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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Jan 17. 2019

나는 내 남자가 착해서 싫었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는 까칠한 면도 있었고 그 이전에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칫 보면 조심하게 다가가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인지 그의 주변에는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외로움을 잘 타는 거라고 생각했고, 알면 알수록 생각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그는 상냥한 사람이다.

 남에게 배려를 하는 것을 좋아했고, 자신이 불편하더라도 남이 기쁘면 자신도 기뻐하는 사람이었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에 대해 표현할 때,

"그 사람은 착한 사람이야."라는 말은 별로 매력이 없다는 말로 통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하다는 말일뿐.

 선하고 배려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 사람은 그런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점을 알아가면서 더 좋았다.

 이 사람을 계속 좋아하게 된다면, 그 배려에 빠져 나 또한 기쁘고 행복할지 모른다고.



 하지만 그는 선천적으로 배려가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어릴 땐 장난기도 많았기에 예의를 차릴 줄도 모르는 경우도 있었고, 동급생 친구들을 때리고 울리고 모르는 척하기도 했으며, 주변에는 껄렁대는 친구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세 차례의 이사와 전학을 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중학생으로 진학을 하고 2달이 지나지 않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고, 그게 1년 동안 2번 더 이루어지다 보니 아무리 친구를 사귀어도 금방 헤어져야 했다.

 그의 아버지도 그의 어려움은 물론 그 전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으로 전학한 곳에서, 아버지는 담당교사가 될 분에게 그런 거짓말을 하셨다.

"이전에 있었던 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했습니다. 수학 대회에서도 항상 못해도 동상은 따 냈었죠."

 그 말에 담당교사는 감탄을 했다.

 아버지는 그가 정착할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애초에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 그런 과거도 있었고, 그의 어머니는 그를 단과 학원을 계속 보내고 잘하던 수학만큼은 철저하게 공부시켰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말대로 마지막으로 전학한 곳에서 그만큼의 성적을 보이지 못했다. "우와~"하던 동급생들도 기대를 했었고, 마침 그 반에 있었던 전교 1등도 그의 성적을 보고 실망했다.


 그렇게 그는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위축이 되기 시작했고,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땐 특정 인물에게서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앞의 거짓말 때문인 줄 알았지만, 그런 괴롭힘을 당한 이유는 '그냥'이었다.

 그 동급생에게 눈에 띄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다녔고, 늘 조용하게 말했고, 몸을 움츠리면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 고통이 얼마나 괴로운지 알기에, 그는 마음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지 않도록 다정한 사람이 되야겠다."라고.


  다행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 동급생은 마주하지 않게 되었고, 누군가에게 되갚지도 않았고, 오히려 남을 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마음은, 다른 사람들의 미소를 보는 것으로 행복감이 생기게 되었고, 스스로의 약속을 위해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인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실망하기도 하며 까칠하게 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상당히 인간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그것 하나 잘 지키지 못한다면 중요한 약속도 어기게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기에,

 그것을 잘 지키는 사람이기에 더 믿음직했다.

 그것들이 그 사람의 매력이었다.


 그건 이전에 좋아했던 사람이 이기적인 부분 때문에 헤어졌던 기억 때문에 더 강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착각한 게 있었다.


MV 벤 180 中


 그는 배려심이 많은 착한 남자였다.

 그건 모든 사람이 대상이다.

 처음부터 나에게만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그건 여전히 변함없었고, 쉽게 변할 수 없는 그의 본질이었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 모든 부분들이 나에게만 향할 거라고 생각한 건 나의 착각이었다.

 그는 모두에게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게 그 사람 자체였다.

 

 내가 아닌 사람에게도,

 그것도 다른 여성에게 배려를 하는 모습은 나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다.

 한 사람에게 배려를 한다는 게 다른 사람이 실망할 수 있다는 건,

 상처 받기 싫어하는 그는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것을 그가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나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고,

 나에게만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있으라고 할 수 없다.

 그건 내가 그 사람이 어떻게 지금의 착한 남자로 되었는지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냥, 그냥 한번 신경 써 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냥이라고?"

 나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것도 내 앞에서 내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잘해주는 게 싫었다.

 그의 성격을 알기에, 그렇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다음엔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지만, 이미 자리가 잡힌 그의 성격은 내가 제어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여자는 그것 하나 때문에 오해하기도 해. 누가 나한테 잘해준다는 거 하나 때문에, 아니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잖아. 누가 잘해주면 쟤가 혹시 나 좋아하는 게 아닌가 착각하게 만드는 거."

"그런 걸 왜 나한테 말해."

"네가 지금 그러고 있는 거야. 나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

"그냥 아무런 뜻도 없어. 다른 사람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그게 편해서 그래. 그냥 그래 준거야. 아무런 뜻 없이."

"그냥이라고 말하지 마. 더 화만 나니까."

 그리고 그가 말하는 '그냥'이라는 말이 싫었다.

 그건 마치 어쩔 수 없으니까 봐달라는 말처럼 들려왔다.


"사람은, 타인은, 네 의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마음대로 해석하고 착각하고 받아들이니까, 오해가 생기는 거야."

 그게 그에게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연인관계를 이어나가는데 자기 기분만 내세운다면, 이젠 그는 착한 것도 아니고, 이 사람도 역시 이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리고 그 뒷말을 아직 말하지 못했다.


 사실,
 내가 그 사람의 마음에 착각을 하고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하면서,
 그저 그 사람의 주변에 있던 이성들 중 내가 걸려든 게 아닐까 하면서, 싫은 생각들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그건 모두를 위한 배려가 아니었다.

 그저 그 사람만을 위한 배려였다.

'나는 이젠, 네 착하기만 한 게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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