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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Feb 23. 2019

좋아하는 사람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은 이기심에서

본문은 책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이지만, 수정을 거쳐서 다소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https://brunch.co.kr/publish/book/2216




 나는 내가 연애를 해 봤던 사람들을 떠 올리면,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었을까?"

 그런 고민을 시작할 때면,

 내가 그때 그 사람을 왜 좋아했던 건지 알 수 없을 때도 있었고. 정말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보면, 진심이 담긴 사랑을 해 본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그건 사랑을 하던 그 순간들이 행복했었고, 이렇게 떠올리기만 할 수 있을 과거의 사랑이 될 거라고는, 그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며 되짚어 보곤 했다.


 그건 나의 성격의 문제인지 친구를 사귀는데도, 숫자가 적지만 깊고 찐한 친구들보다는 그렇게 친하지 않아도 두루두루 여러 친구들을 두는 편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많이 사귀다 보니, 이성을 만나는 경우도 당연시되었고 그 숫자도 많아지다 보니 나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들도 생겼었다.

 그래서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런 소식이 나올 때쯤에는 다른 이성이 그런 말을 하곤 했다.

“나는 우리가 썸을 타는 줄 알았는데, 이러니까 썸 같은 게 거지 같다니깐.”

 아마 내가 친근하게 대하는 게 관심이 있는 걸로 오해를 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내가 누군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니까 좋아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그런 마음은 생각보다 사랑에 빠지긴 어려웠었다.

 

 그런 나로서는, 그만큼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가벼운 편이었고 그저 연애를 했다고 할 뿐, 사랑을 했다고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을 땐 좀 더 조심하기도 하고, 조금씩 다가가고 싶기도 하고, 더 아끼고 잘해주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드디어 생겼다.

 나 보다도 어른스럽고 어려울 땐 기대고 싶게 만드는 사람.





 처음 만났을 땐, 그는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나이가 그리 적지도 않았음에도, 연애를 한지 오래됐음에도 누군가를 소개해달라고 하던가 연인을 만들려고 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다가가도 차일 것 같기도 했기에 나는 그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오빠는 연애 안 해요?”

 그 질문에 그는 살짝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보니까… 이제는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뭔가 살짝 돌려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연인도 없고 여자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다가가려고 하다 보니 다르게 생각해 보았다.

'아니. 오히려 연애 감각이 엄청 둔해져 있으면 신호를 보내도 모르지 않을까?'


 그런 감정과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그냥 편한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는 사람에서 관심 있는 사람으로 바뀌다 보니 내 행동 자체에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어떨 때에는 친근함보다는 어색함이 더 강하게 다가오기도 했고, 평소에는 단 둘이서 잘도 먹던 밥도, 부드럽게 잘만 녹았던 회도, 체하게 만들 것 같았다.


 그런 분위기도 그도 느낀 것인지 괜히 이것저것 말을 걸었다. 나는 그게 미안해서 내가 말을 걸기도 했다.

"뭔 일이라도 있냐? 요새 왜 이래?"

"뭐가요?"

"뭔가 사람이 변한 느낌인데?"

 당연한 반응일지도 몰랐다.

 오빠 동생으로 잘 지내던 관계에서, 내가 그런 관계로만 있고 싶은 게 아니다 보니 애매해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어색함을 느낄 바에는 원래대로 잘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해야 했어야 했다고 느꼈다.


“그러고 보니, 너는 왜 연애 안 해?”

 그는 그렇게 물었다.

 나는 그를 쳐다보면서 물을 홀짝 넘기고 말했다.

"저 솔로 된 지 100일도 안됐거든요?"

"솔로 된 지 몇백 일이 지나야 연애를 할 수 있는 거냐?"

 그러면서 그는 웃어댔다.

"오빠는 대체 얼마나 오래됐는데요?"

"엄청 길지. 숫자 세기 어려울 만큼?"

"소개팅도 안 해요?"

"뭐, 딱히 주변에 소개해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리 친구가 많은 게 아니라서."

 나는 순간 말실수를 한 게 아닐까 싶었다.

 혹시라도 그가 갑자기 나에게 아는 여성을 소개해달라고 말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하지만 다행히 다른 말이 돌아왔다.

"그래서? 왜 연애 안 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예요."

"왜 못해? 인기 엄청 많던데. 초인싸잖아~"

"인싸는 무슨."

 살짝 답답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뭔가 답이 눈 앞에 있는 데 무엇 하나에 가려져서 알 수 없는 것처럼, 풀 수 없는 문제를 눈 앞에 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눈의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가 않아서.”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럼에도 그는 들은 모양이었다.

