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Dec 12. 2016

10. 대인관계의 거리감을 이해하라. (마지막 회)

<마음을 숨기는 기술>

도피 반응은 일상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대인관계의 거리감 또한 도피 반응의 또 다른 표현이다.

대인관계에서 심리적으로 생기는 거리감은 현실적인 친밀도에 따라 나타난다. 이러한 거리감은 동물의 영역 의식과 매우 비슷하며 일종의 도피 반응이다. 이를테면 당신은 낯선 사람을 만나면 이론적으로 3미터 이상의 거리(버스 내부 등은 제외)를 유지하게 된다. 만약 그 사람과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당신은 위협적인 느낌을 받고 도피 반응을 보인다. 상대방과 친한 관계라면 이런 반응은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트위첼 홀(Edward Twitchell Hall Jr.)박사는 거리를 네 단계로 나누었다.

공적인 거리
3.6~7.5미터를 유지한다. 낯선 사람이 당신에게 3미터 안으로 다가오려 한다면 당신은 경각심을 느끼고 도피 반응을 보인다.

사회적 거리
업무 처리나 회의 등 일반적인 사회 활동을 할 때 유지하는 거리로 이때 사람과 사람은 1.2~3미터 사이의 거리를 유지한다.

사적인 거리
친구나 익숙한 사람 또는 친지와 왕래할 때 유지하는 거리로 45센티미터~1.2미터 사이를 유지한다.

친밀한 접촉
이 관계는 거리를 두지 않는다. 절친한 사이에서 나타난다.

이처럼 거리감을 통해 많은 것을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거리감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FBI 요원이 스파이 사건을 수사하던 중 오후 5시경에 스파이가 한 카페에 나타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 정보를 입수한 FBI 요원은 스파이가 경험 많은 고수리라 짐작했다. 초보라면 사람들 눈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사람이 적은 장소를 선택하지만 진정한 고수라면 오히려 사람이 많은 장소가 숨기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를 찾아내기 위해 요원은 카페에 빈틈없는 수사망을 쳐놓았다.

오후 5시가 되자 카페는 사람으로 가득 찼다. 이런 환경에서 의심 가는 범인을 찾아내려니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그러던 중 요원은 한 쌍의 부부에게 시선을 멈추었다. 이 부부는 손을 마주잡고 매우 다정한 모습으로 카페에 들어와 앉았다. 서로 마주보고 앉은 부부는 이따금 귓속말을 했다. 하지만 말이 끝나면 바로 소파 등받이에 기대앉았다. 이건 뚜렷한 거리감이었다. FBI 요원은 바로 가짜 부부라고 판단하고 예의주시했다.
결국 잠시 뒤 요원은 그들이 부부로 위장해 접선 중이라는 증거를 찾아내어 체포했다.

위 사례를 통해 대부분의 경우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감은 보이지 않는 심리적 묵계 때문에 긴 시간 가짜로 꾸며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대인관계의 거리는 우리의 속마음을 드러낼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거리 유지’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거리를 통제하면 자신의 감정들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당신이 연인과 싸움을 했다.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큰 싸움이었다. 당신은, 나는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으며 쉽게 화를 풀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알려주고 싶다. 물론 화가 난 모습은 가짜다. 당신은 이미 마음의 평안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당신의 마음을 숨기고 화난 모습을 연기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의도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 상대방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앉아서 식기가 서로 부딪치지 않게 하면 상대를 속일 수 있고, 상대는 당신이 아직도 화가 많이 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내는 단서가 마음을 가장 잘 숨길 방법이 되기도 하는군!’

만약 당신이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정말로 ‘마음을 숨기는 기술’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 숨기기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드러내는 것과 마음을 숨기는 것은 상대적인 것으로, 상대방에게 허위의 정보를 던져주어 당신의 진짜 생각을 잘 숨길 수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04. 인상적인 오프닝이 분위기를 결정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