬에서 돌아오는 길에 탔던 2번 버스를 기다렸다 타고 본섬으로 향했다. 거의 같은 길과 풍경을 지나는데도 기차와 버스의 느낌은 묘하게 달랐다. 아마도 속도 차이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잠시 하는 사이 버스는 벌써 본섬 정류장에 천천히 멈춰 서고 있었다.

일단 도착은 했지만 몸이 지쳐서인지 별로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서 주변을 어슬렁 거렸다. 물길 위를 오가는 크고 작은 배들을 눈으로 좇아가며 쉴 장소를 물색하던 그때, 눈앞에 물가 쪽으로 테이블들을 세팅해 둔 오스테리아 하나가 보였다. 아웃도어 스타일 차림인 여행객으로 보이는 여성 한 분이 이쪽을 등진 채 물길을 바라보며 앉아있었는데, 지나치며 곁눈질로 보니 화이트 와인 한잔과 파스타를 먹는 것 같았다. 그 광경이 눈부신 햇살과 어우러져 순간 왜 이렇게 여유로워 보이던지.

화이트 와인 + 햇살 = 행복 (feat. 우리를 홀린 여행객의 뒷모습)

몇 발자국 지나치기도 전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발길을 돌려 그 오스테리아로 직진했고, 야외석에 앉아 홀린 듯이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다. 그때가 정오쯤이어서 중천에 뜬 해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지만 쌀쌀한 기온이 중화작용을 해줘서인지 기분 좋을 정도의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입 안에 머금는 차갑게 잘 칠링 된(와인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화이트 와인 한 모금. 향긋함이 온몸을 찌릿찌릿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또 잠깐! 이 때의 좋았던 느낌을 기억하고자 오늘의 표지 이미지 역시 이 야외 테이블에서 찍은 와인 잔 사진(산타루치아 역과 바포레토와 물길은 까메오)이 선정되었음을 밝힌다.

우리의 행복이 전해지기라도 했는지 지나는 관광객들이 힐끗거리며 쳐다봤다. 5분 전의 우리처럼 야외 테이블에 앉을까 말까를 적잖이 고민하는 듯했다. 우리가 와인을 즐기는 동안 고민을 끝낸 사람들이 하나 둘 야외 테이블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벽하게 서빙된 와인에 마음이 흡족해진 우리는 식사도 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 답게 메뉴판의 처음부터 다음과 같은 순서대로 각각 메뉴가 적혀 있었다. Antipasti(애피타이저)-Primi Piatti(메인 1_주로 면류)-Secondi Piatti(메인 2_주로 고기나 생선류)-Dolci(디저트) 정식은 보통 이렇게 4가지 단계로 구분되는데 우리는 차근차근 메뉴를 살펴본 후, 안티파스티 1개(해조류 튀김과 다진생선이 들어간 치즈)와 피아띠 2개(파스타, 제철 생선구이)를 주문했다. 원래는 연어구이를 요청했었는데 주문을 받고 전달한 직원에게 셰프가 뭐라고 이야기하더니 직원이 다시 와서, 지금 연어가 없어서 제철 생선으로 대체 가능한데 하겠느냐고 물어봤다. 꼭 연어를 먹고 싶었다기보다 생선이 먹고 싶었던 게 컸던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사실, 우리는 이탈리아에 오기 전엔 낯선 식문화 때문에 막연한 걱정이 많았다.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각각 1인 1 메뉴씩을 해야 한다던데?’, ‘그러면 양이 너무 많을 텐데. 걔네들은 진짜 이렇게 다 먹는대?’, ‘나누어 먹으면 실례라던데...’ 등 정말 사소해서 어디다 물어보기도 뭐 한 의문이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투어에서 여러 가이드 분들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물어보면서 물음표에 대한 우리에게 맞는 해답을 찾아나가다 보니, 어느새 막연했던 걱정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었다. 지금이야 서양식 동양식 할 것 없이 서로의 방식에 익숙해져서 사실 큰 어려움도 아니지만, 예전엔 여러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함께 나눠먹는 것이 보통인 한국인에겐 본인의 음식 하나를 다 먹어야 다음 음식이 나오는 코스문화가 낯설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많았다고 했다. 가장 일반적인 해프닝은 여럿이서 와서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하나씩 주문하는 경우인데, 이때 한국인은 주문한 음식이 다 나오면 나누어 먹으려고 기다리는데 안 나와서 불편하고, 주방에서는 먼저 나간 애피타이저를 먹어야 메인이 순서대로 나가는데 안 먹고 있으니 속이 타고 순서가 꼬여 불편하다고 했다. 사실 아무도 잘못한 사람은 없는, 문화 간에 이해가 부족한 탓에 벌어지는 해프닝이었다.

