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May 23. 2016

04. 낙관론자, 비관론자 그리고 현실주의자에게

낙관적으로 살아야 할 10가지 이유

반이나 채워진 잔을 열렬히 지지하는 나는 평생을 긍정과 낙관의 힘을 굳게 믿으며 살아왔다. 나를 순진해 빠진 낙관주의자로 여기는 소위 ‘현실주의자’들과 수차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듯 현실을 회피한 채 망상을 좇는 게 결코 아니다.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마주한 상황의 부정적인 측면을 발견하고 희망이나 기회에 매달리는 대신 의식적인 결정을 내리며 부정적 감정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힘쓴다. 긍정적 태도는 역경으로 추락한다 하더라도 다시 튀어 오를 힘을 만든다.
   

  
당신들이 잔이 반밖에 안 남은 것인지 아니면 잔이 반이나 채워진 것인지 갑론을박하고 있을 때 나는 홀랑 그 잔을 마셔버렸답니다.
- 기회주의자 드림
   
낙관주의는 삶에 많은 유익함을 선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신 학문인 정신신경면역학(PNI, Psychoneuroimmunology)에서는 인간의 정신이 면역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즉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키움으로써 더욱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게 된다는 이론이다. 여기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살면 좋은 열 가지 이유가 있다.

· 장수할 수 있고 질병에 걸렸을 때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 행복하고 성공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 실패에 건설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 보다 희망차게 살 수 있고 상황을 앞서서 주도할 수 있다.
· 활기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 모험을 즐기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 배우고 성장할 기회로 변화를 볼 수 있다.
· 감사하며 최대한으로 인생을 즐길 수 있다.
· 역경으로부터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

위 리스트는 긍정이 삶에 가져오는 수많은 효익 중 극히 일부만을 담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넬슨 만델라의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Long Walk to Freedom)」 중 아래 구절은 낙관주의를 잘 요약해 준다.
   

Long Walk to Freedom


  
  "나는 뼛속까지 낙관주의자다. 그렇게 태어난 것인지 살면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낙관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태양을 향해 머리를 들고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인간성에 대한 내 믿음이 혹독한 시험대에 오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절망에 빠질 수 없었고 빠지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충격적인 경험을 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길 중에 포기도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의 내면에는 역경을 극복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투지가 있다. 때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주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자신에게 불리하게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되거나, 스스로 폭풍의 눈 속에 있다고 느껴질 때 더욱 그럴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어둠의 시기는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나는 어렵고도 힘든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회복탄력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에서 내 친구 엘리너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몇 해 전, 내가 지금 사는 챌튼햄으로 처음 이사 왔을 때 글쓰기 그룹을 하나 결성했다. 당시 나는 창작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모아 편안하고 재미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몇 해에 걸쳐 그룹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고, 지금은 다방면에 종사하는 멋진 사람들과 함께 그룹을 키워가고 있다. 그들과 함께하는 그룹 활동은 한순간도 따분할 새가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그룹을 같이 해오는 동안 그룹원들 사이에는 진한 우정이 생겨났다. 성공과 흥분의 순간도 있었고, 극적인 드라마도 있었고, 성격차이로 인한 갈등이 있었으며, 슬프게도 무언가를 잃기도 했으며, 아픈 사람도 생겨났다. 글쓰기 그룹의 초창기 멤버 중 하나인 엘리너도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극한의 역경에 대처하는 법을 살펴보고 낙관주의가 어떻게 그녀를 성공으로 정진할 수 있게 해주었는지 배워보자.
     
     
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
   
2008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때였다. 당시 40대 후반으로 프리랜서 컨설턴트를 하고 있던 엘리너가 목구멍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엘리너는 즉시 거울을 가져와 밝게 불을 비추고 목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목 안이 부어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즉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진찰 후 항생제를 처방해주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자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다. 조직검사 결과, 그녀가 영국에서 다섯 번째로 발생빈도가 높은 비호지킨림프종(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형성하는 림프계에 생기는 악성 암 중의 하나)에 걸렸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고 그녀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그렇게 놀란 것은 아니었다. 그간 암에 관한 소식도 많이 접했고 자신도 암에 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 항암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을 때 엘리너는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치료에만 집중할 것을 결심했다.
     
앞으로 겪어야 할 치료에 정신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엘리너는 다음의 두 문장에 집중했다.
     
· 하루하루 나는 더 나아지고 있다.
· 나는 병에 걸렸다. 하지만 그들이 나를 치료하고 있으니 괜찮아질 것이다.
치료과정 동안 엘리너는 강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던 어느 날 암환자 지원센터에 앉아 치료순서를 기다리던 그녀에게 ‘이제 곧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생각이 몰려오자 갑자기 충격이 강타했다. 울음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나중에 엘리너는 내게 “머리를 빗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는 걸 보면서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당시 엘리너는 이제 하루하루 나아질 일만 남았고, 머리카락은 다시 자랄 것이라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뇌었다고 했다.
     
골수 표본 채취를 비롯한 힘든 검사와 항암 치료가 끝나고 진행된 종합 CT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엘리너는 비호지킨림프종뿐만 아니라 췌장암과 간암에도 걸려있었던 것이다. 일반 암이 아닌 신경내분비종양이었다. 이 희귀 암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라 알려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엘리너가 보인 첫 반응은 자신이 무척이나 행운아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 비호지킨림프종을 진단받지 않았다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인 암들을 어떻게 발견했겠느냐는 것이었다.
50세 생일을 치르자마자 엘리너는 다시 입원했고, 췌장 전체에 걸쳐 자라난 10센티미터의 종양과 간의 5센티미터 종양을 제거했다. 종양을 제거하면서 간의 1/3과 췌장의 꼬리 부분을 떼어내야 했고, 비장을 잃었다.
     
수술이 끝나자 회복을 향한 매우 어려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엘리너는 건강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헬스클럽에도 나가 운동하며 천천히 건강을 회복해 갔다. 그녀는 이 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적 회복기를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시작했다.
     
암을 선고받기 전, 엘리너는 프리랜서 컨설턴트라는 직업에 충분한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 바쁜 일상에 쫓겨 떠밀리듯 살아왔는데 병을 치료하는 동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자 대학교 때 공부한 미술에 관련된 일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오면서 후회할 선택을 하기도 했고, 소중한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엘리너는 챌튼햄에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심했고, 문화재기구에서 시간제 업무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지도 알아봤다.
     
1년 후 정기검진에서 엘리너의 간에 두 개의 종양이 더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녀는 또다시 수술을 해야 했고, 길고 긴 회복 과정이 다시 반복되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내일이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엘리너는 병에 개의치 않고 집중하며 자신의 꿈을 좇았고, 몇 달 후에는 문화재기구에서 인턴십을 제의받았다.
     
하지만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문화재기구에서 근무를 시작한 첫날, 엘리너는 ‘더 많은 암세포가 간에서 발견되었으며, 암세포 제거를 위해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돌아갈 직장도 있었고, 그녀를 응원하는 사람도 더 많아졌다.
     
첫 번째 암이었던 비호지킨림프종은 깨끗이 제거되었고, 신경내분비종양은 치료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녀는 희망을 잃지 않았고 모든 게 다 잘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엘리너는 현대의학과 의술을 믿었다. 그리고 나라에서 손꼽히는 간 전문의에게 수술받을 정도로 운도 따랐다.
     
엘리너는 현재 하는 일에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아프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암은 그녀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엘리너는 낙관적으로 긍정적인 미래를 꿈꾼 것이 그녀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고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근거 없는 자신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