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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Jan 16. 2022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 사진을 찍어보자.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아빠가 사진을 찍는 것을 그만두기 시작하면서였다.

 아빠는 등산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 산 정상에 올라와서 같이 오른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그 정상에서는 그곳이 아니면 찍을 수 없는 풍경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빠는 등산을 계속하면서도 사진을 찍는 것은 그만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카메라는 고스란히 나에게 물려주었다.


배경을 찍다가 함께 찍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생각보다 아름답다.


 사실 사진을 찍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에는 우선 내가 나를 찍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다 보니, 스마트폰이나 각종 저장장치에는 타인이나 배경의 사진들이 찍혀있을 뿐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울에서 보는 나의 모습 보다, 사진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이 너무 따라가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진은 틀리지 않는다.

 보정 없이 깨끗하게 뽑아내는 사진은 나의 모습 그대로를 담아낸다.

 물론 각도와 빛의 반사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지금 내가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지 그 시점과 그 시각을 기준으로 나의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


 출근길에는 늘 지나치는 사진관이 하나 있었다.

 그 사진관은 흑백사진을 잘 찍어주기로 유명했었고, 늘 언제나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언제든 나의 모습을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3주 전에 예약을 걸어야 했고,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서 계약금도 걸어야 했다.

 그럼에도 사진을 찍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든 건 그저 단순한 이유였다.

 나의 사진이 얼마 없는 나. 그리고 점점 그 사진관에 손님이 많아지고, 자신의 모습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번 따라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 이 둘 뿐이었다.


 그렇게 방문한 사진관은 3일을 고민하고 3주 후의 날짜에 예약했고, 나를 보자마자 사진사 분은 말씀하셨다.

"와우! 10시 반에 그것도 남성분 혼자서 이렇게 찾아와 주시다니. 이거 귀한 일이네요."라면서 "다른 곳도 많은데 저를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인상이 좋으신 분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말 한마디에 손님을 배려하는 말투와 그동안 여러 손님들을 재미있게 찍을 수 있도록 리드를 해준 느낌이 잘 들어왔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어쩌다 갑자기 이렇게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그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제 사진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거 보고, 한 번 따라서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이제 자주 찍어볼까 싶기도 하고 말이죠."

"오호.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사진사분은 계속 나에게 질문해 왔다. 그리고 그 답을 하며 살짝 놀라는 얼굴로 말했다. "대학생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직장인분이셨군요."

 나는 마스크를 조심스럽게 벗고 거울을 보면서 사진을 찍을 준비를 했다.

"조금 긴장되네요. 제 사진을 찍는 건 그다지 없었던 것 같아서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건 생각보다 큰 결심이에요. 혼자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찍기 위에서 사진관에 찾아온다는 건 생각보다 꽤 용기가 필요한 법이거든요."

"그런가요?"

"그럼요. 자신의 사진을 찍는다는 건 자신의 자화상을 담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사진사분은 그렇게 말하며, 이렇게 찾아오고 사진을 찍은 순간이 꽤나 오래 기억에 남을 거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 순간이 즐거운 시간으로 남길 바라며 잘 찍어드리겠다며, 10분 동안 총 80여 장의 사진들을 찍어냈다. 그리고 그중에서 난 4장의 사진을 골라냈다.

 사진사 분은 나에게 말했다.

"혹시 보정이 필요하신 부분이 있나요?"

 많았다.

 너무 많았다.

 나는 항상 내 모습을 정면에서 밖에 볼 수 없었다.

 옆에서 찍은 내 사진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나의 머리카락 제일 뒤쪽에 흰머리가 뭉텅이로 자리 잡고 있었고, 옆에서 보는 내 모습엔 목 쪽에 살이 얼마나 많았던지 솔직히 말해서 충격이 심해서 차마 살이 빠진 것처럼 보정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을 참아냈다.

 나는 그저 지금의 내 모습을 그대로 남겨보고 싶었다.

 그리고 거의 처음으로 찍어보는 나의 사진은 그동안 내가 나를 관리하는 것에 얼마나 소홀하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도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 하니, 그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모습을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글을 쓰기 위해서 모니터를 보게 되면 눈이 나빠지기 마련이고,

 사람들에게 요리를 대접하기 위해서 맛을 보다 보면 몸에 소금기가 많아져 살이 찌기 마련이었고,

 일에 지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아 내가 보이지 않는 몸 어딘가에서 망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법이다.

 누군가가 알려주어도, 내가 내 눈으로 내가 어떤 모습인지 직접 보지 않는 한에 말이다. 하지만 그저 사진 몇 장은 내가 그동안 얼마나 어떻게 지냈는지 충분히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자신의 장점만을 더 두드러지게 보고 싶은 법이다. 그게 더 강할 수록 단점은 가리고 싶은 법이고, 장점보다 단점에 더 신경쓰여 콤플렉스가 생기기도 한다.

 

 내가 나를 찍는 사진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를 찍어주는 사진에는, 그 사람의 시점에서 보이는 나를 담기에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어떤지 알 수 있다. 나 또한 언제나 나의 좋은 점만 보고 싶지만 처음 보는 사람의 나의 모습은 말 그대로 나의 겉모습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애써 외면하고 싶은 부분까지도 말이다.


 가끔은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담긴 사진을 찍는다는 게, 얼마나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지, 타인을 따라 해서 시작해본 자기 자신의 모습을 담는 사진 찍기의 시작은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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