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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Sep 08. 2018

#43. 어차피 그 사람은 날 좋아하지 않을 거란 생각


 내가 일하는 곳은 소개팅이나 데이트하기 좋은 곳으로 나름의 소문난 레스토랑이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대학생들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소비자 층을 넓게 유도한 편이었기에, 남녀 커플이 자주 식사를 하러 오곤 한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레스토랑 입구에서 (디자인이 좋아서 그런지) 사진을 한번 찍고, 입장하자마자 직원의 안내를 받고 빈자리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끔은 대기석 테이블에 남성 한 분이 기다리고 계시는 경우가 있다. 이미 안쪽에 테이블은 자리가 비어 있음에도 말이다.

 그런 경우 직원들은 그 경우 '소개팅을 하러 온 거구나.' 생각하는 편이다. 그 후 여성분이 들어오면 같이 테이블에 앉으러 가고 한 시간 가량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보조 역할을 해주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에게 그렇게 물어보았다.

"넌 소개팅 몇 번 해봤어?"

 그 말에 그녀는 곤란한 듯이 눈도 마주치지 않으면서 말했다.

"한번도요..."

 말을 끝까지 잇지는 않았지만,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말인 것 같았다.

 그녀는 나름 우수한 국립대학교 학생에 혼자 자취 생활하고 있었다. 성실했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긴 했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것인지 처음 보는 사람은 '선긋기'를 당하는 느낌을 받은 인상이었다.

"왜?"

 내가 다시 묻고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절 이성적으로 좋아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단정 짓고 있었다. 


 화장기도 하나 없고, 자신을 꾸미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그러기 싫은 것인지, 할 수가 없는 것인지, 그런 그녀는 그저 묵묵하게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다고 한들, 나는 그녀에게 이성적으로 마음이 없는 이상 쓸데없는 참견이나 다름이 없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서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지는 모르고, 특별한 감정이 없는 게 평범한 것인 만큼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기 쉽다.


 물론 나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는데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한쪽으로 마냥 기울이기는 쉽진 않다. 



 세상에는, 특히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에는 외모지상주의라고 하며 쌍꺼풀 수술은 미용이라고 할 정도로 외모를 가꿔야 하는 게 어느 정도는 필수인 정도 수준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아름다운 여성이나, 멋진 남성은 늘어나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 열등감을 느끼거나 마냥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가 괜히 스스로 자존감을 낮추기도 하며, 그런 경쟁자(연적)가 있다고 한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감을 갖고 물러서기도 한다.


 분명 사람은 외모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말 한번 나누지 못했을 때나, 그럴 여유도 없을 때. 또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첫인상을 강하게 남겼을 때 라던가 등등.


 옛날 시트콤이지만, 아니 그 이전에 방송용이긴 했지만,

 박경림과 조인성이 커플로 나온 작품이 하나 있었다.


뉴 논스톱의 박경림과 조인성


 10살도 되지 않았던 나에겐 그 시트콤은 개성 있는 캐릭터들 때문에 자주 시청했었고, 이 커플로 인해 시청률도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커플의 탄생은 이 시트콤의 인기를 높였다.


 비록 가상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두 사람이 커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심지어 이 이야기 안에서는 두 사람이 결혼을 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두 사람은 어떤 점에서 서로에게 반했던 걸까?

 모든 것이 완벽할 정도로 잘난 조인성은 그렇다고 쳐도, 조인성은 박경림의 어떤 점에서 반한 걸까?

 이 것은 편견일 수도 있지만, 누구나 궁금해서 던진 질문일 수도 있다.

 



 분명 외모는 경쟁 사회에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면접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든,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든.


 그렇기에 모두가 멋있고 예뻐지려고 할 수도 있지만, 시작도 하지 않거나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다가 결국 "그 사람은 나를 (이성적이든 인간적이든)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기준으로 남길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예쁘고 멋진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나는 먼저 스스로가,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과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기나 했는지 묻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게 바로 그 아르바이트생이 그런 말을 할 때였다.


출처 pngtree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목소리를 가졌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기뻐하고 어떤 것에 화를 내는지 보여주지도 않았으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지 자기 마음대로 정해버리는지. 자신의 어떤 장점을 찾아서 좋아해 줄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것인데.


 그건 소심하다던가 그런 성격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역시 타인에게 자신을 보여주지도 않고 그렇게 단정 지어 버리는 건 조금 아쉽다.


 자신 또한 누군가에겐 소중한 사람일 텐데.

 그 말은 그 어떤 사람에게도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어차피'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만큼 섣부른 게 또 있을까.







이 글은 아래의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에 수록되어 있는 글이지만, 수번의 교정이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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