가이드 분에게 전해 들은 팁은 의외로 간단했다. 위축되지 말고 요구 사항만 잘 전달하면 어떻게 주문해도 전혀 불쾌해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여기에는 언어의 장벽이 있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가령, 좀 전의 우리처럼 두 사람이 애피타이저 1개만 시킬 경우에는 나눠먹을 거라고 하면, 알아서 여분의 포크와 앞접시를 가져다주거나 한다. 필요한 단어라고 해봐야 ‘셰어(Share)’만 외쳐도 알아들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베네치아는 본섬 전체가 관광지라 해도 무방하니까 외국인에게 관대한 편이다.

왼쪽부터 에피타이저, 제철 생선구이, 파스타 (이거시 휴식이지)

쨌든, 우리는 와인과 함께 애피타이저를 해치웠고, 직원분이 때맞춰 접시를 치우러 왔다. 그리고 또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물멍, 배멍, 햇살멍을 즐겼다. 잠시 후, 파스타와 제철 생선구이가 거의 함께 나왔다. 감자 퓌레, 채소 가니쉬를 곁들인 붉은색 생선구이부터 치즈가 잘 뿌려진 오일 파스타까지. 맛도 맛이었지만 요리들이 너무 예뻤다. 햇빛 한 번 보고, 음식 한 입 먹고. 우리가 바랐던 대로의 여유로운 휴식 시간이었다. 이 시간이 너무 맘에 들었던 사회와 중년생은 좋은 기분을 좀 더 이어가기 위해 결국 커피와 디저트도 먹기로 결정했다. 티라미수 하나를 나눠 먹기로 하고 거기에 사회는 카푸치노, 중년생은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결과는 마지막까지 대성공. 특히 티라미수가 일품이었다. 사회와 중년생 둘 다 티라미수는 케이크 쪽보다는 크리미 한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 집이 그랬다. 요리로 배를 채운 뒤 달달한 디저트로 입가심하고 고소 쌉싸름한 커피로 마무리! 완전 행복했다. 떠올려보면 한국에서는 디저트를 잘 먹지 않았던 두 사람인데 여기서는 벌써부터 디저트를 먹지 않으면 섭섭했다. 이탈리아 요리에는 생각보다 단 맛이 없어서 나중에 달콤한 디저트나 커피에 설탕이 더 당기는 것 같다고 중년생은 잠시 생각했다.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졌던 우리의 휴식사(휴식+식사)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엔딩을 맞이했다.

달콤 고소 쌉싸름 완벽한 마무리 (어쩌다 보니 먹방입니다만)

정말 피곤했던 오늘이었지만 맛있는 음식과 휴식으로 충전한 때문인지 조금 걷고 싶어진 우리는 산타루치아 역 왼편에서 시작되는 소위 ‘관광객의 길’에 합류하기로 했다. 아무 정보 없이 역에 내려도 본능적으로 알 수밖에 없는, 물을 빨아들이는 하수구처럼 거대한 인파가 밀려가는 도보 루트. 어제저녁의 가이드 투어에서는 다른 코스를 둘러봤기에 오늘은 이 길을 택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뻔하다고들 얘기하지만 정작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으니까.

