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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Sep 23. 2019

첫사랑에 대한 상상과 현실.


"그래. 인터넷에도 그렇게 나온다니까. 검색해봐."

 일을 하던 도중 괜스레 시작한 옛날이야기에는 점점 어릴 적으로 이어지더니 초등학생 시절까지 내려갔다. 그러고는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 학교 폐교됐다고 하니까."

 십여 년 넘게 졸업을 하고 떠났던 어린 시절의 동네의 초등학교가 폐교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기분은 참으로 묘했다.

 어린 시절 6년을 그 학교에서 친구들과 지내며 공부했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폐교가 되는 게 아니라 이미 폐교가 되어 있었다니. 옛날 일이라서 아무렇지 않기도 하다가 괜히 서글프기도 했고 꽤나 기분이 묘했다.

 내가 알던 그 학교가 있던 동네는 많이 낙후된 곳이었다. 달동네나 다름없었고, 번화가로 나가려면 반드시 버스를 타고 가야 했기에 사람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입학생도 줄어든 그 학교는 한 해에 두 자리 수의 입학생이 나오지 않아 폐교를 선택한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그 달동네는 단순한 낙후된 주거지가 아니라 관광지로 변경되어 발전되고 있었다.

 떠난 사람은 이미 떠나고, 계속 살던 사람도 불편해서 떠나고 있는 동네가 되어 버렸다.



 나는 그곳을 다시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나는 잠깐 생각을 하고 휴대폰을 집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을 보여주는 게 어찌 생각해보면 나름 특별한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음 해에 나와 결혼할 그녀에게 그곳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좋지. 나 예전에 간 적이 있긴 있었는데."

"뭐? 언제? 말하지."

"그때는, 너 만나기 전이니까."

 괜히 누구와 그곳을 간 건지 신경 쓰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했는지, 그녀는 예전에 사진 찍기 위해서 동아리 사람들과 같이 갔다고 말해주었다.

"그럼 이번 주말에? 날씨도 좋으면 좋겠네."

"그래. 그때 차 가지고 집 앞으로 갈게."

"알았어~"



 나는 주말이 되어 운전대를 잡아 그녀를 데리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곳까지 들어가는 길은 상당히 좁고 환승도 계속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건 운전을 하면서 앞서가고 있는 버스 안의 꽉 찬 사람들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여기가 이렇게 바뀌었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기에 뭐가 있었는데?" 그녀는 물었다.

"글쎄 그냥 벽이었던 것 같았는데, 이게 주차장으로 바뀌었네."

 그 지하주차장은 조금 올라가야 하는 학교 운동장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렸을 땐 이 주변에서 버스를 타고 번화가에 놀러 가기도 했고 학원을 가기도 했다.

 나는 그녀를 먼저 내리게 하고 주차를 하고 다시 올라왔다.

 주변에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끌벅적했다. 대부분 내지인밖에 없었던 동네였기에 서로의 얼굴을 다 알 정도였는데, 이제는 외부인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녀는 나의 팔에 팔짱을 끼고 그 안을 같이 걷기 시작했다.

"여기에 원래 건물이 있었어." 나는 한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면 엄청 좁았을 것 같은데."

 분명 차 하나가 들어오지 못할 곳이었다. 들어올 수는 있었지만 반대편에서 차가 들어오면 다시 주차한 곳이나 차가 들어왔던 곳으로 완전히 되돌아가야 할 만큼 좁은 곳이었다.

 그 부분에 있던 건물들은 철거되어 길이 확장되어 있었고, 벽 쪽에는 벽화 같은 장식들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쪽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우리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지나갔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한쪽에서 멈추기도 했다.

"여기에는 옛날에 내가 살았던 집이 있었는데."

"아, 정말?"

 지금은 동네 주민들이 사용하라고 설치해둔 운동기구가 놓여 있는 곳이 되어 있었다. 그 집은 마당에 화장실이 따로 있는 바람에 그곳을 통해서 도둑이 우리 집에 들어온 적도 있었다.

 나는 그런 이야기까지 하나하나 다 말해주었다.