“왜 좋아하는 것 같지가 않다고 생각해?”

“그냥, 자신감의 문제이기도 한 거 같아요.”

“자신감…”

 그리고 그 와중에 서비스라고 하면서 구워진 조기가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그 이후에는 어색함을 날리기 위해서 늘 메시지를 주고받으려 노력했다.

 나는 그게 정말 좋았고, 좋은 시도라고 판단했다.

 그는 한창 일하는 중이 아니라면 바로바로 나의 메시지에 답장을 해 주었다. 그게 답답하지 않아서 좋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와의 대화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내가 보낼 답장을 그의 모습을 생각하니 더욱 기분이 좋기도 했다.

 한 번은 왜 이렇게 답장이 빠르냐는 말을 했더니, 딱히 나 말고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이 잘 없다고 했다. 그게 어째 뭔가 특권을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착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행동으로 보여주니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매일 연락을 하기도 하고, 그도 나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것 같았고, 물론 나도 그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던 건 아닌지 틈틈이 폰 화면을 들여다보곤 했다.


 카톡!

 나는 그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소리에 바로 반응을 하고 폰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읽는 동시에 바로 답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어디 단 둘이서 술 먹기 좋은데 알아?"

 나는 메시지를 입력하는 도중, 순간 뇌가 멈추었다.

'지금 이거 나랑 같이 가려고 그러는 거…지?'

 뭔가 김칫국을 마시는 듯 하지만, 이렇게 물어보았다.

"단 둘이?"

"어.. 좀 분위기 괜찮은 곳."

"그걸 나한테 물어요?"

"나, 그런 거 잘 모르는 거 알잖아."

 그는 술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었기에, 그런 쪽은 잘 모르기도 했다. 그래서 늘 내가 아는 곳을 갔었다.

 그렇다고 그런 걸 나한테 묻나 싶었지만, 둔한 그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갈 곳을 상상하면서 이것저것 알려주곤 했다.



 연애를 한지 오래되어서 방법을 모르겠다는 그.

 그렇기에 내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그와 썸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도 분명 나에게는 최소한의 ‘관심’은 있지 않을까…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영화를 보러 가자고 제안을 해보기로 했고, 메시지를 입력하는 순간, 어째 이번에는 바로 답장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고민을 하고 답장을 줄 것 같은 모습이 떠올라서 괜히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러니 더 용기를 내서 그를 마주하고 말을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으로 그의 직장 앞으로 가는데, 그가 마침 어떤 여자와 단 둘이서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직장동료인가 싶었지만, 그동안 바라봐 왔던 그의 얼굴은 그녀에게서 뭔가 불편함을 느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뭔가 어색한… 어정쩡한 느낌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듯한 묘한 느낌.

 나는 그런 모습을 숨어서 본 게 아니기에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를, 그는 발견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서 그는 그녀를 보내고 나에게 걸어왔다.

 살짝 놀란 듯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잘못하다가 걸린 듯한 것처럼 느껴졌고, 이 순간만큼은 어째 내가 여자 친구의 입장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내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마주하는 게 기분이 나쁜 것처럼.


“누구예요?”

 나는 인사보다도 먼저 그런 말을 했다.

“아… 그게.”

 표정 그대로 곤란해 보였다. 조금 사정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확실히 알고 싶었다.

“옛날 여자 친구. 꽤나 오래 사귀었었던.”

 생각보다 솔직한 말에 놀랐다.

 그런 말을 나에게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건지, 정말 그렇다면 조금 우울함이 들기도 했다. 어느 정도 썸을 타는 듯한 여자에게 그런 과거를 얘기해도 상관없는 건지. 뭐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의 생각이지만.

 


 그는 여자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남자였다.

 여자를 아는 것보다는 첫사랑이자 옛 여자 친구인 그녀를 잘 아는 남자였다. 무려 7년이나 만났다고 하는.

 워낙에 오랜 기간 동안 한 여자만 사랑했고, 한 여자에 대해서만 알아오다 보니까, 연애를 시작하는 방법도 여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낯설었던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의 해석이 되겠지만.


 그 7년이 뭔가 패배감이 들게 만들 정도로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서로 잘 연락을 했고, 다시 한번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하려고 했지만, 거절을 당했다.

 시간을 내어주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제안한 날짜에 그가 야근과 늦은 시간의 선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요일에 만나자. 금요일 저녁. 뭔가 여러 가지 얘기하고 싶네.”

 나도 그러자고 했다.

