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엄마와 누나랑 함께 살기 시작했다. 결국엔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마치 내가 성인이 되길 기다린 것 마냥 일이 진행이 되었다.
우리는 엄마의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히 일을 시작했고, 누나는 다니던 대학마저 그만두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내가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이미 몇년 전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에 집보다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있는게 좋았는데, 이제는 친구들마저도 멀리 두게 되어버렸고 집에도 있기 싫은게 마치 어디에도 있을 곳이 없는 길고양이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제일 좋은 건 일찍 군대를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일찍이 군입대신청을 했고, 그럼에도 7달의 시간이 생겼다.
그 시간동안 그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제일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군대 입대를 하기 한달 전쯤이었다.
나는 돈을 벌면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게되다보니 그 전까지 피우지 않던 담배를 배웠고, 친구들이나 형들과 어울리면서 얻어 먹는 술도 늘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괜히 막막했고, 어떤 일을 배우고 어떤 직업을 목표로 해야할지 생각하면 더 막막했다.
"좀 표정 좀 풀어라. 군대는 누구나가 다 가는 거잖아." 술자리의 형님이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되려 군대는 가고 싶은 입장이에요."
"이상한 놈이네."
"그냥. 뭐랄까.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뭐가?"
분명 군입대를 하는 건 마냥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역시 군대에 속한다는 건 싫긴 했었고, 꼭 해보고 싶은 걸 하지 못해 답답한 것 마냥 속은 꽉 막혀 있었다.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알지 못했다.
"굳이 말하자면, 연애를 해보고 싶다고 할까요?" 나는 나지막이 그렇게 말했다.
마냥 연애를 하고 싶은게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아보고 싶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형님들 앞에서 하기엔 너무 낯간지러웠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는 듯 말을 건네왔다.
"그럼 만나면 되지."
"제가요?"
"제가요?는 무슨 말이야. 그냥 만나면 만나는 거지."
"이제 곧 군대를 가야하는데 무슨."
초중고를 다니면서 여자와의 접점이 없었고 아는 여자라곤 누나와 엄마 뿐이었기에, 여자를 만나보라는 말이 괜히 어려웠다. 나로선 큰 욕심을 내야하는 선택이었다.
"사람이야 그냥 만나면 되는 거고, 네가 군인이라서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설득을 당하고 싶었던건지,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건지. 나는 그 말에 수긍했다.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계속 되세겼다.
'그래 어차피 곧 군대도 가는데 해보고 싶은 건 해봐야지.'
나도 남자였다. 이제 막 스무살이 지나가려는 남자.
여자를 만나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손도 잡아보고 싶고 안고 싶은것도 물론이다.
그 형이 소개시켜준 여성은 나와 9살의 차이가 나는 연상의 누나였다. 외모는 보자마자 어떻게 감추어도 스스로를 관리할 줄 아는 여자라는 게 확실하게 드러나는 느낌이었고, 이런 게 커리어우먼인가보다 싶은 느낌이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고, 그 누나 또한.
"안녕하세요."라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내가 어리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말부터 시작하지 않은게 신기했다.
우선 단연코 말하는 데 무슨 의도가 있는 마음으로 만나는 게 아니었다. 누나의 마음은 모르지만, 우리들의 만남은 소개팅이라던가 욕구충족이 아닌 말 그대로 이성을 만나보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누나 또한 9살이나 어린 남자애를 만난다는 것에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몰랐던 것도 아니었고, 나로선 되려 그런 누나의 나이대가 좋았다.
누나와 첫 만남부터 군입대까지 남은 시간은 23일이었다.
우리는 데이트라기 보다는 누나는 일이 끝나고, 나는 군입대 전까지 서로의 외로움을 줄이는 시간을 공유하는 느낌이었다.
가볍게 카페에서 만나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야간 영화를 보기도 하고, 서로 선물을 나눠주기도 하고, 처음으로 여성의 집으로 놀러가보기도 했다.