 그녀는 나에게 맞장구를 쳐 주듯 다 들어주며 반응해주었다.

 이전과는 많이 다른 게 씁쓸하기도 하면서 기쁘기도 한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예전엔 내 어린 시절에 뛰어놀던 곳인데, 관광객을 위해서 그 모습들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아서 그것도 왠지 기분이 좀 그랬다.

 우리 가족이 살던 집도 없어졌고, 친했던 친구의 집도 사라지고, 그때의 뛰어놀던 동네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었고, 내가 알던 친구들도 여기에 살고 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처음으로 사귀었던 친구.

 크게 싸워서 부모님이 찾아오게 한 친구.

 취향이 비슷해 매번 같이 놀기도 한 친구.

 친구라고 하기엔 말 한 번도 섞은 기억도 나지 않는 친구.


 그리고 그렇게 어리다고 한들, 처음으로 좋아했던 친구.

 그게 이성적으로라고 해야 할지 어떻게 분간할 수 없는 시기였다.



"이쪽으로 돌아서 갈까?"

 우리는 거의 한 바퀴를 돌았다. 사진을 찍는 것도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 그저 눈에만 담았다. 그러다가 가보지 않은 마지막 길을 향했다. 그곳은 또 주차장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했다.

 그쪽에는 급격하게 경사가 낮아지는 길로 이어졌다가 빽빽하게 붙어 있는 건물들을 끼고 다시 급격하게 경사가 높아지는 길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길에 오르면서 한 건물을 바라봤다.

 여전히 그 건물은 있지만, 그것 또한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 집에는 그 시절에 처음 좋아했던 그 아이가 살던 집이었다.

 그때는 뭐가 뭐 때문에 좋았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것도 그렇게나 어린 나이에 말이다. 그게 정말 좋아하는 거라고 말을 할 수도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기억이 있었다.


 이제 시간이 지난 만큼 그 아이도 성숙한 여성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사람들과 사랑을 하고, 어쩌면 어떤 사람과 이미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사람의 삶을 살았고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상을 또 하게 되었다.

'걔는 이미 결혼하고 잘 살고 있으려나.'


 아마, 이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내가 남겼던 나의 옛것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서, 역시 뭔가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출처 pngtree


 우리는 6시가 다되어가자 주변에서 먹고 가자는 의견을 종합했다.

"저기 중국집 말곤 안 보이네. 죄다 분식집 아니면 카페들 뿐이야."

 주변에는 온통 관광객들이 잠깐 머물고 가도록 꼬치구이나 카페 기념품점 같은 것 밖에 없었다.  

"중국집은 좀 별로 안 내키는데, 그냥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먹을까?"나는 반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차는 빼서 가야겠지?"

 하지만 다른 관광객들도 마찬가지인지 전부 차를 빼려고 줄을 서던가 번화가로 나가려고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갈 거면 좀 더 일찍 움직였어야 했다.

"저쪽에 조금만 내려가면 식당들이 있긴 하던데, 그냥 거기서 먹을까?"

"어떻게 알아?"

"운전하면서 올라올 때 있는 걸 봤어."

 그리고 그녀는 잠깐 생각을 하고 기다리는 사람을 보더니 그게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15분 정도 다른 쪽으로 걸어가 한 정식집을 찾아 그곳에서 식사를 했다.

 마치 테이블에는 시골에 온 것 마냥 수많은 반찬들을 올려주셨고, 그녀도 나도 먼저 사진을 찍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 그녀를 그냥 그 식당에 앉혀 놓고 나는 말했다.

"이제는 사람도 없을 테니, 내가 차 가지고 이쪽으로 올게."

"아냐. 같이 가."

"뭐하러, 다리 아프게 나중에 반대쪽으로 나와 있어."

 그렇게 그녀를 두고 혼자 다시 주차장 쪽으로 다가왔다. 다시 생각해 보니 학교는 자세히 보지도 않았다. 이제야 학교 때문에 왔다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그만큼 어릴 적의 추억을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대부분 빠져나가 있었고, 나처럼 다들 한가하게 차를 하나둘 씩 빼고 있었다. 더 이상 버스를 타는 곳에서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지 않았다.

