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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Dec 07. 2020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고 실감하는 순간들

사람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나는 사진을 찍는 취미를 본격적으로 실행하였다. 

혼자서 2시간, 길면 4시간이나 걸으면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다 보면 카메라 안에는 수백 장의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는 취미가 생기면 새로운 곳을 가봐서 새로운 장면을 잡아보고자 여기저기 알아보곤 한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내가 지나갔던 곳을 다시 지나가 보면서 사진을 담아내 보자고 생각했다.


나는 부산 토박이였다. 잠깐 6개월 정도 거제도로 이사를 가서 살았던 적이 있었지만, 다시금 부산으로 돌아왔다. 이사를 많이 해서 전학도 많이 했기에 나의 추억이 담긴 곳들은 꽤나 많았다. 나의 유년시절의 장소는 관광객이 자주 오는 명소가 되어 있거나, 아니면 아예 건물이 사라졌거나, 폐허가 되어서 불량학생들의 거처가 되어서 폐쇄가 된 곳도 있었다.


매일 아침 오르던 등굣길의 계단.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그건 지나간 과거의 흔적 때문은 아니었다.

나의 유년 시절은 꽤나 어려운 환경이었기에 늘 할머니와 동생과 셋이서 지내곤 했었다. 나는 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면 집으로 전화해서 동생 보고 이쪽으로 오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동생은 나 따라서 같이 게임도 하고, 나 따라서 같이 관광지로 가기도 하고, 같이 길도 헤매고 같이 밥 먹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는 그게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게 있으면 동생이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하고 싶었고, 가족인 만큼 동생도 챙겨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찍으면서 어릴 적에 뛰어놀던 나와 동생을 발견하는 것 같았다.


학교교재를 사기위해 들렸던 보수동 책방골목과 이젠 폐교가 된 모교 감천문화마을의 감정초등학교.


지나간 과거의 흔적에는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게 왜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게 되었냐면, 이제는 그렇게 순수하게 동생과 놀고 싶다는 마음으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우리는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사회에서 적응을 하고 있었고, 이제는 마냥 서로 같이 놀고 싶다는 이유로 막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서로 가정이 생긴다면 억지로라도 시간을 맞추지 않는 이상 어린 시절만큼 마음만으로도 함께 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들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만큼 그것을 무시할 순수함을 앞세우긴 어려운 나이가 되고 있었다.


그런 점을 떠올리니, 나도 정말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안녕하세요. 글쓴이 우연양입니다.

이번 글로 이렇게 만나 뵈어 기쁘고, 또 뵙게 되어 기쁩니다.


작년 2019년 12월. 독자분들이 '자신이 여태까지 [얼마나] [어떤] 사랑을 받아왔는지 되새겨 보게 될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이라는 책을 내었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책이 탄생하는 일을 맡아 너무 행복했습니다. ^^

부디 많은 분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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