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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Dec 25. 2020

섹파는 사랑이 될 수 없었던 걸까.


 누구나 첫사랑은 쉽게 떠올린다. 그 많던 기억 중에서 굳이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나에겐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을 처음 느끼게 해준만큼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선 그런 첫사랑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어떤 짓을 해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내가 그녀를 만난 건, 고전 스타일의 온라인게임이 한참 유행했을 때의 PC방이었다. 그만큼 한참 전이었다. 그녀는 그 PC방의 카운터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그때만 해도 PC방은 컵라면이나 볶음밥, 핫바 같은 먹거리가 즐비하던 시절이 아닌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켜먹었고, 카운터의 일은 그저 손님들이 컴퓨터 이용비를 계산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나는 오전 11시가 되어서 PC방에 들어왔고 대략 오후 1시 반쯤 되었을 때였다. 그 나이 스물네 살의 시절이었고, 대학교가 아닌 직장에 취업한 나는 아주 오랜만에 휴가를 받아서 고향에 내려와서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대학교를 다니거나, 군대생활과 타지 생활로 고향을 4년이나 떠나 있다 보니 연락이 끊긴 친구들이 많아서 이렇게 시간을 때우는 게 전부였다. 얼마 없는 대학생 친구들의 대학 캠퍼스에 끼어들기도 싫었다. 나 또한 대학교는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을 원망하는 기분을 스스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게임을 하고 있던 도중, 아르바이트생의 그녀가 내가 앉고 있는 소파 같은 의자에 기대어서 말했다.

"헐 콤보가 엄청나네요. 렙이 몇이에요?"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기에 나에게 말을 걸 거라고 생각도 못 했던 탓인지, 나에게 말하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하는 게임의 캐릭터의 능력치와 기술을 어떻게 올렸는지 보여달라고 했고, 나는 수동적인 자세로 그녀의 말에 따라 캐릭터의 상세정보를 보여주었다. 

"괜찮으면 같이 파티해서 던전 돌래요?" 그녀는 그렇게 물었고,

"게임해도 괜찮으세요?" 나는 그렇게 답했다.

"괜찮아요. 게임한다고 일 내팽개치지만 말라고 하셔서. 그러면 됐죠."

 그녀는 그렇게 그녀가 자리했던 카운터 자리에 향했고, 1분 정도도 지나지 않아 내 캐릭터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채팅으로 인사를 했다.

 나는 그저 그녀가 어지간히도 PC방의 아르바이트일이 심심했나 보다 싶었다.

 그런 기분은 나도 마찬가지였고, 우리는 몇 시간이고 같이 게임을 했다. 게임 캐릭터가 더 이상 몬스터를 사냥할 수 없을 정도로 플레이를 계속했고, 약속시간이 늦춰지면서 까지 계속했다. 그리고 그 플레이를 끊어내는 건 나의 눈의 피로가 극에 달 했을 때였다.

 나는 그녀가 있는 카운터 쪽으로 다가가 계산을 했다. 내가 돈을 내미는 동시에 그녀가 말했다.

"여기 사시는 분은 아니시죠?"

"여기서 살긴 해요"

"그래요? 여기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한 번도 못 본거 같았는데."

"제가 다른 데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래요."

"아 그래요? 그럼... 그럼 내일 또 와요. 같이 게임해요."라고 그녀는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녀가 잘 가라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평생에 여자와 대화를 잘해본 적도 없었고, 고등학교 졸업을 한 이후로도 계속 공사판에서 일하기에 지친 몸을 억지로 집에까지 이어가 잠을 자는 게 전부였다. 나는 오히려 친구들을 만나는 것보다 내일 그녀를 만나러 PC방을 가는 것을 더 기대했었고, 친구와 만날 수 없더라도 상관없다는 마음까지 생기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날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했었고, 나 또한 그녀의 목소리에 맞춰서 최대한 나긋나긋하게 말하려고 목에 신경을 썼다.

