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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05. 2016

03. 기승전 '퇴근'

<직장 정글의 법칙>

나신입(나몰라 신입) / 허대리(허당 대리)/ 이과장(이기적 과장) / 백차장(백여우 차장) / 장부장(장남아 부장)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들어서던 백차장이 이과장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으악! 이 호빵맨은 누구야? 웬일로 일찍 출근한 것도 놀라운 데, 면상은 또 왜 그래? 어제 술 먹고 잤어? 얼굴이 왜 이렇게 퉁퉁 부었대?”

이과장이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 어젯밤에 식구들에게 요리 솜씨 좀 자랑하려다가요…….”

사무실 안쪽에 있는 간이 주방에서 커피를 타서 나오던 신입이 끼어들었다.

“와! 과장님, 요리 잘하세요?”

이과장이 손을 내두르며 대답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요즘‘`백주부`’가 대세잖아. 나도 명색이 식품회사 과장인데 휴일엔 가족을 위해서 요리 좀 해보려고. 애들한테 앞으론 이주부라고 불러달라고 큰소리치고 요리를 시작했는 데…….”

백차장이 말을 끊었다.

“이주부? 쳇, 요즘 방송이 여러 사람 망쳐놓는다니까. 일요일엔 요리사? 그래서 뭐 이과장이 한 요리는 짜파게티야?”

백차장이 콧방귀를 뀌며 말하자 이과장이 흥분해서 대답했다.

“아녜요. 백주부가 방송에서 알려준 만능간장부터 만들었죠. 마트 가서 재료 사다가 텔레비전에서 본 대로 만들었는데, 이상하게 제가 하니까 맛이 잘 안 나더라고요. 간은 또 왜 그렇게 짠지 물만 벌컥벌컥 들이켰죠, 뭐.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 보니까 얼굴이 퉁퉁 부었더라고요.”

백차장이 혀를 찼다.

“이과장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풀 죽은 표정의 이과장을 보고, 신입이 나섰다.

“요즘 백주부 인기가 대단해요. 특히 저같이 혼자 사는‘혼밥남’들도 백주부 방송 보면 음식을 만들고 싶어진다니까요.”

그러자 다시 신이 난 이과장이 맞장구를 쳤다.

“혼밥남뿐 아니라 나 같은 아빠들도 그래. 오죽하면 마트에 가서‘돼지고기 반 근만 갈아서 주세요.’했더니 정육 코너 점원이 ‘백주부표 만능간장 만드시게요?’하고 되묻더라니까.”

신입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요즘 쿡방 인기가 높아지면서 음식을 직접 하려는 사람들이 늘었잖아요. 이참에 우리 회사에서도 저처럼 혼자 밥해 먹는 사람들이 쉽게 쓸 수 있게 만능간장 같은 양념 제품을 개발해보면 어때요?”

이과장이 받아쳤다.

“와우! 그거 좋은 아이디언데? 차장님, 우리 기획서 하나 써볼까요?”

백차장은“그래. 뭐, 괜찮은 것 같네. 신입이 초안부터 잡아봐.”하고 말하고는 허대리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쳤다.

“허대리는 아까부터 아무 말도 안 하고 멍 때리고 있네? 무슨 생각해?”

그러자 깜짝 놀란 허대리가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아, 일주일 중에 제일 시간이 안 가는 날이 월요일이잖아요. 오늘은 유난히 시간이 안 가네요? 대체 언제 끝나고 퇴근할까? 그 생각하고 있었어요, 헤헤.”


직장 정글의 법칙

지난 2015년 8월,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1488명을 대상으로 직장인들의 뇌 구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1위는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58.9%로 압도적이었고, 2위는 빨리 끝내야지(29.5%), 3위는 회사 때려치우고 싶다(29.2%), 4위는 점심은 뭘 먹지?(23.2%), 이어서 짜증 난다(19.7%), 힘들다(17.8%), 졸리다(17.3%), 열심히 해야지(13.8%), 퇴근하고 뭐 하지(12.8%)가 줄을 이었다.
오늘도 직장인들은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퇴근이 늦어질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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