골목 양 옆으로 이어지는 상점과 기념품 가판대의 행렬. 사람들은 너무 많았지만 그냥 가는 대로 따라가면 되는, 코스 고민이 전혀 필요 없다는 점이 오늘의 지친 우리에겐 안성맞춤이었다. 사람 구경, 상점 구경을 하며 재미있게 마냥 걷다 보니 어느새 엄청난 규모의 다리에 다다랐다. 다리를 건너는 정면에서 봤을 때, 건너는 길이 두 곳이고 그 사이로 상점들이 있는(운하-상점-길-상점-길-상점-운하 순으로 보이는) 형태의 이 다리는 너무나도 유명한 리알토(Rialto) 다리였는데, 엄청난 인파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상점 사이로 난 계단길을 오르내리는 것처럼 느껴질 뿐, 다리인 줄도 모르고 건너갈 정도로 거대했다.

기념으로 셀카도 찍고 하다 보니 사라진 줄 알았던 피곤이 또다시 몰려왔다. 어제 추위에 떨면서 진행했던 야경투어의 여파 때문인지 아무래도 오늘은 더 이상 무리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3시가 조금 못 된 시각. 우리는 3일 교통권도 활용할 겸 근처 선착장에서 바포레토를 타고 메스트레행 버스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상쾌한 바람과 물살을 가르는 배의 기분 좋은 출렁임. 현지인들에겐 교통수단이겠지만 우리에겐 사실상 한낮의 낭만적인 뱃놀이였다.

배에서 내려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호텔 앞 정류장에 내린 두 사람. 메스트레 역 마트에서 간단히 물과 초콜릿 등을 사고 숙소로 들어가 TV를 켜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일단 좀 쉬고 배고프면 그때 저녁을 먹자고 얘기하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둘 다 깜빡 늦은 낮잠이 들었다. 한두 시간 정도 잤을까? TV에서 떠드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6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어제 늦은 저녁으로 먹었던 중식당의 라면이 또 생각난다는 사회. 오늘 역시 쌀쌀했기에 중년생도 국물이 당기던 참이라 같은 가게를 찾았다.

이틀 연속 방문한 중식당 창가 자리 (어제와 똑같은 라면 사진은 생략)

꿀꺽꿀꺽. 후루룩. 캬~ 추위와 배고픔 모두가 가시는 맛에 칼바람으로 벌게진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분명 피곤했는데 먹고 나니 또 반짝 충전 완료된 사회와 중년생. 몸이 살만해지니 도보로 10분 정도 가면 있다는 대형 마트가 궁금해졌다. 목적지의 이름은 인터스파(Interspar).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시각이라서 다행이지 생각보다는 걷기에 후미진 길을 지나 대형 마트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엄청 큰 마트였다.

“우리 내일은 여기서 장 봐서 호텔에서 저녁 먹어도 되겠다.” 사회가 말했다. “좋네. 내일은 가이드가 말했던 가성비 화이트 와인도 찾아서 사자.” 중년생이 답했다. 한 바퀴 둘러보고 우리가 산 것은 별 거 없었다. 사회가 신을 양말과 중년생이 필요한 가글 하나가 전부였다. 이미 저녁도 먹었겠다, 오늘은 탐색전이었기에 굳이 무겁게 이것저것 살 이유도 없었고,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빨리 호텔로 복귀하고 싶은 탓도 있었다. 돌아가는 밤 길은 추웠지만 내일 일정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하다 보니 금세 호텔 앞이었다. 씻고 누워서도 논의는 계속되었다. 오늘 하루를 휴식하며 보냈으니, 모레 저녁까지가 기한인 바포레토 3일권을 알차게 쓰기 위해서라도 내일은 분발해야 했다. 최종적으로 근처 다른 섬에 다녀오기로 합의를 하고, 우리는 따뜻한 보금자리로 몸을 던졌다. 쑤시던 근육이 천천히 이완되며 침대와 한 몸이 되어가는 느낌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고단했지만 나름 쉼이 함께했던(실은 먹방 같았던) 우리의 하루는 우주보다 깊은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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