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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Mar 19. 2023

요식업 사장이 벌크업을 해야 했던 이유.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어릴 적엔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게 될지 모르기에 부모님은 다양한 경험을 체험하도록 했다.

 피아노 태권도 미술 노래, 기본적으로 단과학원은 다니면서 예체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지면서 내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유형에 흥미를 느끼고 싫어하는지 나름 부모님의 방법이었다. 

 어머니는 단순히 나의 재능이 어느 쪽으로 치우쳐져 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조금 달랐다. 나에겐 집중력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기에 잘하는 것을 더 밀어주기보단 부족한 것을 더 메우기 위함을 원했다. 

"검도를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야 집중력도 좋아질 거고, 뭔가 위험한 일이 생길 때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타인도 지킬 줄 아는 거야."

 아버지의 그런 말에 어머니는 그러면 차라리 태권도를 계속 배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태권도는 맨주먹으로도 가능하니까."

 재능도 재능이지만, 부모님은 내가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길 더 바랐다.


 나의 체격은 그다지 크다고도 그다지 작다고도 할 수 없다. 나는 나대로 평균적인 신체조건을 가진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군대에서나 남자들이 모인 장소에 힘을 써야 할 곳에 나를 지명하는 것을 보면 그래도 좋은 쪽에 속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고 그 위에 앞치마를 두른 채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가끔은 이렇게 글도 쓰고.



 레스토랑의 주방이란, 아무리 열린 모습으로 손님에게 보여드린다고 해도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렇다면 솔직하지 못한 게 아니냐 하는 말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없는 것처럼, 오픈 키친에도 가림막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는 그런 점이 아니다. 손님들의 주방을 볼 수 없는 만큼 요리사 또한 안에서 밖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곤 한다.


 이 이야기는 우선 성차별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남자보다 여려 보이고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는 여성일 경우 그런 현상이 일어나곤 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진상손님이다. 진상손님 또한 진상을 부리는 것에 상대를 봐가면서 부린다. 자신이 우월적이라고 여길 수 있는 상대일수록 그것을 절대적이라 여기기도 한다. 



 한창 배달업이 활발해지고 있었을 때였다. 우리는 주문이 들어왔던 파스타를 포장준비하고 있었고 아직 늦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배달기사는 답답해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배달기사는 이중배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곳만 들리는 게 아니라 가는 길에 다른 곳도 배달하기 위해서 두 업체에서 음식을 받아 배달 중이었다. 하지만 자신과 예상과는 좀 달랐는지 보다 빨리 음식이 나오지 않아 식어가고 있을 다른 배달음식을 두고 답답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업체에서 픽업까지 남은 시간은 아직 10분이나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7분이 되기 전까지 배달기사에게 음식을 전해주었지만 짜증을 그저 삼킨 채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배달을 하러 나섰다.

 그런 일은 적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생 여자 알바가 있던 어느 날 같은 일은 반복되고 있었다. 나는 알바생이 있는 만큼 요리만 해주었고 포장과 세팅은 전부 알바생이 마무리를 하며 배달기사에게 넘겼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단박에 화를 냈다.

"여기서 늦게 나오는 바람에 앞에께 늦어졌잖아!"

 아직 픽업요청까지 남은 시간은 6분이나 남아 있던 상태였다. 그리고 그 발언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이중배달 중임을 알리고 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본인의 욕심 때문에 잘못은 본인이 하고 있으면서 누군가에게 탓을 하며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책임을 전가하듯.

 나는 그 기사가 그렇게 화를 냈는지도 몰랐다. 주방 안에 있었던 만큼 보이지 않았기에. 하지만 자신이 왜 욕을 먹어야 하는 건지 납득할 수 없었던 그녀는 눈물을 보이며 그런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다시 찾은 배달기사에게 직접 물었다.

"저번에 저희 직원에게 늦지도 않았는대도 화를 냈다면서요. 대체 저번부터 저희한테 왜 그러세요?"

"네? 제가 뭘요?"