 나는 주차장에 차를 빼려고 다가가자 한 직원이 나타나 말을 걸었다.

"차 빼려고 하시는 거죠?"

"네? 네."

"차종이랑 번호 알려주세요."

"네? 왜요?"

"아. 원래 이 시간에는 저희들이 지상까지 빼드려요. 원래 이랬는데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아. 그래요?"

 나는 차종과 번호를 알려주며 차키를 넘겼다. 그리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직원은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주변을 돌아보았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내 어린 시절에 남겼던 것들이 그다지 남아 있지 않아 반갑다기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남았다. 더 이상 나의 옛것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도중, 한 초록 마을버스가 내 앞에서 멈추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릴 수 있게 뒤로 멀어졌고, 그 안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탑승객 역시 많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래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 사람은 땅에 착지를 하는 동시에 정면에 있던 나를 인기척에 쳐다보았고, 바로 자기가 가야 할 곳으로 시선을 돌리려다가 나와 다시 눈을 마주쳤다.

 그런 모습을 나 또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눈을 마주쳤다는 것을 나 또한 인식했다.

 그 순간은 어째 서로가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기도 했다.


 지금 눈을 마주친 이 사람은 그 사람은 그때 그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 짧은 순간에 서로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저 거기에 가만히 서 있었고 나를 바라보다가 괜히 다른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발걸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 또한 인사를 해야 하는 건지, 말을 걸어야 하는 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래서 그렇게 어릴 적이라고 한들, 첫사랑이라는 건 나름 특별한가 보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 대신 이렇게 말했다.

"너 아직도 여기서 살아?"

"어. 그렇지."

 그녀는 20년이 넘도록 이 곳에서 여전히 살고 있었다.

 

 낯선 목소리였다.

 상상했던 목소리와는 꽤나 달랐다.

 예전에 우연히 그녀의 SNS로 그녀의 사진을 본 적은 있었지만, 풋풋했던 그때와는 역시 또 달랐다. 애초에 사진과 실물이라는 것 느낌 자체가 다르다.

 그녀는 힐이 높은 구두를 신지 않고 있었고, 생각보다 볼살은 많아 보였다. 어째서 인지 모자를 꾹 눌러쓰고 있는 느낌이 강해 보였고, 어렸을 때는 없던 쌍꺼풀도 있었다. 안경은 더 이상 쓰고 있지도 않았고 포니테일을 자주 하던 머리가 아닌 단발머리로 유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옛날의 기억과 사진으로 봐왔던 그녀의 모습에서 이어진 상상과는 달랐다.


"여긴 어쩐 일이야?"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나는 뒤쪽에 있는 학교를 가리키며 말했다.

"학교가 폐교됐다고 하길래. 괜히 그리워져서 한번 와봤어."

"아. 올해 봄해 그랬어. 그런다고 한들 어릴 때 애들이 와서 만나게 되는 건 네가 처음이네."

"그래? 다른 애들은 여기에 안 살아?"

"잘 몰라. 나도 그렇게 연락을 잘하는 건 아니라서, 아마 아직도 사는 애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여길 떠났을 거야."

"그래?"

"그래. 너도 여기에 나간 것처럼 말이야. 솔직히 여기, 다른 곳에 일하면서 왔다 갔다 하기 힘들거든. 반드시 환승을 해야 하는 교통편이기도 하고. 차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관광객들 때문에 들어오기도 어렵고."

"많이도 바뀌었네."

 뭔가 더 말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뭐하고 지내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여러 가지 묻고 싶은 건 많지만 그게 너무 어려웠다. 뭔가 그런 질문을 해도 괜찮은 건지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넌 어때? 잘 지내?"

"잘 지내지. 그냥 뭐 평범하게 잘 지내지."

"그래? 다행이네."

 그런 수준이었다.

 그녀가 자세하게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은 느낌은 있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고 그녀 또한 그런 기분인 것 같아 보였다.