 그래도 우리 사이의 관계가 진전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와의 약속을 잡지 못한 날에는 다른 친구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최근에는 그만을 기다리고 생각하다 보니, 다른 친구들을 어울릴 생각도 못했다. 술을 마실 때도 그와 함께 아니라면 대부분 혼자서 마셨던 것 같았다.

"그래 최근에는 혼자서 포장마차에서 마시기도 했어."

"오호~ 대박. 혼자서?"

"거기서 다른 손님들이나 사장님이 말 걸어줘서 괜찮던데."

"클럽 가서 춤추고 다닐 땐 언제고."

"하도 그래서 이젠 골반이랑 무릎이 다 아파."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생각보다 더 반가웠다.

 역시 자주 보는 것보단 오랜만에 보는 게 뭔가 더 각별했다.

"그럼 어디 갈래? 가던데 갈까?"

"그래 그러자."

 우리는 조용히 수다를 떨면서 가볍게 술 한잔 하고 싶었다.

 평소에는 소주가 좋았지만, 어째 흑맥주가 생각이 났다.

 그러면 바로 떠올리는 곳이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 내가 추천해 준 곳이었는데.'

 한쪽 벽을 완전히 오픈을 했음에도 조용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맥주집이었다.

 흑맥주를 판다는 것을 알리는 건지, 인테리어도 갈색과 검은색으로 어우러져 조명 아래에 있으면 괜히 분위기에 이끌리게 되었다.

 그리고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준 것처럼. 그 가게 안에는 그와 그녀가 있었다.


 그가 나에게 물은 '단 둘이 술 마시기 좋은 곳'은 이곳이고 단 둘의 상대방은 내가 아닌 전 여자 친구였다.


 이전에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던 얼굴이 지금은 한결 자연스러워 보였다.

 어째, 내가 다가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리고 문득 늦은 시간에 있는 선약이라는 게 이거구나 하면서,

‘나는 괜히 끼려고 했구나.’ 하며, 뒷걸음질을 했다.

 


 다시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다시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의 모습에.

 그게 내 앞에서가 아닌, 다른 여자의 앞에서 그럴 거라는 게,

 너무 얄밉고 분했고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나는 당연스럽게 그와의 연락이 줄었다.

 그는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대부분 내가 먼저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인지 그도 먼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적어졌고, 이렇게 끝이 나나 싶었다.


 저번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그가 내 직장 앞에 나타났다.

 뭔가, 너무나도 어색했다.

 그건 내가 불편함이 아주 앞섰기 때문이었다.

"뭐야? 안 놀랐어?"

 놀랐긴 했지만, 어색함 때문에 굳은 표정 때문에 그렇게 보인 모양이었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그냥. 오랜만에 같이 밥이나 한 끼 할까 하고."

"아…"

 뭔가 괴로울 정도로 어색했다.

 그걸 그도 느꼈는지. 무슨 말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느리게 입술이 벌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요새 연락이 뜸하던데. 뭔 일 있나 싶어서."

 그 나름대로 솔직한 말이었나 보다.


 내 속에는 배신감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이 사람도, 나에게 마음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오랜 추억이 남아있던 옛 여인에게 끌려고 한다는 게. 그러고도 나를 만나러 온다는 게 순간 싫증이 났다.

 그런 감정이 배신감과 함께 증폭되었다.


 그래서 나는 거짓말을 했다. 자존심까지 섞어가면서.

"최근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요. 좀 그랬어요."

 그리고 정적.

 나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지만, 그의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나에게 똑바랐다.

"아 그래. 너 그런 애였지."

"네?"

 그는 잠깐 당황하면서 손을 저었다.

"아. 아니야. 나쁜 의미가 아니야. 워낙에 주변에서 인기가 많다 보니까.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어.”

 뭔가 희한한 반응이 나와서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내가 말하는 게 진심이 아니었는데,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러니까 저번에 네가 그랬잖아. 자신감… 아마 너는 충분히 자신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

"그게 좀 불안하긴 했었는데…, 그래…"

 그는 나를 그렇게 쉽게 포기했고, 나 또한 거기서 무언가를 더 말하지 못했다.

 무언가에 겁을 먹어서.

 그게 정확하게 뭔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제대로 시작해 보지 않았던 이 관계의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일말의 미련도 남지 않을 줄 알았고, 미운만큼 깨끗하게 잘라내어 잊어낼 수 있을 거라는 순간의 생각에 말을 하게 되었지만, 힘이 들기만 했다.

