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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Apr 02. 2023

첫 출근을 하자마자 그만둘 생각하는 알바생.

MZ세대 타령이 아닌 이해관계의 기준


 딱 커피가 필요하던 나른한 오후.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고 싶었지만, 이미 한잔을 마신 터라 한 잔 더 마시는 건 좀 부담스러운 찰나였다. 그렇게 고개를 내민 카페에는 익숙한 얼굴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이전에 일했던 곳에서 알바생으로 있어주었던 대학생이었다. 이젠 대학교도 졸업했던지라 직업을 구한 줄로만 알았는데, 그녀는 오늘이 알바를 하는 첫날이라고 하며 나는 괜히 반가운 마음에 커피 한잔을 다시 구매하게 되었다.


 예기치 못한 만남이었던 것인지 반가움에 그녀는 1시간이 지나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었는데.

"오늘이 첫 출근이긴 한데, 진짜 근무시간은 따로 있어요.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그때가 제일 바쁜 시기라서 그전에 먼저 일을 배우라고 한가한 시간에 출근하라고 했거든요."

 일종의 수습기간 같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통화도중에 자꾸만 pc의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번거로운 마우스 클릭 소리가 거슬려 뭐 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다시 말했다.

"새로운 알바자리 구하고 있죠."

"오늘 첫 출근이라며."

"우선은 해보려고는 하는데 다른데 알아보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MZ세대인가 싶었다.  나이로 따지면 나 또한 그 세대의 말단 부분에 걸려있긴 하지만, 가끔 이런 돌발행동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행동을 하는 세대들을 보면 역시 나 또한 흔히 말하는 '꼰대'인가 싶었다.

"출근하자마자 다른 알바자리를 구한다니. 정말 최악이군."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녀는 그런 게 아니라는 둥 무슨 변명을 대곤 했지만, 그저 투정 부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불만이 있기에 그러는 건지 좀 더 자세히 들어보려 했더니.

"거기 카페의 사장님이 저를 보자마자 저한테 살 좀 빼야겠다고 그랬다구요."

"그게 이유?"

"네."


 물론 첫인상으로부터 기분 나쁜 말을 들어 반감이 생길 수 있기에 그녀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해보지만, 받아들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는 대체 어느 부분에서 그녀를 이해해 줘야 하며, 아니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인지 자영업을 하려는 입장에서 그런 알바생이 있다면 정말 끔찍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디에서 이해관계를 찾으면 좋을까? 어떻게 이해관계의 기준을 찾는 게 좋을까?

 단순히 MZ세대니까 저러나보다 하는 말은 너무 불공평하다. 되려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외모지적을 받는 게 큰 콤플렉스였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반감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시점에선 함부로 외모지적을 하는 건 무례하다. 더 나쁘게 생각하면 고용주가 인간적으로 더 불편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한 함부로 판단하면 안되고, 어느 한쪽으로만 좋게 생각해서도 안된다. 고용주가 정말 별로일 수도 있고, 반대로 그녀가 정말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갈등이 있다면 양쪽을 전부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 이해관계의 기준이 필요하다.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사장이라면 첫 출근한, 그것도 일 가르쳐주기 위해서 필요하지도 않은 시간에 불러 교육했는데, 그 알바생이 그만두고 다른 곳 알아볼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진짜 혐오스러울 것 같은데."

"에에에~? 아니에요."

 그러곤 그녀는 다음날 아무런 말도 없이 연락을 무시하고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기준의 합을 맞춘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결국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과 어울리는 게 편하고 맞지 않는 사람들이 억지로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은 결국 군대와 직장뿐이다. 그 안에는 불편함이 남을 수밖에 없으며, 그럼에도 공존해야 하는 이유에는 '의무'라는 공통적인 기준이 얽혀있다. 군대에선 군복무의 의무, 직장에선 돈을 벌어 생활을 해야 하는 의무. 그것마저 싫으면 결국 탈영이나 퇴사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강압적인 공간과는 별개로 인간관계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기 더 쉽기에 이해관계를 억지로 찾아내기는 어렵다. 마음이 안 맞고 멀리하고 싶은 사람은 마주치지 않으면 되는 것이 인간관계며 반대의 경우 친구가 되기 쉽다. 술을 싫어하고 술이 함께하는 공간이 싫은 사람이 술자리에 오래 있겠는가.


 그렇기에 그녀를 어떻게서든 이해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분명 그런 틈으로 인해서 서로에 대한 차이가 형성된다.

 그렇기에 '세대차이'라며 서로 갈리는 층도 있다. 결국 서로를 이해할 수 없으니 생긴 것도 MZ세대라는 말일 것이다. 그건 단순히 '나이차이'가 난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이해관계에 대한 기준의 차이로 생긴다.  그녀와 같은 나이라고 하더라도 분명 그녀와 다른 행동과 다른 마음가짐을 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오히려 맞받아치며 농담으로 여겨 더욱 좋은 분위기로 이어나가려고 하는 알바생도 있다. 반대로 그녀를 이해해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어리기에 자신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다르고 배워오고 겪어온 게 다르기에 다르다고 생각해야 이해관계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야한다. 누구나 스무살이 되어서 다 같은 경험만을 하는 게 아니다.

 필자가 20살이 되어서 처음으로 배웠던 것이 '책임감'이었다. 나의 실수로 인해서 장학금을 못 받을 뻔한 적에 한 어른이 나에게 말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성인이 되었으면 이젠 본인의 행동엔 본인이 책임져야해. 언제까지고 부모님이 해결해 줄 순 없잖아."

 수백만원의 돈이 걸려있었던 탓인 것인지 나에겐 그런 말이 아주 깊게 다가왔고, 나의 많은 행동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렇듯 이젠 대학교도 졸업한 그녀에게선 무언가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의 기준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선 그녀 나름대로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을 가르는 기준이 있을지 모른다. 장난이라고 하더라도 나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하니 나 또한 좋게 보지 않겠다는 둥. 그녀의 마음을 확실히 알 순 없겠지만, 그녀를 이해하려고 할 수록 머리만 아프다면 그건 그거대로 그자리에 두어도 바뀌는 건 없을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수용할 필요는 없으며, 나에게 소중하고 오랜 인연을 가져가야할 관계가 아닌 이상 이해관계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좁혀지지 않는대로 그냥 두어도 괜찮다.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겠지만, 차이를 좁힌다는 게 억지로 한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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