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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Jan 30. 2022

첫사랑의 법칙과 기준


 첫사랑을 꽤나 오래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도 꽤나 오래 걸렸었죠.

 사람들은 가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첫사랑의 기준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저는 그럴 땐 늘 그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저는 처음으로 '설렘'이라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사랑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하고, 낯선 감정이었던 만큼 강렬했으니까요."

 

 가끔 길을 가다가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사랑이란 혼자서 타인에게 줄 수도 있는 거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그 감정을 전해지고 있을 때 가장 따뜻하다. 그렇기에 그런 사이의 사람들이 나란히 같은 속도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마냥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리고 또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나도 저 사람들 따라 사랑을 하고 싶다."

 하지만 따라 하고 싶다고 한들, 쉽게 할 수 없는 것들 중 하나. 그건 바로 사랑입니다.

 혼자서 결코 할 수 없기에 쉽지 않죠.

 사랑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과 마음 그리고 표현을 주고받는 것이니까요.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습니다. 다만 각자의 첫사랑의 기준이 다르고 강렬함 또한 다르기에 설렘 또한 다르겠죠. 자신은 누군가에게 첫사랑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법이고, 그 누구도 그 누구에게나 첫사랑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는 법이겠죠.

 그리고 그런 경험이 있는 이상 언제 어디서든 첫사랑을 다시 만날 가능성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죠.

 여러분의 기억 속에 첫사랑은 어떤 추억으로 남아있나요?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떨 것 같나요?

 사랑은 쉽게 할 수 없는 것처럼, 첫사랑은 더 어렵고 더 까다로운 법이겠죠. 


 첫사랑을 처음 다시 만난 것은 헤어지게 된 지 8년이 지나고 나서였습니다.

 처음으로 해보는 책 출간으로 서점에 전시되어있는 책을 보고 싶어서 찾은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있던 첫사랑을 마주치게 되었죠. 저 또한 그 사람이 첫사랑이었고, 그 사람 또한 제가 첫사랑이었습니다.

 그 순간이 어땠을 것 같은가요?

 8년 만에 다시 만난 우리 두 사람은 상당히 엇갈려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던 마음과는 달리, 그 사람은 저를 보고 무시를 하며 지나쳤습니다. 폭이 넓은 모자를 얼굴이 보이지 않게 더 깊게 눌러쓰면서 말이죠. 그리고 하나의 책을 구입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것은 처음으로 출간해 보았던 저의 책이었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이라는 제목이 자리 잡은 책이 말이죠.

 그녀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던 모양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웹툰 작가 유지별이님 제공


 저는 계산을 하고 나가는 그녀를 뒤따라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만큼 그 무엇이라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어떻게, 잘 지내고 있어?"라는 질문이라고 하고 싶었죠.

 그런 생각을 하니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옛 사랑을 붙잡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쉽게 포기했습니다.

 그녀의 걸음은 마치 도망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게, 저와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저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여전히 썅년이네."

 그녀는 저를 처음으로 설렘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사람이지만, 그만큼 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 사람이었습니다.

 서로가 같은 첫사랑이었음에도 서로 얼굴을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좋지 않은 추억을 가진 이유는 딱 한 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의 우리는 서로 좋아했음에도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면서 서로와의 대화도 끊기게 되고, 서로에게 표현과 대화는 물론 주고받는 감정도 적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없는 생활에 계속 만족해 나아가고 있었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저를 뒷전으로 두고 있었습니다. 저와 대화하기도 싫어한 것 마냥 저를 외면했죠. 지금에 와서 다시 보면 이젠 저를 좋아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런 걸 모르던 저는 그저 그녀를 기다리지 못했기에 집착이 남았고 서로 이해를 해주지 못하는 바람에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 되었던 거였죠.


 첫사랑은 설렘을 알려주고 추억을 남기고 이렇게 서로를 등지게 만듭니다.

 나름의 첫사랑의 법칙이겠죠. 낯선 사랑을 하는 만큼 서툴렀기에 아쉬움을 남기고 뒤로하기도 하죠. 그만큼 강하게 기억에 남기도하고 말이죠.

 하지만 그 법칙을 넘어 첫사랑이 끝사랑이 된다는 건 말 그대로 기적과 다름없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눈이 부시고 따라 하고 싶을 만큼 부러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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