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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01. 2016

01. 인체의 컨트롤타워, 대뇌가 변한다.

<마음을 숨기는 기술>

당신의 빈틈은 무엇일까?

그 누구도 우리의 속마음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우리의 몸동작, 표정 따위가 마음을 드러내는 훌륭한 단서다.

1999년 12월, FBI는 ‘밀레니엄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는 테러범을 체포했다.

사실 FBI는 이 테러리스트가 미국에 입국한다는 정보를 들은 바가 없었다. 그런데 검문을 하던 FBI 요원이 아메드라는 사람이 온몸에 땀을 흘리며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다년간의 수사 경험에 비춰볼 때 그가 지금 공포에 잔뜩 질렸으며, 다른 사람에게 절대 알려서는 안 될 비밀을 지녔음을 직감했다. FBI 요원은 검문을 위해 그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했다. 그때 아메드는 무의식적으로 도망가려는 자세를 취했고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요원들이 그의 차를 수색해보니 차 안에서 폭발물과 시한폭탄 장치가 나왔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 앞에서 결국 아메드는 자신의 범죄 행위를 인정했다.

땀을 흘리고 얼굴에 긴장감이 도는 것은 우리 몸이 외부의 압력을 받을 때 나타나는 조건반사적 반응이다. 이러한 동결 반응(freeze response)은 당사자의 심리 상태를 가장 잘 드러내는 반응이기 때문에 FBI 요원은 한 치의 의심 없이 범인을 체포했다. 사람의 심리 상태가 몸동작에 반영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사례다.

몸동작이나 표정은 모두 대뇌의 통제를 받는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대뇌의 기능을 살펴보는 데서 출발해 어떻게 마음을 숨길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평범한 사람의 눈에 대뇌는 하나의 ‘전체’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우리의 대뇌는 서로 다른 세 영역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1952년, 의사이자 두뇌연구가인 폴 맥린(Paul D. MacLean) 박사가 ‘삼중 뇌t(riune brain) 이론’을 발표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인류의 대뇌는 파충류의 뇌(뇌간), 포유류의 뇌(변연계), 영장류의 뇌(신피질) 세 영역으로 나뉘며, 이 세 영역의 뇌가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 세 영역이 서로 다른 임무를 수행하면서 삼위일체를 이루어 ‘명령과 통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우리 신체의 모든 부분을 제어한다는 내용이다.

그중 ‘포유류의 뇌’가 흔히 말하는 변연계(limbic system)로서 ‘감정의 뇌’라 불리며, 우리의 행동(언어 제외)을 통제한다. 중요한 점은 포유류의 뇌는 우리가 처한 주변 환경에 조건적으로 반응하며 달리 생각이라는 장치를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누군가의 질문이나 처해 있는 환경에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진실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몸짓이나 표정은 변연계의 지휘에 따라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 땀을 흘리고 무의식적으로 도망가는 자세를 취하는 등의 생리반응을 보인 테러리스트 역시 이 변연계의 통제를 받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포유류의 뇌는 ‘솔직한’ 뇌의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포유류의 뇌는 가장 솔직하면서도 전형적인 ‘워커홀릭’의 성격을 띤다. 쉬는 시간조차 없이 사람이 숨을 쉬는 한 계속해서 ‘파워 온’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솔직한 포유류의 뇌와 비교했을 때 대뇌의 세 번째 부분을 구성하는 영장류의 뇌는 훨씬 교활하다. 이 뇌는 고등 인지와 기억을 담당하며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수많은 과학자들도 영장류의 뇌가 거짓말과 남을 속이는 데 가장 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모든 인류 문명은 대뇌를 통해 창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거기에는 거짓말과 기만도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솔직하기만 하고 감추지 않는 것은 일종의 ‘동물적’인 반응임을 알 수 있다. 동물들만이 자신의 마음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의 지혜가 드러나는 곳에는 거짓말과 사기가 늘 존재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거짓말을 옹호하려 함이 아니라, 거짓말을 하는 데 지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사실 거짓말 그 자체는 마음을 숨기는 하나의 수단이다. 비록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마음을 숨긴다는 것은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자신의 동물성을 최대한 통제하고 포기함을 의미하며, 이때 인간의 지혜와 사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대뇌가 인간의 모든 행동을 통제한다는데, 대뇌의 구조는 타고나는 것이고 그래서 나는 태생적으로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이니 앞으로도 마음을 숨기는 기술을 배울 필요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큰 착각이다! 자신의 마음을 잘 숨기는 사람은 전두엽 피질에 훨씬 풍부한 백질이 있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 있다. 백질은 일종의 백색 신경조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람이 이성으로써 자신의 속마음과 생각을 숨길 때 매우 활발하게 움직인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자신을 잘 숨기는 사람은 생각이 많고 계산을 많이 해서 뇌 구조에 변화가 생긴다. 일반인과는 뇌의 모습이 다르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마음을 숨기는 능력은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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