과연 커리어우먼의 독립생활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시간들이었다.
연인이 생겼다기보다는 역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누나가 생긴 것 같아서 좋았다.
물론 나에게는 친누나가 있었다. 하지만 동생에게 대하는 대접은 다른 집의 동생보다도 못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나의 친누나는 내가 담배를 배웠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그런 말을 했다.
"쓰레기 새끼."
흡연자에 대한 경멸인 것인지, 어려운 환경속에서 담배값으로 돈을 날린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피우기에 그런건지 어쩌면 그 전부인 것인지 그 말 한마디가 전부였다.
그와 다르게 내가 담배를 핀다는 것에 그 누나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피고 싶은 걸 어쩌겠냐만은, 더 늘리지는 마. 군대에거도 많이 피우게 된다던데."
그 말이 위로가 되었다.
친누나와 비교가 되서 그런지, 더 와닿았던 것 같았다.
갑작스럽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의 이혼은 시간문제로 보였었고, 그로인한 좋지 않은 분위기와 환경 그리고 친누나와의 거리감은 계속하여 생겼고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오히려 군대가 더 낫겠다고 생각했고, 그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그런 마음은 역시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아마 이 누나와의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가오는 군입대의 날짜에 한숨을 쉬게 되는 날이 늘어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군입대를 취소하고 싶다는 마음마저 들어왔었다.
솔직히 말하면 군입대 하기 전에 이 곳에서 지내면 안되겠냐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런말도 꺼내기도 전에 나는 그 누나를 안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유혹을 받았고 그건 술을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 것 처럼 순식간에 누나의 리드에 이끌려갔다.
"아직 한번도 해본 적 없지?"
그 말에 나는 부끄럽게 대답했고. 누나는 그냥 편안하게 나를 포옹해주었고 나 또한 그대로 누나를 두 팔로 안았다. 그 느낌이 얼마나 행복하고 따뜻했던지 단순히 성욕을 떠나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속옷을 푸는 방법과 키스를 하는 방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첫 경험이었기에 뜨거운 열기를 잘 버티지도 못했고
"저기... 끝났어요." 라는 시무룩한 나의 그 말에
누나는 웃으면서 허탈해 한다. 이제 어떻게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누나는 허탈함을 섞어 웃으며 말했다.
"그냥 안아주면 돼." 라고.
나는 누나의 말대로 그냥 포옹하듯 꼭 껴안았다.
서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살갗으로 이렇게 껴안는다는게 따뜻하다는 말 말고 다른 말로 표현하고 싶은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헤아릴 수 없었다.
며칠전만 해도 이런 날이 올거라곤 생각 못했다.
확실히 연인같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새로운 인연 새로운 만남 새로운 경험 새로운 감각. 모든게 새로웠고 그만큼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판타지 같은 경험은 상상이었던 마냥 뒤로하고 군대에 입대했다.
따라와 준건 친누나와 엄마 뿐이었다. 그 와중에 나는 그 누나를 생각했고 그 누나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지 여느때 처럼 생각해보곤 엄마에게 군인 경례를 하고 완전히 군대 막사로 들어갔다. 그리고 첫 휴가를 나갈 때 까지 아무도 나에게 면회를 하러 오지도 않았다.
첫 휴가를 나갔을 땐, 역시 집으로 바로 돌아갔다. 군부대에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한 뒤 그저 밤을 기다렸다. 그래도 첫 휴가는 가족과 보내야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친누나는 야근을 계속 이어갔고, 엄마 또한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그렇게 또 혼자였다.
이럴거면 그냥 기다리지 말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거나 할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고 이내 그 누나도 떠올렸고 결국 전화를 걸었다.
누나 또한 날 기다린 것 마냥 반가워했고 오랜만에 만나며 다음에는 오고 싶을 땐 찾아오라며 자기 집의 비밀번호까지 알려주곤했다.
