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양 Jan 26. 2019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어 간다는 것.

아래의 글은 책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에 담겨져 있지 않는 글임을 미리 알립니다.





 만약에 자신에게 연인이 있다면,

 그 연인이 아주 먼 거리에 있어서 자주 만날 수가 없다면,

 또는,

 비록 나를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계속 함께하고 싶고,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이 곁에 없다면.

 그런 어려움들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그 거리만큼, 그 만나지 못한 시간만큼 마음의 멀어진다고 말이 있다.

 그런 말처럼 '장거리 연애'라는 어려움을 겪는 연인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대부분이 원치 않았던 상황이기에 서로 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야 기다릴 수도 있고, 참을 수도 있고, 용서하기도 한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느끼는 거리감처럼.

 시간적인 문제로 생기는 어려움도 있다.


 보고 싶어도, 데이트하고 싶어도, 시간이 되지 못해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


 내가 요리사이기 때문인지, 요리사가 그런 부분을 잘 느끼곤 했다.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 일본이나 중국 또는 더 멀리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공부를 하러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요리를 업으로 사람들에겐 좀 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요식업이라는 사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는 주말에 손님을 더 받고 회전율도 높여야 하며, 그에 따른 매출도 많이 들여야 하기 때문에 제일 한가할 평일 말고는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 어렵다.


 그런 생활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다수가 자신은 사랑을 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을 한다. 자신의 사업에 시간을 투자하고 그 외로 타인은 물론 사랑하는 연인에게 투자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누가 날 좋아해 주겠냐.”

 그러면서 지금 연인에게 모든 것을 맞추려고 하기도 하고, 그럴 사람도 만나기 어려워서 좌절감에 아예 연애를 꿈도 못 꾸는 사람도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시간을 내기 어렵고,

 그에 따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

 그보다도,

 누군가를 만나기도 어렵고, 사랑하는 사람 자체를 만드는 것도 어렵다.

 "시간이 없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다."

 라는 말은 결코 단순한 변명이나 핑곗거리로 끝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자신을 계속 사랑해 주기를 애처롭게 버티는 사람도 주변에 적지 않았다.

 




출처 pngtree

 그는, 처음엔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몇 달간은 정말 후회만 했다.

 하루에 주문을 10개도 못 받는 경우도 있었고, 첫 사업을 분수에 맞지 않게 큰 규모로 시작한 게 잘못이라며 고개만 숙였다.

 감당하기 어려운 월세에, 주방에 비해선 넓은 홀의 크기 때문에 필요했던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들.

 그 결과로 직원들에게 월급 조차 주기 어려웠고, 다 떠나보내고 주방에는 그 혼자만 남아 일을 해야 했다.

 결국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를 도와주기로 했다.

 회사를 다니는 어려움도 있었고, 그 처럼 나 또한 창업을 꿈꾸는 입장이기도 했기에, 서로가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그는 나에게 월급도 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다가온 마이너스 실정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이 상상했던 미래와는 너무나도 다른 현실에 눈에 활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괜찮아. 좀만 더 버텨보자. 잘 될 거야."

 나는 그렇게 위로를 했고, 위로가 되길 바랐다.

 그렇게 서로가 옆에 있어주면서, 서로가 같이 잘 해내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어쩌면 그런 위로는 그에게 하면서 나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손님이란, 알 수 없는 상대였다.

 어떤 날에는 아르바이트나 직원을 더 뽑아야 할 정도로 바쁜 날이 계속되기도 했고, 그 정도까지 매출이 오르다 보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둥 매출이 하락세를 보일 때도 있었다.

 그렇기에 직원을 더 뽑기도 애매했고, 인건비를 아끼자니 바쁠 땐 음식의 퀄리티곤, 우리들의 체력이곤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버티다가 영업 도중에는 링거를 맞으러 가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다는 게, 계속 반복될수록 안쓰러워지기도 했다.

 그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가,

 서로의 힘든 모습을 지켜본다는 게 위로가 될 수도 있지만,

 위로라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의 과정을 참는 게 정말 힘들다는 것을.


 위로를 한다고 한들,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무기력함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좋아하고, 행복하고자 마주하는 데도,

 이렇게 힘든 모습을 봐야 한다니.

 그런 생각은, 적어도 나에겐 괴롭게만 만들었다.



 그러다가 그는 그런 말을 했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니고,

 그저 '지친다'는 것에 취해서.

"좀 더 고생해달라고, 말하면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거지? 그렇다고 어디 가라는 말도 못 하겠고. 어느 쪽이든 이기적인 거구나."


 그 말에 어쩌면 우리는 사실, 그다지 서로가 잘 맞는 사이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날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기로 인해, 운영하는 일에 더 시간을 투자하게 만들었고, 그러면 나의 개인 시간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투자할 시간도 사라진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내가 나름의 내조를 한답시고, 직장을 그만두고 그를 돕는 순간, 어쩌면 그것 자체가 그에게 부담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 때문에 레스토랑을 계속 운영해야 했었기 때문에 지금이 이렇고, 반대로 진즉에 그만두고 다른 일을 다시 시작했다면 좀 더 잘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간 줄 알았던 그는 영업을 마치고도 가게로 돌아와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의 주량은 소주 2병임에도 이미 빈 소주병은 3개가 있었고, 4병째를 기울이고 있었다.

 히터가 틀어져 있음에도 추운 건지, 어깨를 움츠리고 허벅지 사이로 양손을 겹쳐 넣어서 따뜻함을 호소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왜 가게 안에서 혼자 술판을 벌리고 있어?"

 그는 순간 착각했었다고 번쩍했다.

