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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Mar 28. 2023

여기 맛집 사장님은 왜 점심장사만할까?

걷는 것에도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특정 지역마다 그 지역 상권들의 특성이 있다. 번화가는 번화가인만큼 주말에 최대 활성화가 되기에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을 맞이 할 수가 있으며 유행에 꽤나 민감한 편이다. 그 외에도 학원가도 있으며 대학가도 있고 오피스상권이 따로 존재한다. 학원가에는 10대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사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나 음료점이 줄지어 서있는 편이며, 대학가는 번화가 만큼 다양한 업종들과 함께 술집들이 즐비하며, 오피스상권에는 가격대비 포만감을 채울 수 있는 국밥이나 국수 혹은 돈까스 같은 음식점들이 줄을 서 있다. 물론 회식을 위한 술집도 마찬가지.

 그렇게 특정 상권마다 자리잡은 음식점들엔 그에 맞는 특성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요식업이라고 할지라도 주말보다 주중이 더 매출이 많은 곳도 있으며, 주중보다 주말이 훨씬 매출이 많기도 하고, 저녁장사보단 점심장사가, 점심장사보단 저녁장사가 더 매출이 많은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한참 시장조사를 하던 도중 이상한 가게를 마주했다.

 아무리 대학가라고 하지만, 학기중에만 오픈을 하며 그것도 점심장사만 한다는 것.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 다 개강을 할때까지 그 라멘집은 장사를 멈춘다. 왜 그럴까? 사장님이 그 건물의 주인이기 때문에 여유가 있어서 그런 것일까?



 희안하게도 몇달을 쉬더라도 그 가게엔 오픈을 하자마자 다시 손님들이 꽉찬다. 어찌보면 심플한 이유가 있다. 맛있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며, 대학가에 있는 만큼 방학동한 떠나있던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방학기간동안 쉬더라도 개강할때 맞춰서 다시 오픈하기 시작한다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똑같이 그 라멘집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일반적인 느끼함이 강한 라멘이라기 보다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설정되어 있는 알싸한 마늘맛이 남아있는 라멘이었기에, 라멘을 처음 접하더라도 거부감 없이 친근한 맛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맛이었다. 그게 얼마나 입에 잘 맞던지, 마음대로 퍼먹을 수 있는 밥솥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그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어서 깨끗하게 비워내기까지 했다.



 맛이 있으면 언제나 어디에 있든 찾아가게 되는 맛집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렇기에 라멘집 사장님은 자신의 라멘의 맛을 믿고 이런 방식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아무리 그래도 대학가인 만큼 월세는 결코 저렴하지 않을텐데. 거기에 12개월 중에 4개월을 완전히 쉰다는 것은 아무리 맛집이라도 금전적 타격이 없는 것일까?



 그런 궁금증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게 해소가 되었다.

 2022년 12월의 말.

 다시 휴업에 들어가려는 사장님은 가게의 문에서 바로 보이도록 장문의 글이 담긴 A4용지 두장을 이어 붙여 놓으셨다.

사진속의 매장과 글의 라멘집의 연관성은 무관합니다.


 작년 저희 'xxxxx라멘'은 현 위치로 이전을 하면서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다시 가게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공허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내고 있던 맛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을 보니, 마치 아들을 찾아주는 것 같아 다시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게 너무 기쁘고 힘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여러분 덕에 저 또한 다시 공허함에서 나와 여러분을 마주하고 다시 일을 하며 아들의 맛을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아 쉬는 시간을 길게 가져가게 되지만, 언제든 어느때든 아들이 노력해서 얻어낸 맛을 다시 가지고와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장문의 글을 읽고 한동한 서 있었다. 괜히 라멘집 사장님 마음에 공감이 가는 게 어떤 마음으로 가게의 문을 열고 있었을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식을 잃는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그 고통속에서 나오는 게 얼마나 힘들지, 그 사람들만 알것이다. 그리고 사장님 또한 아들이 내었던 맛을 이어가는 것이 아들과 함께하는 것으로 느끼고 있을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맛을 계속 찾고 좋아해주는 손님들이 있기에, 사장님은 계속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행복이 돈을 버는 것 보다 소중했기에, 아마 라멘집 사장님에게선 그 라멘집은 돈을 벌기 위한 장소보단 더욱 많은 것을 품은 장소로 여겨져 있을 것이다.


 사람은 걷는 것에도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어디를 가기 위해 어떤 물건을 가지러가기 위해 무엇을 보고 싶은 마음에. 사소하더라도 행동에는 동기부여가 필요하고 강한 원동력이 되곤한다.


 세상에서 한국만큼 자영업의 비율이 많은 나라는 없다고 한다. 다니던 직장에서 나와 새롭게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개인적인 꿈이나 목표를 위해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런 세상으로 덤벼드는 사람들에겐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에 돈이 연관되지 않는 경우는 그다지 없을 것이다.

 그 라멘집 사장님의 입장에선 그 라멘가게는 아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지켜내고 싶은 장소가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아들이 내었던 맛을 잊지 못해 여전히 찾아주는 학생들은 언젠가 졸업을 하여 찾아오지 않게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랬던 손님들은 또 다른 손님들을 데려오게 할테니 사장님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아들이 남긴 유산은 언제까지고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말. 풍부한 감정을 우려내는 라멘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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