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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Jan 19. 2019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

나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 순간이다.

본문은 책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이지만, 수정을 거쳐서 다소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나는, 내가 면접관이 될 때 면접자에게 그런 말을 한다.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말해 줄 수 있어요?"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얼마나 자신 있는지 확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입으로 자기 장점을 이야기하는 게 부끄러울 수도 있고, 그 이전에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고, 생각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장점을 말했다가 상대방이 자만한다고 오해를 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경우도 있었다.


 거기다가 자신의 단점까지 솔직하게 말을 하고, 그러면서 부끄러워하기도 하는, 눈앞의 사람을 보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잘하네."


 단점은 얼마든지 보완할 수도 있다. 자신의 단점을 부끄러워하거나 겁먹지 말고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은 그 점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그 점으로 인해 실수를 하더라도 잘못한 것을 인정할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건 사실 꽤나 중요한 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인간관계는 물론, 사랑 또는 연애에 치명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더욱 매력적인 사람이 되거나,

 그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거나.




 간호사로 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제일 고난스러운 것은 삼교대.

 3개의 시간대로 나누어서 총 3번 교대해서 하루를 돌리는 시스템.

 아침 낮 새벽.

 이중 한 시간대에서만 하는 것도 아니고 교대로 바뀌고, 또 어떤 때에는 원치 않게 땜빵으로 들어가 안 그래도 엉망인 신체리듬을 더 엉망으로 만들기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체력이 회복되는 한계점이 점점 낮아지는 것 같고, 아침에 퇴근하는 날도 있다 보니 대체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나의 사람, 그 이전에 한 병원의 간호사였다.

 

 통장에 월급은 제대로 들어오면서, 힘든 만큼 꽤나 큰돈들이 들어오지만, 그것 또한 스쳐 지나갔다. 결코 내가 원하는 곳에 쓰거나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집에서 부모님이 마저 갚지 못했던 빚을 내가 계속 갚아 나아야 했고, 서른이 넘어서도 나를 위한 저축은 거의 없었다.

 나는 그렇게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고, 돈을 번다고 해서 내가 쓸 돈도 없으니 또 계속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니 그만큼 나를 행복하게 하는 추억은 그다지 쌓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혼을 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누구와의 만남을 가지지도 않았었고, 그저 병원 일에만 매달렸고, 그 외에는 집으로 가끔 돌아가서 쉬던가 그게 아니면 그저 숙소에서 돌아가 쉬는 것이 전부였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수입이 좋다고 한다 한들, 빚을 다 갚는다고 한들, 행복한 게 없으니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직업상의 문제도 컸다. 다른 것도 아닌 암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큰 병원이다 보니, 환자분이 생을 마감하시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다 보니, 심적으로 울적함이 더 컸다.


 그래도 누구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봐야 내 인생에 새로운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우울한 일만 가득한 건 싫었다.

 하지만 소개받은 사람도 역시, 행복함보다는 우울함을 더 가져다줄 것만 같았다.

 

 내가 지내는 곳은 일산인데, 그 사람이 지내는 곳은 거제도였다.

 소개를 받은 이성과 연애를 한다면… 시작부터 장거리 연애라니…

 그는 직장부터 거제도에서 다니고 있었고, 본가는 부산이었다. 나 또한 부산과도 인연은 있었지만, 서울과 일산 말고는 다른 지역을 갈 일도 없었다.


 그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 사람은 매주, 혹은 격주로 주말마다 자신의 차로 달려와서 나를 만나러 와주었다.


 대체 몇백 킬로미터나 될까?

 그것도 돌아가는 길까지 계산을 한다면.

 나는 그 사람이 나를 만나러 와주는 것에 고마워해야 했고, 점점 주말을 기다리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처음부터 시작한 장거리 연애에 큰 어려움이 있기에, 눈앞에 있을 때 사랑하고, 없을 땐 그리워하고, 다시 눈 앞에 보이면 더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안 보이게 되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저 사랑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가득 찼다.