 분명 포장마차 같은 데 인줄 알았다고 말하는데 어지간히도 취한 모양이었다.

"내일이면 또 여기서 붙어 있어야겠지~?" 그는 말이 조금 늘어졌다.

"뭐? 내일도 일해야 하니까. 그래야지."

"저번에 일본이랑 베트남 여행도 가고 싶다고 했었잖아."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그래.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그는 들어있지도 않은 소주병을 소주잔에 부으려고 기울였지만 유리끼리 부딪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저번에 점쟁이가 궁합이 좋아서 사귀고 1년도 안돼서 결혼할 거라고 했는데, 참내. 무슨 3년이 다 지나가려고 하고 있는데."

"취한 거 맞아? 옛날 일을 기억하네."

 나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땐 연애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는데, 그의 말 때문인지 갑자기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 상상을 하기도 전에 그는 불쑥 말했다.

"우리 이렇게 계속 만나도 되는 걸까?" 그는 테이블에 엎어졌다. 그럼에도 눈은 살며시라도 뜨여있다.

"뭐?"

"나 잘못 만나서, 성공할 수 있는 보장도 없는 놈 만나서. 네 직장, 시간 다 날려버리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뭐?"

"이제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래. 사람 사는 거, 미치도록 노력해도 더 살기 힘드니까. 현실이라는 게 그러니까. 내가 괜히 네 인생을 나한테 끌어들인 건 아닌가 해서."

 나는 그저 듣기만 했다.

 그건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부담을 줬기 때문에 내가 괜히 그의 인생에 끼어든 게 아닌가 했던 생각들처럼,

 사실 입 밖으로 내밀어 확인해 볼 수 없었던 말들과 진심을 술로 인해 듣게 되었다.

 그 또한 나를 생각하면서, 나를 위한 걱정, 나를 위한 애정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런 건 그의 미련이나 집념이라기보다는,

 그런 마음들을 알게되고 내 가슴속에 세기게 되는 것이, 그 사람과 내가 점점 맞춰져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을 알아야, 내가 다시 감싸 안아 줄 수가 있으니까.


 진즉에 이렇게 털어놨으면, 이런 말을 듣는다고 한들, 속이 괜히 쓰라리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건

 서로의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듣는 것만으로도 다시 굳세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말이 들어올까 봐 무서웠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래도. 제발. 내 옆에서 계속 있어주라."

 그리고 처절하게 말했다.

"나 같은 거 좋아해 줄 사람, 너 밖에 없어."

 내가 하고픈 말을 똑같이 해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




 그녀의 그런 이야기를 듣고 귀를 기울였다. 이미 결과를 아는데도.

"그래서요? 그때 선배가 뭐라고 했는데요?"

 나는 흥미가 생겨서 뒷이야기를 계속해주기를 바랐다.

"그게 끝이야."

"네?"

"그러고 바로 자버리더라고."

 그날의 그의 혼잣말은 선배만 기억하고 있었다. 당사자는 필름이 끊겼었는지 아무런 기억을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여전히 요리를 하고 손님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런 말을 들으면 속이 좀 쓰라릴 것 같은데요?" 나는 뻗었을 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좀 오그라들 것 같기도 하긴 한데."

"남자 친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안쓰럽고 하잖아요. 그걸 못 보고 못 견뎌서 헤어지는 커플들도 얼마나 많은 텐데요."

"그렇겠지?"

"그럼요. 아마 그 과정 속에서, 이 사람을 떠나면 과연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여러 번 생각해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거고."

"현실적인 계산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되지 않으니까 문제지."


 그리고 우리 둘은 마지막으로 물 한잔을 다 들이키면서 자리에 일어났다.

"연애가 끝나고 결혼하고, 서로 상대방 어른들에게도 신경 써야 하고, 후에 아이도 낳고 양육하고, 계속 돈도 벌어야 하고, 그 돈을 또 가족한테 쓰고. 후에 더 어려운 것들이 그렇게나 많이 쌓일 텐데, 이 정도로 무슨."

"그러면 그런 말들을 좀 남자 친구한테 하고 좀 안심시켜요. 나 옆에 있다. 계속 있다. 안 간다 이렇게."

 나는 그가 항상 겁에 질려 있는 것 같은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것도 좋지만, 그저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으니까. 그리고 나도 그만큼 그 사람을 위해서 노력할 거고. 답답할지 몰라도 지금은 그거면 된다고 생각해. 그걸 그 사람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서로 잘 맞는 건지, 안 맞는 건지."

"그게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간다는 게 그래. 이해심도 필요하고 표현도 해야 하고. 어려워."

"맞춘다고 애써도 맞춰지는 것도 마냥 아닐 테고."

"사람 사이 관계는 무슨 틀로 완전하게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각자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맞춰 간다라... 배려심 같은 걸까?"

 나는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람은 완벽하게 조절할 수 없는 감정을 가졌기 때문에 좋아하던 사람이 미워질 수도 있고, 미웠던 사람에게 호감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틀로 사람의 관계는 바뀌어 가고, 서로에게 흥미가 있는 사람은 서로가 맞지 않았더라도 서로에게 맞는 틀로 맞추어 겹쳐지기도 한다.

"이 사람은 이런 노래는 좋아하는구나."

"이 사람은 매운 것을 싫어하는구나."

"이 사람은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구나."

"이 사람은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한다.

"기억해야지."

 그러면서 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아마 그렇게 좋아하는 감정이 발전하는 게 아닐까.

 그런 것을 좋아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싶으니까.

 그것 또한 각자의 방식들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이전 10화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