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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Oct 26. 2018

하고싶은 것을 찾는 게 어려운 이유



 20대 초반이면, 아니면 그보다도 더 일찍.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 하고 싶은 게 있어 보이는데, 나는 아직까지도 없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

 고교 진학도 미래의 꿈과는 상관없이, 그저 어쩌다 보니 하고 싶은 것과는 상관없는 진학하는 경우가 많고, 대학 또한 남들 또래들이 다 가니까 가야 되는 것 같은 생각에 진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대학까지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는 사람도 있고, 그런 모습을 보는 이는 여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라 바라만 보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길이 아닌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가는 사람은 꿈을 찾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꿈을 찾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도중에 또 다른 길로 향할 수도 있다. 또는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고 싶거나, 하고 싶은 꿈은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꿈은 누구에게나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은 잘 주어지지 않는다.

 미래까지 보장되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만큼 자신의 꿈을 찾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한 후배가 나에게 물었다.

 아니 그 이전에 내가 한 질문으로 인해 대화가 시작되었다.

"간호조무사 준비한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갑자기 왜 커피 강연에?"

 조금 늦게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도착한 후배는 조금 멀리에서 유명한 바리스타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 다녀오는 길이었고,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 조금 늦게 도착했었다.

"카페에 대해 관심도 생겨서요."

"간호조무사는?"

"사실,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대체 낭중에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2년제 대학교로 호텔조리학과를 나오고 카페 아르바이트에 식당 아르바이트에 일을 해 봤지만, 마땅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전에 뚜렷하게 어떤 직장을 가져야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으로, 좋아하는 것으로 직장을 구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은 사회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좋아하는 일도 싫어지게 만드는 게 직장이기도 했다.

 나는 말했다.

"그냥 고민을 많이 해봐. 그러면 돼. 지금 한창 고민을 해야 할 때야."

 그건 대충 말한 것이 절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고민도 많이 해보고 그럴 때였다. 지금이 아니면 그럴 수도 없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나도 한창 고민을 했을 때에는 민법을 공부해 보기도 했고, 일본어 번역 공부도 해보고 시험도 쳐봤었기에 그런 걸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 도깨비 中


 대학교를 진학한 것도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그런 계기 때문인지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장학금을 받았어도, 모든 과정을 이수하지 않고 자퇴를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거나 해야겠다는 일이 생긴 건 아니었다. 그저 그 학교의 과정이 내 미래에 영향력이 있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 후 수년을 다른 공부를 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고, 새로운 여행들을 하면서 관점을 바꾸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것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요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적이 있었다.


 그건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면서 생겨난 마음이었다.





 우리 가족은 한 번의 큰 절망이 있었다.


 아버지의 형제들의 연결고리로 친척들끼리 가족사업을 이어나갔는데, 그게 잘못되어 전부다 피해를 보게 되었고, 우리 가족 또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마치 도망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부모님은 일을 하셔야 했고, 집에는 할머니와 동생과 나. 이렇게 셋이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생활비는 아버지가 통장으로 보내주시는 게 전부였고, 그 돈은 2,3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돈을 관리하기 시작한 나의 나이는 고작 13살이었다. 그 당시에 유행했던 휠리스라는 바퀴가 달린 운동화를 신고 싶었었고, 나는 아버지에게 울며불며 사달라고 때를 쓴 적도 있었다. 그만큼 철없고 어린 나이였다.

 그리고 내가 강제적으로 철이 조금씩 들게 시작한 계기가 하나 있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동생이 학교 운동회를 하는데, 아무도 갈 수가 없어서, 아버지가 아버지의 친구분에게 마중가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남들 다 오는 가족 잔치에 낯선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동생은 물론, 학교에 가있었던 나,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 해줄 수가 없는 게 많아 괴롭고 슬펐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은 함께 하는 식사 시간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나에겐 개인 휴대폰도 없었고,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인터넷은 물론, 컴퓨터 인터넷에 들어가도 그다지 음식에 대한 레시피를 찾을 수 없었고,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던 시기였다.

 그리고 내가 처음 할머니와 동생에게 만들어준 음식은 통조림 참치가 들어간 김치찌개였다.

 그때. 나는 칭찬을 받고 싶기도 했던 것 같았다.

 할머니는 도저히 내가 그렇게 불을 다루고 요리를 할 수 있을 거고는 생각도 못했고, 그러므로 생긴 분위기와 무언가의 성취감이 기쁘게 만들었다.

"할머니 어때?"

"우리 손자, 잘하네. 근데 불조심해야 돼. 다음부터 혼자서 하면 안 된다."


 그 후로 나는 가끔씩 요리를 해 보곤 했다.

 레시피를 찾기보다는 TV에서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했고, 실패작인 줄도 모르고 성공한 것으로 착각하고 할머니 친구분들에게 대접을 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나의 진로를 요리로 정해진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에 불과했고, 요리사로서 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했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그 과정에는 책임감이라는 게 생겼고 그만큼 진지해졌고 그만큼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만큼 더 신경이 곤두서 있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으면 받을수록 내가 받는 기대감만큼 확실히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했고 그만큼 스트레스로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할머니를 보내기 전까지 행복하지 않았던 요리를 하고 있었다. 요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 잡을 정도로.


