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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02. 2016

09. 페이스북엔 콘텐츠가, 에어비앤비엔 부동산이 없다

<빅 픽처 2017>

어느 일요일 풍경이다. 오전 7시, L씨는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 친구들이 공유한 뉴스를 읽는다. 예배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 교회 인근의 초등학교에서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개방한 운동장에 차를 세운다. 점심은 맛집을 추천해주는 앱 ‘망고플레이트’를 활용해 사용자들이 남긴 후기를 보고 식당을 선택한다.

 
오후에는 가족들과 함께 하숙집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시청한다. 그리고 주 중에 미뤄두었던 일들을 처리한다. 잘 입지 않는 정장을 ‘열린 옷장’이라는 프로젝트에 보내려는 것이다. 그리고 다가오는 둘째 아이 생일 선물로 ‘중고나라’에서 산 장난감을 받아온다. 돌아오는 길에는 아동용 도서전집 공유 서점에서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전집을 빌린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끼고 낸 휴가에 어디에 갈지 고민한다. 하와이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하니 마침 그 기간에 한국에서 휴가를 보낸다고 한다. 시기를 맞춰 지인은 한국에서 L씨의 집과 자동차를, L씨는 하와이에서 지인의 집과 자동차를 사용하기로 한다. 지인이 한국에 오는 날, L씨는 하와이로 갈 것이다. 이번 여행 때는 ‘마이리얼트립’이라는 앱을 통해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 안내자를 구해서 구경할까 한다.


앞에서 소개한 일요일 풍경은 필자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구성한 것이다. 여기에는 모바일이 불러온 혁신이 있고 그 밑바탕에는 공유경제가 있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는 매일 11억 명의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며, 성인 62%가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만 명의 후기를 바탕으로 맛집을 추천해주는 앱인 망고플레이트와 입지 않는 정장을 그것이 필요한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열린 옷장’ 프로젝트도 주목받고 있다. 잠시 사용한 물건을 중고로 사고파는 일은 스마트폰을 통해 판매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더욱 수월해졌고, 여러 종류의 아동용 도서전집을 마음껏 빌릴 수 있는 대여점도 여러 곳 생겼다.
     
이처럼 관심을 두고 주위를 둘러보면, 형태나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유휴자원을 활용하는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생산된 제품을 나 혼자 소유하지 않고 여러 명이 함께 공유하고 소비하는 경제활동을 일컫는 ‘공유경제’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시장 참여자가 집・가전제품・자동차・도서・공간・기술・지식 등을 혼자 소유했다면, 공유경제 시대에는 개인이 소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경제적 이득도 취하는 합리적・협력적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공유경제의 중심에는 참여자, 즉 소비자와 공급자가 있다. 이들은 자신의 유휴자원을 인터넷 플랫폼에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공유한다.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신이 지닌 유・무형의 자산을 손쉽게 나눌 수 있다. 예컨대 우리는 중고나라 앱을 통해 한두 번 쓴 장난감을 모바일로 값싸게 사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싫증을 내면 누군가에게 다시 팔 수 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깨끗이 가지고 놀아야 또 다른 장난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아이들도 공유경제에 참여하고 있다.
     
미디어 전략가인 톰 굿윈(Tom Goodwin)은 온라인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기고한 글에서 플랫폼과 인터넷의 힘에 대해 이렇게 썼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으며, 세계에서 가장 기업 가치가 높은 소매업체인 알리바바는 재고가 없고,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 제공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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