 그런 마음은 처음 연애하는 것만큼, 나의 겉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녀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주변은 우리 두 사람을 좋지 않게 보는 경우가 많았다.

 차라리 다른 사람을 찾아보는 게 낫다며, 참견을 하는 친척 어른들.

"도중에 멀어진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장거리 연애라니."

"결혼을 생각하는 거라면 둘 중 하나가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건데, 그러기엔 아깝지 않니?"

"주변에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텐데, 뭐 그리 어렵게 연애를 하나."

 나이가 20대도 아니었고, 결혼도 생각할 나이라고 판단하는 어른들이었기 때문에 앞서 생각하면서 혀를 차는 분들이 많았다.


 물론 그 어른들은 내가 좋은 조건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하는 말이겠지만, 나를 보고 싶어서 달려오는 사람만큼 나에게 좋은 사람은 따로 없었다.

 나를 만나려고, 수백 킬로미터를 매번 달려온다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정말 나를 좋아한다고 느낄 수 있었다.

출처 pngtree



 그렇게 달려온 그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에 안기는 그 순간,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야말로.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적어도 이 사람에게선. 

 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나에게 사랑이 특별한 것인지,

 사랑이란 게 이렇게 특별함을 느끼게 만드는 건지,

 처음으로 이게 '사랑이다'라고 느끼게 만든 만큼 어느 쪽이 진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건 별로 상관없었다.




 결국, 간호사였던 그녀 직장을 포기하고 결혼을 하며 거제도로 내려와서 살고 있다.

 아들 딸 하나씩 낳으면서.

 그녀는 나의 누나였다.

 매형이 된 사람은, 누나의 '첫 남자', '첫사랑'이라고 했다.


 매일 만날 수가 없었기에 서로를 알아가고, 연애를 하는 시간이 2년이 되었고, 결혼식을 올리는 날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는 동시에 신혼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나는 그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왜 2년씩이나 걸린 것인지.

  

 누나는,

 자신이 정말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더 오래 받고 싶어 했다.

 그만큼 행복하기도 했고, 매형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알 수 있는 것 같은 것이 새로운 활력이 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건 자신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연애기간이 되기도 했고,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가 될 수 있다는 확신감을 생기게 만들었다고 했다.

 

 매형은,

 누나와의 말과는 조금 다른 사정이 있었다.


 누나보다 더 나이가 많고 40대를 바라봐야 하는 시기인 만큼, 멀리 있는 누나만을 바라볼 수는 없다고 했다. 매번 매주 주말마다 만나러 올라갔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에는 따로 맞선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거, 누나한테 말하면 안 된다. 진짜. 모르는 일이니까."

 매형은 그렇게 말했다.

 술김에 비밀도 그렇게 나와버린 모양이었다.

 그때의 매형은,

 매형에게서 행복감을 느끼는 누나만큼 완전하게 의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체력적으로 피곤한 것도 있었고, 누나의 주변 어른들 처럼 매형의 어른들 또한 마땅치 않게 생각했다. 

 그래서 강요로 인해 맞선의 자리에 앉게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주말에 누나를 만나러 가지 못한 적이 있었고, 그런 맞선을 보고도 누나에게 올인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맞선은 아무래도, 서로 목적이 있는 자리이다 보니까, 속내가 어느 정도 보이기도 해. 물론 그렇다고 한 자리 한 순간에 그 사람에 대해서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을 마주 하다 보니까, 그 점을 알게 되더라."


 바로 누나가 얼마나 순수한지를,이었다.


 그러곤,

"왠지 그걸 느끼게 되는 순간엔 당연히 미안했지만, 내가 정말 사랑하는 마음을 건네주면 그대로 나에게 돌아오는 기분이, 그제야 확신이 들었어. 내가 이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그게 만약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누나가 모르는 곳에서 실망할 법한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확신이 든 만큼, 결혼식에서 맹세한 것처럼 평생 사랑하겠다는 마음이, 자기 자신을 든든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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