 이번에는 바로 옆자리에서 그녀와 게임을 같이하기도 하며, 동시에 밥도 같이 먹기도 했다. 중간중간에 손님들 계산을 해주기 위해서 자리를 이탈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녀 또한 최대한 빨리 돌아오려고 발을 빨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분명 그녀는 사장님한테 '일을 내팽개치지만 말라'는 말을 들었던 모양이었지만, 어찌 그런 결과를 낳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나에게로선 처음으로 나름대로의 교류를 한 여성이었다.

 학원에서 같은 반에 있는 동급생 여자애한테도 잘 말도 걸어보지도 못했고, 학교 또한 남중 남고에 바로 군대에서 아저씨들이 많은 공사장에서 일하니 주변에는 남자들 뿐이었다.

 그렇기에 최고로 신선했다. 그런 만남은 말이다.

 그래서인지, 자기 전에도 일어날 때도 PC방의 그녀만 먼저 머리에 떠올랐다. 

 마음 같아선 일어나자마자 그 PC방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녀가 하루 종일 거기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어제와 같은 시간에 가보자고 생각했다.

 나는 그날에도 나는 그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휴가가 끝나기 전, 그곳을 떠나기 전까지 그 PC방을 찾아가 그녀와 함께 게임을 했다. 그저 그게 좋았다. 다른 사람들과 방식이 좀 다를지 몰라도 하찮게 보이더라도 그렇게라도 그녀를 만난다는 게 나로선 외로운 휴가에 작은 행복이었다. 



"어느 지역에서 일하시는데요?" 그녀는 물었다.

"삼척으로 가요. 여기서 4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는 곳이죠."

"꽤나 먼 곳에서 일하러 가시네요."

"그렇죠."

 휴가가 끝나면 다시 그곳으로 가야 한다. 일주일에 6일이나 일을 하고 숙소 생활도 하기에 휴가다운 휴일은 그다지 없었다. 자칫하면 직장동료 아저씨들에게 잡혀가 술을 먹는 게 일상이 되곤 한다.

"그럼 언제 다시 와요?" 그녀가 다시 물었다.

"그런 건 일정하지 않아요. 저도 처음으로 휴가를 받고 집으로 온 거라서요."

"그래요?"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한 메모지에 휴대전화 번호로 보이는 숫자를 쓰고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연락 줘요."

"보고 싶을 때요?" 

"네 보고 싶을 때요. 목소리 듣고 싶을 때도 괜찮지만."

 나는 그녀가 왜 이런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일까 한동안 생각해봤다. 혹시 나에게 정말로 호감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저 게임 친구가 필요한 거라면 게임 속에서 만나면 그만 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녀는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 어쩌면 나도 좋아한다고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나만 기분 좋은 생각을 계속 생성해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나오면 나올수록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낼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나는 내일 새벽이면 버스를 타고 삼척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나는 진작에 벗어나던 그녀가 있는 PC방의 건물 앞으로 다시 돌아와 3층을 향해 올려다보았다.

 계속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말했다.

"괜찮으면 오늘 밤에 볼래요?"

 생각보다 그 말은 쉽게 나왔고, 생각보다 그녀 또한 쉽게 받아들였다.



 이런 걸 데이트라고 해야 할지, 그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는지, 나는 PC방에서 있었던 것과는 달리, 의식했던 탓인지 안 그래도 어색함에 더 어색함이 묻어 굳은 몸이 갈라져 부스러기가 나올 것만 같았다.

 그날의 코스는 참으로 심플했다.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끝나자마자 조금 화장을 보충하고 나를 만나러 왔었고, 우리는 간단한 식사를 하고 거리를 맴돌았다. 

 그러곤 커피를 마시기도 했고, 지나치는 상점을 구경하기도 했다. 

 나로선 4년 만에 오는 고향의 번화가다 보니 생각보다 바뀐 게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고, 그녀와 함께라서 더 재미있기도 했다. 그중에는 전에는 없었던 없었던 성인용품샵이 생겨 있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런 곳에 가 본 적 있어요?"

"저요? 아뇨..."

