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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14. 2016

00. <내 차로 가는 세계여행 1> 연재 예고

<내 차로 가는 세계여행 1>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못 떠나는 세계 여행 
내 차로 떠나는 지구 두 바퀴 반!


시동을 걸다.

# 몽골 사막


2015년 4월 19일, 아침 6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된 둘째 아들 걱정이 앞서지만 떠나는 발길을 재촉합니다.

비가 내리는 새벽길을 달려 동해항으로 오는 동안 메세지와 전화가 운전이 어려울 만치 쉼 없이 이어졌습니다. 그 동안 못나게 살아온 건 아니구나 괜히 마음이 뿌듯합니다. 여비가 떨어지면 꼭 연락하라고 하신 분 수두룩합니다. 그 마음만으로도 넉넉해져 안심이 되었습니다.

빗속을 달려 약속한 10시에 겨우 강원도 동해항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수 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페리사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일사천리로 통관업무를 진행합니다. 보세 구역으로 차를 옮겨 세관 검사를 받습니다. 이틀 동안 실은 물품을 혼자서 다 내려 X-RAY검사를 받고 다시 싣느라 오랜만에 땀에 흠뻑 젖어보았습니다. 선내 화물칸으로 차를 옮긴 다음 네 바퀴를 야무지게 결박합니다. 세관원의 안내를 받아 다시 보세 구역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오후 2시. 퇴색한 유행가 가사처럼 뱃고동 길게 울리며 출항합니다. 항구에 비는 내리는데, 선창가에 서서 눈물 흘리는 이도, 손 흔드는 이도 없습니다. 아무도.

# 타지키스탄



모든 사물은 제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며 살았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위치에서 자기 일에 열심히 매진할 때 가장 빛난다고 알고 살았습니다. 모든 것에는 미리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이 세상에 운명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내가 고생을 한 것도 운명이었고, 열심히 노력하여 그 고생을 벗어난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철없던 중학생이 세계 여행을 꿈꾼 것도 운명이고, 이 여행을 떠나는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폴란드



바다의 날씨는 험하고 바람까지 드셉니다. 갑판에서의 별 구경은 어림도 없습니다. 떠난다고 연락도, 작별인사도 못한 곳이 많은데 아쉽게도 이 선박은 와이파이가 불통입니다. 거친 풍랑으로 흔들림이 심한 탓에 선내 욕실에서 이리 저리 뒹굴면서 힘들게 목욕을 마치니 쏟아지듯 잠이 몰려옵니다.

힘들겠지만 좋은 여행을 가겠습니다. 어렵겠지만 멋진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목숨 걸 만한 가치 있는 훌륭한 여행을 다녀오겠습니다.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제 운명이라고.

그리고 명심하겠습니다. 이 여행의 최종목적지는 ‘집’이라는 사실을!

# 슬로바키아


유라시아 여행 경로

기간 : 2015년 04월 19일 ~ 2015년 10월 19일

이동 경로 : 한국 ⇢ 러시아 ⇢ 몽골 ⇢ 카자흐스탄 ⇢ 키르기스스탄 ⇢ 타지키스탄 ⇢ 러시아 ⇢ 발트해 3국 ⇢ 폴란드 ⇢ 슬로바키아 ⇢ 체코 ⇢ 독일 ⇢덴마크 ⇢ 스웨덴 ⇢ 노르웨이 ⇢ 독일 ⇢ 오스트리아 ⇢ 헝가리 ⇢루마니아 ⇢ 불가리아 ⇢ 그리스 ⇢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 ⇢ 이탈리아 ⇢ 스페인 ⇢ 프랑스 ⇢ 벨기에 ⇢ 영국 ⇢ 남·북미 (2권)



지은이 | 조용필

되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욕심이 많았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이를 보면 미술을 배우고 싶었고,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노래도 배우고 싶었고, 춤 잘 추는 사람을 보면 춤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늘 욕심만 앞섰을 뿐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밤새 군대시절의 악몽에 시달리니 갈증이 심했습니다. 냉수를 마시고 나니 식탁에 막내의 신검통지서가 있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놀란 이는 이미 50세를 훌쩍 지난 중늙은이었습니다. 세월은 그렇게 무서웠습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내 꿈을 그냥 폐기처분해야 할 건지 꺼내서 털고 다듬어 완성해야 할 건지 망설였습니다. 멀쩡히 살던 집을 빼앗겨 본 적도 있는데 뭘 겁내냐며 전세금 빼서 같이 가자고 나선 아내와 막내에게 감사합니다.


우여곡절, 15개월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는데…….
또 다른 여행을 꿈꾸고 있는 나를 보니 나는 욕심이 많은 인간임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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