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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02. 2016

10. 사이보그 시대의 윤리를 생각하라. (마지막 회)

<사이보그 시티즌>

“지금은 엄청난 위협과 엄청난 약속이 동시에 성립하는 시기이다. 나는 어느 한쪽의 시야를 잃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약속과 위험, 욕망과 기술이라는 두 개의 기둥들 사이에 존재하는 우리의 모든 조립된 형체들과 다중 자아들 안에서 우리의 삶을 헤쳐 나아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cyber’가 ‘키를 잡는다’는 뜻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기둥들 사이 공간에 가상 시대의 여명을 맞이한 우리 모험의 행로가 놓여 있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모험이자, 우리만의 모험이다.” _ 샌디 스톤

   
우리는 지금까지 모험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기술이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리처드 스클로브는 《민주주의와 기술》이라는 힘 있는 책을 저술했다. 이것은 그런 점을 충분히 입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기술들이 민주주의의 전망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잘 보여준다.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이 더 큰 자유를 누리며 살고, 환경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더 큰 존엄성과 자긍심, 목적 그리고 안녕을 경험할 수 있는 사회로 발전시키는 일은 가능하다. 그런 사회가 나아가는 경로에는 더 민주적인 기술적 질서를 발전시키기 위한 민주적 제도를 지향하는 투쟁이 포함되어야 한다. 민주적인 기술 정치학을 전망하는 것이 실제 가능한 일일까? 그러지 않은 것이 오히려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 
  

 
‘더 민주적인 기술적 질서’는 많은 원리, 특히 참여적인 시민권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사이보그화와 정치학은 몸에 관한 것이다. 조 더밋(Joe Dumit)과 로비 데이비스 플로이드(Robbie Davis-Floyd)는 몸은 언제나 세 가지, 즉 개별적으로 살아 있는 몸, 사회적이고 상징적인 몸 그리고 정치적인 몸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사이보그 정치학은 모든 정치학이 그렇듯 힘에 관한 것이다. 사이보그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전개할 힘을 가진 자는 누구인가? 시민인가, 정부인가? 환자인가, 의사인가? 과학자인가, 실험 대상인가? 힘은 위압적이면서도 건설적이다. 사이보그 기술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확대한 위압적인 힘은 우리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이보그 시민들을 위한 구체적인 보호장치들이 필요하다. 사이보그들에게 건설적인 힘이란 '정보를 갖고 기술을 통제'하는 데서 생겨난다.

기술 정치학의 현실적인 쟁점들을 면밀하게 고찰함으로써, 우리는 사이보그 시민들에게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원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사이보그 병사를 통해 우리는 사이보그화가 전쟁 같은 강력한 담론을 구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 사이보그 병사는 포스트모던 전쟁의 모순들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의료과학의 세계에서 사전동의의 원리와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제공하기 위해 식물인간이나 뇌사자 같은 사이보그의 특수 유형들이 창조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런 거래는 승인을 얻어야 하고, 결코 시장이 매개 되어서는 안 된다. 시장이 사이보그화의 모순을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된 주제이다. 
     
생명의 선물이든, 자원의 재분배이든, 원래부터 공정하거나 능률적인 것은 없다. 정보이론에 대한 오해와 오로지 이념 그 자체만을 위한다는 이유에서 이와 다른 생각을 당연시하는 것은 반드시 정치적인 재앙을 낳게 될 것이다. 사이보그 가족들은 결국 고도의 적응성, 신축성 있는 경계선들, 건강한 의사소통, 기술적인 정교성 등의 사이보그 가족 가치관을 형성한다. 
     
사이버 공간이 사이버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명령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사이보그 성관계의 확산은 기술과학이 전쟁보다 훨씬 더 오래된 인간적 담론의 젠더 체계에 상상 이상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적어도 일부 포스트휴먼들에게는 사랑과 육욕이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상세한 기술들의 미세 지식도 발전시켜야 한다. 소아마비 환자들이 휠체어를 배우고, 크리스토퍼 리브가 자신의 사이보그 몸을 이해해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사이보그로서 더 많은 자유를 얻기 위해 인간 몸의 한계들에 대한 생각을 철폐하게 되는 상황을 수반할 수도 있다. 혹은 사이보그화가 자유의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식은 상황적이다. 사이보그화의 구체적인 유형들은 그들 나름의 이론과 그들 나름의 함축들을 갖는다. 의미는 구성되는 것으로, 이것은 곧 의미가 선택될 수 있음을 뜻한다. 예를 들면 사이보그화가 낭만의 포기를 의미하진 않는다. 최첨단 사이보그적 수단에 의해 탄생한 아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레드우드 나무를 보고 만지며 더 없이 행복해하고, 여전히 더러운 기저귀를 갈아줄 필요가 있는 귀엽고 작은 생명체일 것이다. 우리는 참여적 진화에 가담해 있으며, 이것은 참여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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