 하루 가고 이틀이 지나고 한 주, 한 달이 지나도 그와 나누었던 톡방을 보게 되면서 잊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는 아무 때나 그 사람 생각이 나곤 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 듯한 말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리고 괜히 웃긴 척하면서 중얼거렸다.

“핫, 이래서 썸 같은 게 거지 같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다시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다시 또 후회했다.

 이렇게 혼자 숨어서 베개를 젖힐 바에는, 그가 진짜로 그녀가 다시 좋아서 다가가고 있다고 한들,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내 마음을 표현했어야 했다며 후회했다.


 드라마의 악역처럼, 그를 내 것으로 뺏았겠다는 심정으로.


출처 - pixabay





 그는 자신이 없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그녀를 즐겁게 해 줄 사람들이 많았고, 무뚝뚝하고 센스 없는 자신과 대조되는 경우가 많았고, 스스로 위축이 되곤 했다.

 그런 걱정이 있었는지.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할 때에는, 역시나 싶었다.

 애초에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름 괜찮은 관계가 되어가는 줄 알았는데.


"야, 일은 잘 됐냐?"

 한창 두통에 시달리다 보니 반차를 내고 회사를 나왔다.

 그러니 바로 두통이 가시기 시작했다.

 그런 김에 만난 친구는 그 '일'에 대해 물었다.

"뭐, 어찌어찌."

"너도 이상하고 걔도 이상해. 무슨 전 애인한테 돈을 빌려주고 갚고 그래."

"어쩔 수 없었어. 어머니 수술비에 재활비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한 두 푼 모 잘랐던 게 아니야."

"그래도. 굳이 걔한테 빌리고 그랬냐."

"별로 아는 사람도 없고. 애초에 아버지랑 걔네 아버지가 친구거든. 두분도 어렵다 보니 나보고 도움을 청해보라고 한 거지."

 나름 돈을 많이 모았지 않았나 싶었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증발하듯이 나갈 줄 몰랐다. 그것을 실감하다 보니 앞으로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또 하나의 고민이 더 쌓였다.

그래도 이자까지 주지 않아도 된다는 그녀의 말에 가볍게 술이라도 한잔 사주었지만, 그 시기 이후로 뭔가 잃은 게 있다는 느낌이 크게 들어왔다.

"그래 뭐 잘했다. 어쩔 수 없었겠지. 내 것도 천천히 갚아라. 이자 안 칠 테니. 대신 술 사."

"그래그래."


 나는 폰 안에 그녀와 나누었던 수많은 톡 메시지를 살펴봤다.

 아무리 위로 올려도 끝이 없었다.

 참 많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나는 오늘로 마지막으로 톡 방을 한번 살펴보고 내용들을 삭제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도 미련이 남는 걸 보니, 스스로가 안쓰러워졌다.

 그때, 너무 쉽게 포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가 너무 못났다고 생각했다.

"괜히 아직도 생각나네. 좋아해도 표현하기가 서툴다 보니 뭉그적거렸는데. 이렇게나 미련이 생길 거라면, 가로챌 마음으로 더 다가갔어야 했는데."

 자신의 감정만을 앞세우지 못한 자신에 씁쓸함을 느끼고 어렵게 톡방 삭제를 하면서 바깥공기를 좀 쐬기로 했다. 조금은,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그래도 너는 나처럼… 후회하고 있진 않겠지."



 사실 그런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좋아한다면, 마음이 있다면, 정말 가지고 싶다면, 욕심을 내야 했다고.


 말 그대로, 그녀는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그녀에게 맞는 더 좋은 사람이라는 기준은 내가 아니라 그녀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 기준에 내가 맞지 않더라도,

 정말 그녀를 가지고 싶다면,

 욕심을 내야 했다.

 그녀도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열 번 백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을 믿으면서.





 안녕하세요. 우연양입니다.

 드디어 15주에 걸쳐 위클리 메거진이 끝이 났네요.

 처음엔 15주도 적지 않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길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막상 이렇게 마지막화 올리니 금방 지나간 것 같기도 하네요.


 위클리 메거진 '사랑할 때와 사랑하고플 때'는 기존에 있던 메거진에서 전하고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 몇개와 새로운 이야기를 더해서 정리한 메거진 입니다. 

 위클리 메거진이 끝나더라도 기존에 진행했던 메거진에서 다시 이어질 예정입니다.

 



 마냥 짤막하거나 감성적인 에세이보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소설처럼 글을 쓰고 싶었는데, 잘 되었는지 잘 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네요 ㅎㅎ;


 그런 글들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글에서 뵈요.





이 글은 아래의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에 수록되어 있는 글이지만, 수번의 교정이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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