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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Feb 10. 2022

아르바이트를 해서 얻는 건 시급뿐만이 아니다.


 연말이면 아무리 코로나의 시대라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바쁜게 레스토랑이다. 직원의 손들을 모자랐고 발은 더 바쁘게만 움직여야만 손님들의 불만없이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

 그래서 더 바쁘기 전에 알바생을 한명 더 뽑곤한다.

 거기다가 수능을 이제 끝마친 시기가 겹치다보면 한명을 뽑는데 19살의 지원자가 10명 이상이 등장하기도 한다. 성인이 된다거나 대학생이 되면서 사회생활을 해보고 싶은 19살의 청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에겐 미숙함이 더 많은 19살을 거두기 보단 군대를 다녀오거나 대학교 등록금이 필요한 휴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그 지원자들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 49살. 아니 49세이시라구요...?"

 전화기 넘어서 전해지는 목소리의 주인은 알바 모집공고를 보며 주방안에 들어가고 싶다며 면접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분은 면접을 보러와서 솔직하게 임했다. 왜 지원을 하게되었는지부터 어떤 목표를 가지고 주방에 들어오고 싶은지.

"솔직히 말해서 부업이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생계가 어렵다보니까, 설거지라도 하는 곳에서 일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고 싶지 않거든요."

 말 그대로였다.

 그리고 주방에 들어가면서 나중에 은퇴를 하게 되면 자영업을 할지도 모르니까 식당일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게 목표라고 적나라하게 질문에 답했다.

 그 분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저 역시 좀 더 어리고 20대였으면 좀 더 이렇게 알바를 많이 해볼걸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편이에요. 물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만, 사소한 아르바이트라도 시급 말고도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말이 내 가슴에 꽤나 깊게 스며들었다.


웹툰작가 유지별이님 제공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그런 말을 하곤합니다.

"아~ 내가 10살만 더 어렸더라면, 그때 일하지 말고 좀 더 놀아볼 걸 그랬어."

"20대로 돌아간다고 한다면, 대학교를 다녀볼 걸 그랬어."

 그렇게 과거로 돌아간다면 하지 못했던 것이나 다른 선택을 통해서 이루지 못했던 것을 꿈꿔보기도 하죠.

 저 또한 그래요. 이제 막 스무살이 된다면 다른 것 무엇보다도 아르바이트를 더 많이 해볼걸 하면서 아쉬움을 토로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급을 받으며 돈을 벌기도 하며 사회경험도 하기도 하지만, 저는 무엇보다 그 일로 통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나 새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생기는 인연이 좋다는 것을 아주 뒤늦게서야 깨달았었거든요.

 그 당시의 저는 노는 것을 좋아하고 많이 게을렀던 탓에 부모님에게 혼도 나고 그랬습니다. 아마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또 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거에요. 그렇기에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니 어쩌니 저쩌니 해도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거에 불과할 뿐, 애초에 그럴 수도 없으니 그런 희망을 하는 거겠죠.


 사람들은 꿈을 갖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꿈이라는 건 어릴적 부터 키워올 수도 있는 것이고, 30살 40살이 넘어서도 생기지 않을 수도 았는 것이죠. 몸이 지쳐있거나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것은 아마 경험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게임도 해 봐야 재미있다는 것을 알고, 데이트도 두근거림을 느끼기에 설렘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처럼, 꿈이나 목표를 가지는 것에도 경험이라는 것에서부터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저는 직장이 이미 있음에도 아주 잠깐의 아르바이트를 하곤 합니다.

 시작은 그러했습니다. 하루하루 똑같은 요리만 만드는 건 결국엔 말 그대로 일을 하는 것 일뿐, 요리사로서의 발전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평소와 다른 일을 경험해 본다는 건 생각보다 특별한 일이 됩니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나 노래를 만드는 작사가들이나 평소와 다른 일을 해보면서 영감을 얻는 것 처럼 말이죠. 

 그렇게 새로운 일을 해 보면서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배워보기도 하며, 꽃집에서 식물을 다루고 꽃말에 대해 공부를 하기도 하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샌드위치의 레시피를 알게되기도 하고, 요즘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인기를 끌고있는지 그 유행에 대해서도 알게되는 일들이 많겠죠.

 왜 그런 일을 굳이 할 것 같은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요리를 업으로 하고 글을 쓰며 책을 내고 또 요리로 손님들과 동료를 만나고 책과 글을 통해서 독자들을 만나고 계속 만나고 싶습니다.

 맛있는 요리도. 좋은 글도 결국 그런 경험과 만남을 통해서 얻게 되니까요.


유지별이님 제공


 사람들은 늦은 나이에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에 형편없어 보인다고 할지 몰라도 그런 짧은 경험들은 오히려 효율이 좋거나 자신이 체험해 보지 못할 순간들을 마주하게 만들어 줍니다.

 49살에 아르바이트를 지원하신 그 분도, 자신과 아들뻘이나되는 직원들을 위해서 설거지를 하러 면접을 오는 것은 꽤나 용기가 필요했을겁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런 경험은 필요했기에 한 발자국 더 내딛으면서 도전을 해 볼 생각을 했을거에요.

 그런 용기를 보면 결코 응원하고 싶어지기만 합니다. 자신이 해보지도 못한 것에, 특히 한국문화의 특수적인 나이 문화 속에서 그런 용기를 낸다는 건 정말 큰 용기를 내었던 걸테니까요.



 저 또한 스테이크를 굽고 파스타를 만들다가도 쉬는 날에 요리클래스에서 다른 요리강사님들에게 요리를 배우기도 하며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를 통해 중화요리점에서 자장면의 면의 수타를 경험해 보기도 합니다.

 그건 분명 저의 요리의 폭을 넓혀주는 경험이 되기도 하죠.

 또 누구는 아르바이트의 짧은 파트 타임으로 인해서 경험 뿐만이 아닌 함께 일하는 사람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인연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겠죠.


 새로운 경험과 그 기회로 인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런 인연들은 자신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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