"우리가 언제 시간 내에 포장을 안 해주는 것도 아니고. 짜증 내는 거 모르는 줄 아세요? 제 앞에선 아무 말도 않다가 직원들한테 왜 그러냐고요? 사람 봐가면서 상대하세요?"

 그 말에 배달기사는 오해를 하고 있는 거라고 말했다. 나 또한 그를 오래 붙잡고 있을 순 없었다. 그동안 내가 만든 음식이 계속 식어가고 있었으니.


드라마 야식남녀 중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사람만이 아니라 소수의 다양한 사람들이 상대를 봐가면서 태도를 바꾸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사장님이 여성인 것을 알고서 짜증을 내었다가 덩치가 있는 남편이 나타나서야 나긋하게 말하는 태도로 바뀌었고, 여자친구 앞에서 흔히 말하는 '가오'를 잡으려던 남자가 여자 알바생에겐 갑질을 하다가 남자 알바생에겐 갑질을 못하는 경우도 보았다. 오히려 남자 앞에서 갑질 같은 행동을 하다가 여자 앞에서 태도를 바꾸는 남자 손님도 있었다. 남자이건 여자이건 자신의 기준에서 상대를 가려가며 태도를 바꾸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게 내가 애지중지하며 관리하는 레스토랑에 일어나고 있으니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런 모습은 주방에만 있는 한 알 수도 없으며 마주할 수도 없었다. 전해 들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 또한 사장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그런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타인도 지킬 줄 아는 거야."

 10살도 되지 않았던 어릴 때 들었던 말이 20년이 지나도 생생했다.

 

 운동은 참 장점이 많다.

 나를 건강하게 해 줄 뿐만이 아니라, 운동을 하는 생활 습관이 생기면서 평소와 달랐던 생활이 탄생한다. 운동하는 몸은 아무리 옷으로 가린다고 하더라도 지울 수 없다. 그렇기에 몸매라는 게 있는 거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느낄 수 있기도 한다.

 무엇보다 강한 훈련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자신감도 생긴다.


 분명 그렇게 여성들은 차별을 많이 받았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건 단순한 성차별이 아니다. 왜소한 체격을 가진 남자나 어려 보이는 남자나 여자든 남자든 자신이 절대적으로 위에 서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짓눌러 버리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한다. 마치 웃기지도 않은 약육강식을 내세우려는 듯이.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을 때려눕힐 수는 없다. 폭력은 안된다. 그저 그런 강압적인 태도를 하려는 사람들이 덤비지 못하도록 예방을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나는 그렇게 벌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와 나의 소중한 사람 나의 소중한 것들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나를 단련시키기로 한 것이다.

 가수가 아닌 운동선수가 아니냐며 농담을 받기도 하는 김종국 씨 같은 사람의 몸을 가진 사람이 눈앞에 있으면 아무런 이유 없이 시비를 걸 확률은 현저히 떨어질 테니. 그런 점을 생각하면 사람은 역시 참 간사한 면이 있다.

 


 나는 운전을 배울 때에는 운전을 잘하는 게 뭔지 아냐는 질문에, 부드럽게 하는 것이 아니냐고 답했지만 답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방어하는 자세라고 되돌려 받았다.

 사회생활도 인간관계도 똑같다. 내가 아무리 조심하려고 해도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고 언제 불길한 기운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겉모습에 신경을 쓰는 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가장 선입견 갖기 좋은 시점은 바로 첫인상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나는 사장으로서 혹은 한 명의 사람으로서 나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나에게 변화를 주기로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평온하고 행복하게 지나가면 좋을 따름이다.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나는 나의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지만, 어깨가 넓어지고 팔뚝을 굵게 가질수록 나를 먼저 공격해 오려는 사람들은 적었다.

 나는 나를 위해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건강에 대한 목표도 있지만, 겉모습으로 위압감을 주면서라도 싸움이 일어나 않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방법이다. 절대 강한 힘을 키워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아닌, 아무런 잘못도 없는 나와 나의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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