"내가 뭘 훔쳐가고 하려면 어쩌려고 그래요?"
나의 그 말에
"네가 보기에 뭐 훔쳐갈 만한게 있어 보이든?"
애초에 주변에 뭐가 있는지 둘러보지도 않았다. 그 누나도 그리 부유하다거나 넉넉한 삶을 사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러다보니 이쯤에서 우리 사이는 과연 어떤 사이인건가 생각하게 되고 확실히 정립시키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친구 같은 누나 동생사이?
그저 섹파?
아니면 정말로 연인사이?
애초에 누나가 그렇게 생각할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확실한 선 같은 것을 정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선을 정하는 것 보다 애매하게 두는 게 더 마음이 편한 것 같은게 나도 확실히 정립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면 누나는 왜 나를 안고 나랑 하려고 했는지 궁금했다.
이성적이든 감성적이든.
그리고 다른 동기들이 휴가를 아끼고 상병이 될 무렵에 휴가를 쓸 때, 나는 좀 더 이른 시점에서 정기휴가를 사용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몇번이나 고민을 하다가 결국 집으로 도착하기 전에 버스에서 내려서 누나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
시간은 아직 11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누나는 아직 직장으로 출근해서 집에 아무도 없을거라는 생각에 나는 누나가 알려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묘하게 텁텁한 공기를 느꼈다. 그건 마냥 환기가 안된 공기가 아니었다. 나로선 묘하게 기분나쁜 습하고 미적지근한게 답답했다.
그리고 무슨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라는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으-응? 아니." 라며 이제 막 잠에서 깬 듯한 여자의 목소리.
무거운 전투화를 신고 있는 만큼 나는 그 자리에서 소리를 내지 않도록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어떻게 이곳에서 나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마 잠겨버린 문을 다시 여는 데에도 소리가 들릴 텐데,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나가야 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머지 않아 발바닥이 움직이는 소리가 집안 전체를 울려왔고, 눈을 비비는 누나가 내 앞에 드러났다. 그저 커다란 티셔츠를 하나 입고 있어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몸매의 부분들이 눈에 확들어왔다.
누나는 그저 그렇게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군화의 소리를 내지 않도록 몸만 돌려서 잠긴 문을 열었다.
"띠리리~"
예상대로 문을 여는데에는 소리가 나왔고, 나는 그대로 누나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그럼에도 안쪽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것도. 문도 잠겨 있던데?" 라는 누나의 목소리였다.
집으로 돌아와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나로선 처음으로 여러가지 경험을 알려준 사람이기도 했고,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불순하니 어쩌니 할 수 있을진 몰라도, 나로선 엄마의 집보다도 더 있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X발. 괜히 나왔어."
차라리 몰랐으면 나았을 거 같았다.
일주일이 넘는 휴가동안 누나를 찾으러가지 않았고, 괜히 휴가를 나왔다고 생각이 들 만큼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은 정말 지겹고 느리게 흘러갔다. 아마 나만큼 군대 휴가를 나와서 시간이 안간다고 하는 녀석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원치않게 포상휴가를 받게 된 2개월 후. 나는 또 다시 집보단 누나의 집을 찾았다.
이번에도 다른 사람과 있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솔직히 그건 싫었기에, 만약에 누나가 비밀번호 바꿨다면 그대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으로 비밀번호를 눌렀다.
[삐삐삐삐삐삐삐- 띠리리리~]
하지만 장금장치는 경쾌한 소리와 함꼐 열렸다.
아직도 비밀번호를 바꾸고 있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고, 그 안을 살폈다.
그 안은 역시 언제나처럼 다름 없는 인테리어였다. 마치 낯설임 따위 생기지 않도록.
현관문 앞에는 다른 사람의 신발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누나가 신은 것을 본 적이 있는 구두 두 쌍 뿐이었다.
그리고 들어가도 되는 걸까 생각했다.
이제서야 왜 이곳에 온 걸까 생각이 들었다.