"저기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그녀는 마치 가본 적이 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도 꽤나 보기 좋은 모습으로 웃는데 그게 좋으면서도 왠지 꺼림칙스러운 기분도 들었다. 그저 지나치는 매장인만큼 내 생각도 그냥 지나치게 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하여, 그녀는 그녀가 하는 일에 대하여, 그리고 말문이 막히면 같이하는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고, 그러다가 또 할 말이 없어지면 그냥 걷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술 한잔 하자고 제안을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날밤은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술을 좋아하는지 거침없이 마시는 바람에 맞춰주지 못하는 나는 술을 제대로 마시지 못했었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는데 그녀는 혼자 사는 건지 아주 작은 원룸에 직접 업어서 놓아주었다. 순간 필름이 끊겨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흑심이 마구 올라오려고 했지만, 나의 깜냥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와의 만남은 끝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다시 소주를 몇 잔 마시고 짐을 쌌고 새벽 차로 삼척으로 올라갈 준비를 했었다.





 그 후 한 달이 지났다.

 나는 그녀와 게임을 하기 위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노트북을 하나 구입했고, 게임 속에서라도 그녀를 만났고 그게 아니라면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다.

 나는 어느샌가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의 연락이 오면 바로 답해주려고 노력했고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기를 바라며 휴대폰의 버튼을 눌러댔다.

 그리고 그녀가 그런 문자를 보냈다.

'삼척에 놀라가도 돼?'

 나는 어느새 말을 편하게 하는 그녀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나를 만나러 삼척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왔고, 잘 곳이 없다는 말에 모텔을 잡아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말했다.

"괜찮다면 그냥 네 숙소에서 있다가 가고 싶은데."

 그런 말을 한 달 전에 들었다면 꽤나 혼란스러워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문득 그때의 일이 생각났다.

 술을 마시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 삼척으로 돌아가기 위한 짐을 쌌었을 때, 나는 바로 삼척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의 연락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랬겠지만, 그녀는 나를 찾았고 나는 내 짐을 가지고 그녀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 안에서 그녀는 날 유혹했고, 나는 그 유혹에 저항감도 없이 그녀의 몸 위에 겹쳤다. 

 그때가 나의 첫 경험이었다.

 그녀는 처음엔 날 위에 두었지만, 곧이어 나를 아래에 두고 나를 지배하려는 듯 몸을 올라타곤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번엔 나를 찾아왔다.

 분명 그녀는 나를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과 섹스를 할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찾아올 리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또다시 나를 유혹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나의 멋대로의 생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내 어깨에 아무런 저항도 없이 감싸 안겼고 몇 번이고 신음소리가 계속되었다.

 

 나는 지난 한 달간, 과연 어떤 사람이 하루 만에 그렇게 관계가 진행될 수 있겠냐고 생각했다. 나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믿지 않고 있었지만, 그녀를 생각하면 운명이라는 단어를 충분히 써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날 이후로도 내가 삼척에 와서도 그녀는 주말이 되면 나를 만나러 오기도 했었고, 서로 사랑을 나누었다. 

 그런 관계가 계속되었다.

 남은 건 나의 정식적인 고백뿐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프러포즈에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응? 뭐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거야? 아니, 충분히 네가 선비 같은 성격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냐는 둥 물었지만,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그녀는 이어서 다시 말했다.

"뭐, 나도 네가 마음에 드니깐 이렇게 오는 것도 있고, 동시에 섹스도 하고 싶었고. 나는 그렇게 우리가 심플한 관계인 줄 알았는데."

 나는 그녀를 연인과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내가 '섹스파트너'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으며 웃었다. 이번에 보인 그녀의 웃음은 꺼림칙함만 가득했다.

 사뭇 진지한 얼굴을 했던 나였는지, 그녀는 나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 뭐야? 진짜야?"

 나의 프러포즈마저도 장난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진심이라는 것을 느끼지 그녀도 정숙하며 웃음기를 지웠다.

 나는 애써 말했다.

"우리 사이에 뭐가 많지 않았더라도, 한순간의 불처럼 확 타오르는... 그런... 사랑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내가 바보였던 걸까.

 그동안 이성에 대한 교류가 없었던 것에 대한 것이 이렇게 돌아오는 걸까. 누구나 처음으로 하는 사랑은 이런 걸까 하며 곱씹었다.

