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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Aug 25. 2021

휴식이 있어야 성장도 있다.


 내가 요리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이유는, 단 한가지 뿐이었다.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자.'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렇게 시작한 레스토랑은 정말 지옥과 다름 없었고, 제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반대로, 과연 '제일 잘 할 수 있던 걸까?' 라는 의심과 함께 가장 싫어하는 일이 될 뻔했었다.


 그 이유 또한 단 한가지 때문이었다.

 나의 고용주는 직원들에게 확실한 휴식시간을 부여해 주지 않았다.


 그 사장님은 원래 회사에서 일반적인 사무직을 하던 분이셨다. 하지만 남편의 잦은 중국 출장으로 인해 가족간의 서먹함이 너무 심해지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아이들은 점점 커 가면서 사춘기를 거쳐가는 과정에 아버지와 크게 서먹해져가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에, 그동안 함께 있는 시간이 적었던 것에 원인을 삼았다.

 그래서 내린 결과가 기존의 일을 그만두고 영업장은 인수해서 출장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부부에게 있어선 새로운 출발이자, 새로운 도전이며,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장님 부부가 인수한 영업장은 프렌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프렌차이즈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회사의 도움으로 이끌 수 있는 좋은 장점이 있었다. 물론 사장님 부부는 본사에서 직접 교육도 받았고 매일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저녁 11시 반이 넘어있었다.

 그런 사장님에게 나는 그런 제의를 했다.

"저희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나요?"

 그 말에 사장님은 말씀했다.

"장사도 안되는데 무슨 브레이크 타임."

 보통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사람들이 몰리긴 하지만 제일 한가로운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에는 한 두팀 정도 손님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런 시간에도 단 한팀이라도 주문을 받기 위해 대기했다.

 무엇보다 사장님의 그 말에는 여러가지 함축되어 있었다.

 제일 강하게 전해져 오는 것은 사장님 말대로 어차피 손님도 별로 없으니 설렁설렁 쉬면서 일하면서 뭐가 힘들다고 그런 소리를 하냐는 눈치였다. 그래서 힘들지도 않으면서 무슨 브레이크 타임을 찾냐는 뜻이었다.

.


 하지만 몸도 마음도 편치 않는 곳에서는 누구나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건 장소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편하지 않는 곳에서 오래 머물지 않는 것 처럼, 불편한 사람의 곁에서도 오래 머물지 않는 것과 똑같다. 

 근무시간은 장장 10시간이 훌쩍 넘는다. 거기에 확실하게 부여되는 휴식시간은 없고 그냥 한 두시간당 5~10분 정도 쉬는 게 전부였다. 확실한 휴식을 보장해주지 않은 것은 그렇다고 쳐도, 장사도 안되는데 브레이크 타임이 왜 필요하냐는 말은 해서는 안될 말이었다.

 10시간 넘게 일하는 직원들에게 1시간이라도 확실한 휴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불만은 물론 아무리 고용주라고 하더라도 직원들은 배려받지 못해 상처받기도 한다.


 휴식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한걸음 쉬어야 한 두걸음 내딛을 수 있는게 사람이고, 그렇게 성장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직원들에게는 아무런 눈치도 볼 필요도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어지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 어떤 곳이든.

 그렇게 이어지는 근무환경은 체력고갈로 이끌어지고 음식의 맛을 온전하게 내는데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아진다.

 식당 운영의 원천이 될 직원들의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데, 음식이 제대로 나올 리가 만무하다.



 요식업을 처음 운영하는 사장님 부부는 본사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법에 아주 미숙했다. 무엇보다 소비한 인수금액으로 인해서 회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길게 보지 못했던 것이다. 

 사장님은 "손님도 없는데 무슨 브레이크타임."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직원들이 눈치를 받게 하는 일이었고, 오전 11시에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밥먹는 15분 정도를 제외하고 확실하게 부여된 휴식시간도 없이 10시간 가까이 일한다는 건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나 또한 요리의 일을 하면서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파서 병원을 찾은 것도 그 레스토랑이 처음이었다.

 확실하고 편안한 휴식을 보장 받지 못하는 직원들은 결국 자신의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마저 들게 만들고 몸도 마음도 정신도 다 지쳐버리기에 직원들의 교체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이다.


 맛집이 되려면 브레이크타임이 필요하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체력에 따라서 음식의 맛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재충전이 있어야 계속된 맛있는 음식을 낼 수 있는 법이고, 그게 꾸준히 이어져야 맛집으로 소문난다.

 꼭 요리의 일이 아니더라도 그 어디에서도, 휴식이 있어야 다음으로 내딛을 수 있는 법이다.

 두걸음 나아서기 위한 한걸음 후퇴라는 말도 있듯이,

 세 네걸음을 나아가기 위해 제자리에서 멈출 줄도 알아야 하는 거겠지.

 

 그리고 그 레스토랑은 결국 4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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