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양 May 31. 2021

살고 싶으면 어그로도 필요해.

자기 자신을 먼저 소개해야지

 오너와 상의를 했다.

 일부의 음식들의 값을 1천원씩 내리는 건 어떻겠냐고.

 하지만 오너는 고개를 저었다.

"가성비를 노리자는 건 알겠지만, 그러면 너무 혹독해져. 그러면 파트타임 사람 한명을 더쓰고 그 인력이 충분히 발휘가 될 정도가 되야해"

 우리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이 식당이 죽지 않도록 우리들이 내보낼 수 있는 매력들을 어필할 것을 계속 찾아내야 했다.



 어느날 나와 마주한 상대방은 그렇게 말했다.

"사람의 마음을 차지하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상대방에 알릴 어필은 필요해요. 자신이 장동건도 아니고 원빈도 아닌데, 누가 겉만 보고 아무것도 하지도 않았는데 좋다고 졸졸 따라오겠어요?"

"그렇다면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시작해야 해요?"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세요. 거짓을 꾸며서 보여준다고 한들 결국 나중에는 다 들통날 뿐이구요. 어필은 하되 진실된 모습을 보여줘야죠."

"그래도 안되면요?"

"시도도 해보기도 전에 실망하거나, 질 낮은 인터넷 뉴스처럼 속 빈 모습을 보여줘서 실망하거나, 그것보다 낫지 않아요? 결국 후회만 할걸요?"

 나는 그런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런 대화를 하고 마음가짐을 갖고 나를 어필하려고 했을 땐, 그녀를 마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만약에 내가 표현을 하고 어필을 했다면, 적어도 한 번의 기회라도 얻었을 가능성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을 한 번도 끌지 못했기에 그렇게 떠나가 버렸다.


"자 봐봐요, 소개팅에 나가서 '나 이런 차 가진 사람이다.'라며 차키를 꺼낸다던가, 손목이나 허리에 이런저런 명품이나 가방을 들고다닌다던가. 근데 사실은? 상대를 현혹하기 위할 뿐인 빚으로 만든 것들이라면? 그건 결국 거짓말을 하는거지 자기자신을 어필하는 게 아니에요. 실망을 낳을 뿐이죠. 자신의 본모습이 아니잖아요. 어그로는 끌되 거짓이 아니어야겠죠."

 어그로라는 말이 미묘했다.

 분명 마냥 좋은 느낌을 주는 단어는 아니었기에. 하지만 이내 그 말에 납득할 수 있었다.


 살기 위해선, 마음을 얻기 위해선, 어그로가 필요하다.

 물론 손님을 얻기 위해서도!


웹툰 작가 유지별이님 제공


 예전에는 정말 소설의 제목 하나 때문에 읽게 된 책이 한 권이 있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하게 되었고 꽤나 엽기적인 제목이기에 많은 매체에서 화재가 되기도 했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정말 엽기적이고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괴팍한 제목이었다. 하지만 제목으로 인해서 첫 장을 읽게 되었고, 그 뒤의 내용을 읽고 싶게 만들었다. 그 결과 그 내용은 로맨스 소설이었고, 왜 이런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었는지 이해하고 반전의 효과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꽤나 재밌고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어그로라는 말이 정확하게 언제부터 유행하고 잘 쓰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게임을 즐겨했던 나로선 유행하기도 전에 잘 알고 있었던 단어였다. 그다지 좋은 뜻은 아니었다. 상대를 도발하거나 자극적인 요소로 시선을 끌게 만드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쉽게 얘기하면 자극적인 제목을 올려서 그 기사를 읽게 만드는 인터넷 뉴스처럼 말이다.


 어쩌면 그 사람들도 그만큼 살기 위해선 어그로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고 싶으면 '어그로'를 끄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었다.

 길을 걷다 보면 여러 가지 매장을 보게 되는데 그 가게들은 자신의 문짝보다 큰 숫자나 그림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있었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800원.

 자장면 한 그릇에 3000원.

 돈가스 하나와 무제한 샐러드바 포함 5000원.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뭘까.

"저렇게 판다고?"라는 말을 하거나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호기심 또는 의심을 가게 만드는 것.

 커피는 판매점에 따라서 밥 한 끼만큼 비싼 곳도 있으며 식사류들이 시세가 오른 것도 한두 해가 아니다. 하지만 몇 년 전이나 가능했을 법한 가격을 아직까지도 판매 가능하다는 점을 보면 저게 정말 가능할까?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결국 방문하고 구매를 하게 된다.

 어그로는 그런 시선을 받을 수 있기에 필요하다.


 그렇기에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팔면 남는 게 있어요?"

 면접을 보러 갔던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장님인 면접관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순전히 궁금했다. 그럼에도 2호점을 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코로나 시대에.

 사장님은 생각보다 대답을 잘해주셨다.

"한 가지의 메뉴만 파는 게 아니니까요. '여기가 이게 싸고 맛있다.'로 시작해서 다른 메뉴 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매출을 늘리는 거죠. 어그로를 끄는 게 중요해요. 물론 긍정적으로 말이죠."

 우리는 이런 것을 이 가격에 판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찾아오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레스토랑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게 험난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필 방법이라고.

 결코 거짓도 없는.




 커피 한잔에 6000원

 짬뽕 한 그릇에 9000원

 일식 돈가스 하나에 11500원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뭘까?

"저렇게 판다고?"라는 말이 생각도 하기 전에 나오고 관심을 가지는 것조차도 진절머리가 나게 만드는 것이다.

 분명히 시선을 쏠렸다.

 하지만 다가가고 싶지 않는 마음이 생길 뿐이다.

 같은 어그로지만 이런 차이가 생긴다.

 자극적인 제목만 쓰고 내용은 별거 없는 인터넷 뉴스처럼 말이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알리기 위해선, 그게 나 자신이든 물건이든 그 어떤 것이든, 그것에 대한 매력을 알려주며 어필을 해야 한다. 정작 필요한 사람은 알아서 다가오는 법이긴 하지만, 끌어당기는 힘은 스스로 어필을 하면서 시작한다.

 우리는 보통 사람이니까.

 대부분의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타인이 알아서 다가오고 찾아오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우연양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9xwy.yang


이 작가의 인기글

이 작가의 추천글

이 작가의 출간책


이전 10화 친한 친구일수록 지켜야 할 선은 더 많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