 좀 더 어려서 만났더라면 그런 질문을 하는 게 마냥 어려웠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만큼 나이도 먹고 시간이 지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 왔어?" 그리고 그녀가 다시 물었다.

"아니. 여자 친구랑 왔어."

"아, 그래. 여자 친구."

 그리고 뭔가 적막이 이어졌다. 아무리 주변에 사람이 줄었다고 한들 주변에 이것저것 소리가 들려야 할 텐데 왜 이렇게 조용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빨리 그 직원이 올라오기를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먼저 말을 꺼냈다.

"나 내년에 결혼하거든."

"아. 정말?"

"응. 내년 봄이 오기 전에."

"축하해. 너도 결혼을 하는구나."

 그 말은 그녀는 아직 예정이 없는 건가 싶었지만, 그것 또한 실례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뭔가 편안해진 듯한 한숨을 쉬었다.

"애들이 다 결혼을 하네."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으며 말했다. "그거 알아? 다른 애들 중에는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는 애를 가진 애들도 있다?"

"아, 나 그거 옛날에 SNS로 봤어. 군대에 있었을 때인데 이미 갓난아기도 있길래 깜짝 놀랐어."

"뭐야. 너는 다른 애들하고 연락해?"

"아니 그냥 우연찮게 사진 같은 걸 보게 되어서. SNS가 그렇잖아."

"그렇지. 그런 소식을 들으면 신기하기도 해. 뭔가 묘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녀의 발끝은 다른 쪽으로 향했다. 시선은 내쪽으로 향했지만, 그 모습이 곳 이별을 뜻하는 것으로 느꼈다.

"그래도 오랜만에 봐서 신기하고 반가웠어. 생각지도 못했네."

"나도."

"청첩장은. 따로 안보 내줘도 괜찮아. 결혼 축하해."

"아냐 보내줄게."

"이제 와서 뭘.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보고 싶지는 않아."

"...그래?"

 그녀는 나를 빤히 보더니 고개를 돌려 말했다.

"농담이야. 나쁜 뜻으로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근데 정말 청첩장은 안 보내줘도 돼. 결혼식 잘 이뤄지길 바랄게."

 왠지, 그녀의 살아온 지난 일들에 대해 알고 싶은 순간이기도 했다.

 뭔가 마음속 어딘가가 아파하는 것 같아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에 옛일에 대해서, 현재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을 수는 더더욱 없었다.

 나는 그저 간결하게 대답했다.

"고마워."

 그렇게 그녀는 손 한번 흔들더니 여전히 그녀가 여전히 사는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오늘 치맥이나 해야겠다."라는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를 들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조금 더 지켜보았다.

 첫사랑이었던 만큼 어떤 모습 을지, 어떻게 행복할지, 어떤 생활을 할지 늘 궁금했고 상상해왔다.

 그녀의 모습에 무언가 실망을 한 건 아니었다. 그만큼 기대라기보다는 내 멋대로 상상했던 만큼 어긋나서 어색함이 남을 뿐이었다.

 언젠가 그 애가 성인이 돼서 만나게 된다면 뭔가 특별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왔지만, 별 다를 건 없었다. 비록 아주 어린 시절이라고 한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게 어떤 건지 알게 해 준 상대이기에 만나게 되면 뭔가 남다르지 않을까 하기도 했지만, 그런 상상도 역시 빗나가 있었다. 다른 동창생들과 만나는 것과 거의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 같았다.

 애초에 그래서 되지도 않는 입장이었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모습에 내가 어쩌고 저쩌고 할 입장은 전혀 되지 않는다.


 이미 옛 모습의 상상을 등지는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차 주인분!"

 그리고 타이밍 좋게 직원이 내 차를 가지고 왔다. 일부러 이렇게 시간을 맞춘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그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는 자의로 이 곳에 또 올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내가 그렸고, 기억하는 것들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 이상 그리울 것 같지 않았다. 그때의 그녀도 그렇고 말이다.


 그리고 나를 찾는 여자 친구의 전화벨이 울렸다.

"지금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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