뭘 바라고 이곳에 온 것인지 스스로 물었다.
누나에게 뭘 바라고 어째줬으면 좋을 마음을 가지고 온 것인지 말이다.
"왔네? 오랜만이야."
이번에는 평범한 옷차림이었다. 뒤에 있는 창문의 햇빛이 그대로 누나의 뒤를 덮쳐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올 줄 알았어요?" 나는 살짝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 들리고 네가 온 줄은 알았지."
"어째서요?"
"그야. 비밀번호 아는 건 너 뿐이니까."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누나가 못마땅해서 인지 믿기기 어려워서 인지 나는 다음의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소리를 쳐야할지, 그럼 그때 그 남자는 뭐였는지 그런 말까지 생각하게 되었지만 역시 말이 꺼내지지 않았다. 그 사이에 누나는 말했다.
"네가 보기엔 내가 여러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지는 여자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 다른 남자와 있는 것도 봤으니까."
"비밀번호는 왜 저 밖에 모르는 거에요?"
"글쎄. 네가 어리다고 생각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냥 언제든 와도 괜찮다고 표현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네가 여기를 자주 오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저도 다른 남자와 다름 없는데도요?"
"알지. 다 알아."
"아마 네가 왔었을 때 그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널 안았을지도 몰라. 딱히 그때 그 사람하고 사귄다거나 뭐 특별한 사이도 아니고, 나는 그저."
누나는 이어서 말하려다가, "그래봤자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라며 중얼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결국엔 질 나쁜 여자로 밖에 안보이겠지. 그만큼 문란하다고 해도 할 말도 없고."
"얘기 들어줄게요. 끝까지 말해봐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들어주기는 무슨."
그러곤 누나는 테이블 앞에 앉아 물 한잔을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뭐 좀 마실래?" 누나는 그렇게 말을 걸어왔지만,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뭔가, 누나에게 뭔가를 듣고 싶었다.
누나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너를 가르칠 생각은 없지만, 다들 방식이 다른 거라고 생각해. 누군가는 사랑해서 섹스를 하기도 하지만, 나는 사랑을 받고 싶어서 섹스를 하는 거야. 네가 나를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세기면서 말이야. 그리고 그 마음대로 너는 찾아왔고."
"그런 게 가능해요?"
"딱히 어른이니 어린애니 그런 건 아니라고 봐. 그저 방식의 차이지. 섹스는 사랑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랑의 절차로서 말이야."
그렇게 누나는 다 말한듯 싶었지만, 이어 말했다. "그냥 놓치고 싶지 않는 거지. 나는 내가 자신감이 없어서. 누군가가 날 좋아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훨씬 더 앞서니까 말이야. 이런게 우울증인가 싶기도 하고."
놓치고 싶지 않다라...
그 말이 왠지 계속 귀에 맴돌았다.
자신의 집에 살고 있으면서, 어째 나 처럼 집으로 가고 싶지 않는 그런 느낌.
있고 싶은 곳이 없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렇기에 내가 집보다 누나의 집을 찾은 것 처럼.
"그냥... 너도 나처럼. 불안해 하는 거 같아서. 반면에 나라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나도 괜히 너로서 위로를 받는거 같기도하고. 그래서 언제든 오라고 해주고 싶었어." 누나는 그렇게 말했다. "결국엔 너나 다른 사람들 눈에는 불순해보이는 사람으로 밖에 안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말에 차마 이어 말할 수 없었다.
하아... 모르겠다.
내가 너무 어려서 그런가 이해를 못하는 건지 어렵기만하다.
혹시 나는 정말로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이렇게 뭔가 미련이 남은것 처럼 구는 걸까?
아니면 그저 욕망에만 사로 잡혀 있었던 걸까?
나는 누나가 말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누나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그 자체는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해서가 아닌 사랑받고 싶기에 안기고 싶다는 말. 따뜻하고 편안하고 행복한 품을 느껴본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