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책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이지만, 수정을 거쳐서 다소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좋아하게 된 사람이 이미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고, 또는 이미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라고 한들,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랑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들 나를 좋아해 달라고 강요는 할 수 없다.
바람을 피우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고, 내 마음을 알아달라며 따라와 달라는 것도 사랑은 아니다.
애초에 사랑이라는 게,
내가 그 사람에게 빠진 만큼 그 사람이 나에게 빠지게 만든다는 게,
쉬운 게 절대 아니다.
사랑이, 노력을 한다고.
내가 꾸준히 노력을 한다고 해서 성공적인 사랑이 되는 건 아니다.
이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던 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애인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빨리 정리하는 게 일반적이고 편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것처럼 마음대로 잊어버리기 또한 쉬운 건 아니었다. 그래도 노트북 전원 버튼 마냥 어떻게든 잊기 위해선, 그런 마음을 닫아야 했다.
그 두 사람이 보기 좋은 모습을 하고 있을 땐 단순한 질투로만 끝나지 않을 때가 있었고, 마치 저런 모습이, 저 옆자리가 나였어야 하는 노래 가사가 떠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평범한 남녀 사이로 내 마음을 정리할 때쯤.
그런 노력은 의미가 없게 여러 감정들이 요동을 쳤다.
그녀가 그와 이별을 했다.
고민했다.
이별했다는 것이,
그녀가 슬퍼할 일에 대해서 기뻐해도 괜찮은 건지,
그리고 그런 고민을 뒤로하고 그녀를 다시 좋아해도 괜찮은지.
애초에 진짜로 마음 정리를 했던 것인지.
하루하루 그녀에 대한 호감에 합리화를 시켜야 할 이유를 찾았고, 그러다 보니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혼란스러운 나와는 달리, 그녀는 속 편하게 눈물을 흘리기는커녕 전 애인의 이야기를 서슴지 않게 이야기했었다. 9개월 정도 사귀었고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자신이 제일 많이 좋아했었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연애를 했던 사람들을 그리 좋아했던 것도 아닌 것 같았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어필하려는 건지,
이미 헤어졌다고 한들, 그 말 자체에 질투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계속 그녀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잘 마시지도 않던 술을 핑계로 시간을 맞추었다.
술을 잘하지도 못하면서 그런 것 또한 그녀가 술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낭중에 술을 먹고 싶은데, 정말 먹고 싶은데, 같이 먹어줄 사람 없으면 불러. 어울려 줄게."
그 말에 그녀는 말했다.
"뭐냐, 뭘 그렇게 신경 써주냐."
"신경 쓰이니까."
"그러냐."
"그래."
그리고 헤어지면서 말했다.
"다음에 또 보자."
정말 다음에도 또 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 또 보자."
그러면서 택시를 태워 보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났다.
그녀를 한 번도 보지 못하는 약 한 달은 정말로 지루했었고, 톡 한 번 없을 때나, 답장 한번 해주지 않을 때에는 섭섭하기도 했고, 괜히 귀찮게 구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들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다가가 보자고 마음먹었다.
누군가가 그녀의 옆에 자리를 차지했던 것처럼, 내가 어물쩡 거리다가 그 자리를 뺏기는 것 또한 싫었다.
어차피 먼저 좋아하고,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다.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 내가 그녀를 좋아해도 괜찮은 건지 고민하는 건, 머리 한쪽 구석이든 마음 한쪽 구석이든 어디에도 두지도 않고 사라져 있었다.
그래서 다시 술을 핑계로 만나자고 했고, 또 그녀는 응해주었다.
그동안 지냈던 도중 나와의 대화를 통해서 풀기도 했고,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웃고 떠들며 서로에 대해 더 알 수 있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그녀에게는 새벽 1시까지라는 통금이 있었는데, 그 시간까지가 얼마나 빨리 가는지, 마냥 보내주고 싶지 않을 때도 말했다.
"아쉬워 벌써 열두 시~"
그녀는 최근 유행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청하 - 벌써 12시)
집에 가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12시만 되면 집에 들어갈 준비를 했었다.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그래?"
"어떻게 벌써 열두 시네~"
그렇게 흥얼거리며 히죽 웃어댔다.
그러면서 흥이 생기기라도 한 건지 다음에는 노래방도 가자고 말했다.
나는 그러자고 했고,
택시에 태워 보내면서 다시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또 보자."
그녀는 손을 흔들었고, 나는 그녀가 탄 택시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톡이 하나 돌아왔다.
"그래. 다음에 또 봐."
그래도 계속 시도를 하는 게 마냥 무색한 건 아닌지, 몇 주가 한 두 주에 한 번씩이 되었고, 이틀 연속으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정말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것에 어울리기 위해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그 짧은 기간 안에 술이 꽤나 늘어 있었다.
점점 더 친근해지고, 서로의 생활이나 상황을 알게 되고 나에게 기회가 정말 찾아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제는 오히려 내가 그녀를 찾아가기도 하고, 나를 마주할 때의 그녀 표정을 보면 정말로 반가워했다.
그리고 이렇게 그녀를 좋아하면, 정말 연인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를 정말 좋아한다는 마음을.
하지만, 그 점을 알게 되고 확신한 그녀는 먼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취중진담이 이어졌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너랑 직업도 같고, 목소리도 비슷했어.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이기적이었던 그 사람에게 바랐던 이타심이 너에게 있는 거 보고, 그 사람을 떠올리곤 했어. 미안해."
그리고 이어졌다.
"그 사람을 잊기로 했던 만큼.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너도 남자로서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하나를 잊고 있었다.
이전에 그녀가 사랑하던 남자.
그 남자가 부러워서,
그 남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 사람을 따라한 적이 있었다.
그게 가능했던 건 질투심이란 감정도 있었지만,
"저 남자보다 내가 더 나은 것도 많은 것 같은데."
"내가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은,
무엇보다 나 스스로도 그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기에 때문에 나왔었다.
나는 대체 무슨 노력을 했던 걸까.
그 이후로 나는 톡 하나 보낼 수 없었다.
수신차단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이미 무언가에 막혀버린 것 같았다.
방해꾼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비어있는 골대는 아니었다.
내가 노력하고, 많이 좋아하고, 그녀를 배려한다면,
더욱 노력한다면,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짝사랑에서 사랑이 된다는 건 이어지는 것이 아닌, 변하는 것이기에
나 혼자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변하진 않았다.
애초에 사랑이라는 게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