 하지만 나로선 이런 게 사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외면하기엔 나의 첫사랑은 너무나도 격렬했다.

 그게 사랑이라는 것에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그녀는 담배 하나를 피우고 있었다. 하지만 빨아들이기를 그만했는지 담배 끝부분의 열기는 거뭇거뭇 식어가고 있었다.

"나도 외로워서 너한테 접근한 건 맞는데, 미안하지만 나에겐 넌 사랑이 아니야." 그리고 완전히 담뱃불이 꺼졌는지 한참을 더 피울 수 있을 담배를 손가락으로 튕겨 버렸다. 그리고 턱을 괴며 뭔가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말했다.

"그냥 너랑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나야 워낙에 이리저리 편하게 사니까. 이렇게도 다른 지방에 오는 거기도 하고. 에이씨. 그냥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외로움에 너랑 잤던 게 좋았거든. 애초에 내가 섹스를 좋아하니까."

"나랑 잤다는 게 좋았다는 건 결국 내가 좋았다는 거 아니야?"

 나는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말했다.

"그게 아니야. 너는 포경수술을 안 해서 다른 남자들과 하는 거랑 다른 느낌이야. 나는 그게 좋았어. 나로선 섹스파트너는 그런 거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그 말에 나는 그러면 왜 PC방에서 그렇게 나에게 접근했냐고 묻고 싶었다. 그때부터 내 성기에 관심 있었냐, 화장실에서 몰래 보기라도 했느냐,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다. 그녀의 말은 하나도 말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비참해질 것 같았다. 결국 어리숙한 남자에서 더 어리숙한 남자로 보일 것 같아 구겨진 자존심이 짓밟힐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말했다.

"나는 사랑하기에 나를 찾아오고 섹스도 하는 줄 알았지. 섹스하기에 사랑할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섹파라는 건 정말 그렇게 욕구를 채우기 위한 도구일 뿐인 거야? 섹파는 사랑이 될 수 없는 거야?"

 찌질해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내 진심을 말했을 뿐이었다. 그녀가 정말 그렇게 생각해왔더라도 지금부터라도 '사랑으로 바뀐다면' 상관없을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지금부터 그녀를 완전히 내 여자로 만들고 싶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말이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초점을 다른 곳에 맞추다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너랑 이렇게 자면서 다른 남자랑 자기도 하고 다른 남자 생각을 하기도 했어. 그런데도 너는 그런 날 사랑하고 싶다는 거야?"

"그런 말을 듣고도 나는 아직 마음이 변하진 않아."

 나의 말에 그녀는 어떤 기분으로 내뱉은 건지 헛기침 같은 웃음을 내었다.

 나는 기다렸다.

 그녀가 어떤 말을 할지,

 그럼에도 나는 지금까지는, 그녀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 나올 때까지 고집만 부릴 것 같았다.

"섹스를 하는 게 좋을 뿐이었는데 너에게 그런 말을 듣는다고, 내가 섹스를 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내가?"

 라는 말을 들어도 말이다.


 나는 말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내 마음에 끌리는 게 '사랑' 일거라고 생각해. 비록 성관계를 위해 만나던 사이라도."

 그래도 나는 그녀가 생각을 고쳐먹어 주길 바랐다.

 그녀가 잘못 생각한 거라고, 고칠 수 있는 거라고. 

 그러다가 마음이 바뀌길 바랐다.

 그만큼 나에게서 낯선 첫사랑은 그렇게 간절했다. 다른 남자에게서도 안기고 있던 여자라도.



 그리고 7년 후.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다음 달에는 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말이다.





매거진 '그 사람과 자고 싶은 타이밍'은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쓰려고 하는 글들입니다. 참고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글쓴이 우연양입니다.

이번 글로 이렇게 만나 뵈어 기쁘고, 또 뵙게 되어 기쁩니다.


 독자분들이 '자신이 여태까지 [얼마나] [어떤] 사랑을 받아왔는지 되새겨 보게 될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이라는 책을 내었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책이 탄생하는 일을 맡아 너무 행복했습니다. ^^

부디 많은 분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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