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양 Jan 23. 2022

작은 약속이라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


 약속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나는 어린 시절 엄마 아빠와 약속을 했던 것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약속을 어기기도 하며 부모님이 약속을 어기기도 했는데, 내가 어기든 엄마 아빠가 어기든 한 가지는 꼭 했어야 했다.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미안함을 전하는 사과였다.

 약속을 했다면 지켜야 하고, 지키지 못하고 잘못을 했다면 사과를 해야 한다. 그건 가족 간의 뿐만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은 물론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사람에게도 지켜져야 하는 소중한 부분이다.


사소한 약속은 생각보다 많은것을 좌지우지 할 수 있고, 그것을 지키느냐 마느냐는 결국 본인 하기 나름이다.



 처음으로 당근마켓이라는 광고를 볼 때는, "누가 저런 걸 쓰겠어."라고 말하곤 했다. 이미 사람들은 '중고나라'를 통해서 수많은 중고거래를 하고 있었고, 같은 지역 사람들 간의 직거래를 위한 지역별 거래도 있기 때문에 그다지 끌리진 않았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의 줄임말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인상에 남았다. 다만 지금이야 사용자가 많은 만큼 매물도 많아 거래가 원활하지만, 그렇지 않은 초반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직거래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나의 물품을 팔 때엔 사용하곤 했지만, 내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살 때에는 전문적으로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업체를 이용하곤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꽤나 약속을 잘 어기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토요일 오후 2시였다.

 평일에 중고책 하나를 거래하기로 한 나는 늦게까지 잠을 자고 준비를 끝낸 뒤 약속 장소에 나섰다. 하지만 판매자는 출발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낼 때도, 내가 도착을 했을 때에도 판매자는 나의 메시지는 읽지도 않았고 답해주지도 않았다.

 2시가 지나고 10분이 더 지날 때쯤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조금 늦을 것 같아요. 20분쯤에 도착할 것 같아요."

 그 메시지 또한 내가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돌아온 답장이었다. 하지만 20분이 지나도 그 사람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전화까지 걸어보았다. 그러니 그는 이제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도 기다렸는데, 거래만 제대로 하면 될 거다는 생각에 나는 화를 내지 않고 내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또 역시 답장은 없었고 10분이 지나도 그 사람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또다시 재촉을 해야 했다.

 한 장소에서 30분이나 기다린 나는 약속시간을 지키려고 부랴부랴 온 자신이 바보가 된 것 마냥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대체 어떤 낯짝으로 오는가 기를 세우고 있었다.

"당근이세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같은 목적으로 같은 장소에 오는 사람인만큼 그냥 바라봐도 그 사람이 나와 거래하러 온 사람이구나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조금 이상했다. 분명히 판매자는 책을 팔고 있었지만, 판매 품목들을 보면 자신이 입었던 적이 있는 옷을 파는 여성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책을 들고 나타난 사람은 키가 큰 남자였다. 하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 옆에 있던 키 작은 여성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딴청을 부리고 옆에 있던 남자를 내 쪽으로 보냈다.

 나는 그 남자에게 책을 받아내면서 물었다.

"6000원이죠?"

"네?"

 남자는 그 책을 얼마에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나는 빨리 이런 인간들과 멀어지고 싶어서 서로 물건을 주고받고 뒤로 돌아섰다.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여자는 이미 여기로 오면서 늦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에게 양해 한번 구하지 않고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안하고 염치라는 건 있는지 나를 볼 수 없었고, 그 책임을 남자 친구에게 전가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와의 거래가 좋았다고 후기를 남겼다.

 그래야 다른 거래 희망자들이 그녀와의 거래 후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늦게 약속 장소에 나타나면서 일전에 메시지나 미안하다는 사과 하나 없었습니다. 그저 남자 친구를 보내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클래스가 그저 b"라고 남기며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뒤끝이 꽤나 강한 편이었고, 그렇게 글을 남기고 나서야 속에 난 불이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




 아마 두 번 다시는 그 사람과 거래를 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런 글을 남겨진 것을 본 판매자도 기분이 상했을지도 모르며,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인연이겠지만, 또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관계조차도 쉽게 산산조각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시간 약속은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약속은 우리 일상에 아주 소중하고 꼭 지켜야 하는 인간관계의 중요한 소통이다.

 우리가 타인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부모님이 특정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하나의 약속을 하며 우리의 인생을 시작한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하고, 사소하더라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잘못을 했다면 용서를 구해야 한다. 잘못한 것에 그만한 사과의 진심이 전해진다면 그새 올랐던 화도 사그라지는 법이다.

 불난 집에 물을 뿌리는 것처럼.

 그저 당연한 말일지 몰라도, 그 당연한 말 조차도 너무 가볍게 여기다 못해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되기도 한다. 소통은 우리들이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아가는 데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서로의 뜻을 전하고 서로의 마음을 받아가며 인간관계를 만들어간다.

 자그마한 매너 하나가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며, 사소한 것 마저도 소중하게 여기지도 못하는 사람은 결코 많은 것들을 품에 안을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보다 꿈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많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