드라마 나의 아저씨 中


 할머니는 2018년 3월에 돌아가셨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미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할머니는 나에겐 길러주신 엄마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만큼 추억이 많았고 울고 웃고 화내고 감정을 나눈 추억이 많다. 그렇게 다양한 추억과 감정이 남았지만, 나는 죄인이 된 것 같았다. 막상 이렇게 떠나보내니 못해준 게 너무 많아서 후회가 많이 남았다.

 그만큼 나는 할머니는 사랑했다.

 그렇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영정사진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할머니와 나의 공통된 추억 속에는 언제 제일 행복했었을까?'

 그건 수도 없었다.

 딱히 하나만 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요리를 한 나에게 기특하다면서 웃으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건 더 이상 눈 앞에서 볼 수가 없어서 더 감정이 북받쳤다.

 분명 나는 그 이후로 할머니와 동생을 위해서 하는 요리에 즐거워했고, 그래서 요리를 했지만, 더 이상 그때만큼 웃으면서 한 적이 없었다. 분명 그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할머니에게도 화를 낸 적도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아이러니한 기억이었다.

 그 행복했던 기억들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게 너무나도 괴롭기도 했다.

 '나는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했고 행복해했다.'라는 것을 할머니는 나에게 다시 남겨주셨다.

 

 여전히 전문적이지도 않고, 두려움도 존재하고, 걱정도 많지만 나는 여전히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스스로 레시피도 개발해 보고 계속해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그게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마지막으로 남겨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지금의 나는 글을 쓰는 즐거움과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맛있다'라는 말을 듣는 보람으로 기쁨을 느끼고 있다. 요리사에게 그보다 나은 찬사는 없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한다.

 하나만 목표로 삼고 끝까지 달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정말 자신의 길인지 의심 한 번 하지 않는 사람도 찾기도 어렵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좀 더 어리고, 좀 더 젊었을 때, 그런 고민을 하고,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해 봐야 낭중에 후회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만약에 내가 대학교를 중퇴했지만 대학교 자체를 한 번도 다녀보지 못했다면, 후회를 남겼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경험이나, 고민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는 편이었다.


 분명한 건,

 그렇게 자신의 장래에 대한 꿈이라던가 목표를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것인데, 찾기가 쉬울 리가 없다.

 나 또한 그것을 깨닫는 것이 그리 일찍이었던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도 찾지 못해서 그냥저냥 사는 친구도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돈까지 받으면서 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차라리 해보고 나서 후회를 하는 것이 낫다는 말도 있다시피, 우선 경험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혼자 여행을 가서 시각도 넓혀 보고, 새로운 것들을 접해서 신선함을 느껴보고, 완전히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생소함과 어려움을 느껴보고, TV에서만 보던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먹어보기도 하고. 그런 찰나의 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그리고 분명한 건 그렇게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해서 꿈에 대한 갈피가 잡히는 것도 분명 아니다.


 위로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만큼 자신의 꿈을 발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결코 우연스럽게 찾아낼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대에 찾을 수도 있는 것이고 20대에 당연히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3,40대에 찾아내는 사람도 분명 있다.

 찾기 어려운 만큼, 찾아낸 만큼 성취하는 것에 어려움은 존재한다.

 10대 때라면, 사회적 조건이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고, 20대라면 한창 미래에 고민할 시기인 만큼 의심을 많이 하며 갈팡질팡 할지도 모른다. 3,40대라면 가정이 있을지도 모르고 혼자만의 의지로 행해서도 안되기에 어렵기도 하다. 배우자나 가족이 없다고 하더라도 스스로가 뒤늦은 발견이라고 고개를 저을지도 모른다.

 

 꿈은 발견해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잠자는 꿈 조차 원하는 꿈만 꾸게 해주지 않는 것처럼.

 그만큼 꿈은 발견도 이루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셀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자신이 대체 뭘 하고 싶은지를.


 할머니를 떠나보낼 때 느낀 것도 많고 후회로 인해 얻은 무언가도 있지만, 역시 후회할 마음은 얻지 않는 게 좋다. 아픈 마음은 사람을 더 강하게 한다고 하지만,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서 고통을 주며 괴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후회를 할 일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판단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후회를 할 일이 없기만 한다는 건 어렵다. 어떤 식으로든 후회가 남는다고 한다면, 분명 해보지도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보다는 미련이 남지 않을 것이다.


 꿈이 없더라도 무언가에 도전하고, 무언가를 마주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사소한 것 하나 때문에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고 느끼는 게 다르다.

 

 그만큼 평범한 일상에서 꿈을 찾아낸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어떠한 계기든 우연스러운 계기든, 평소와는 다른 일상에서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고, 평소와 다르기 때문에 새롭게 느끼는 게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도깨비 中


 사람은 누구나 미래에 대한 고민은 물론 '하고 싶은 것'과 '꿈'을 찾습니다. 그건 생각보다 아주 흔한 일 입니다. 주변에 꿈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자신만 꿈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원래 그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뭐든 해보세요.

 뭐든 해 보아야 새로운 무언가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건 어떤 형태로든 결코 헛된 것이 되지 않을 거예요.

 좋은 경험을 후회로만 덮을 정도로 부정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죠.


 분명 꿈을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생소한 것과 마주함으로써 평소와는 다른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매거진은 브런치북 이후로 계속 쓰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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