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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14. 2016

01. 도로 위의 무법자들_카자흐스탄

<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 1>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나라”
카자흐스탄 동부 들판


풍요로운 중앙아시아의 거인

카자흐스탄은 북쪽 국경에서 경제 수도 알마티까지 약 1,200km거리를 남쪽으로 사흘 동안 달려야 할 만큼 넓은 나라입니다. 국토 면적이 세계에서 아홉 번째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크기일까요? 우리나라는 109위의 불과한 조그마한 나라입니다. 국토는 넓고, 자원도 많고, 사람들도 밝고. 풍광도 빼어나고…. 여행자는 모든 게 부럽습니다.

들판의 말들은 몽골의 말들보다 훨씬 윤기가 흐릅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그어놓은 ‘국경선’을 넘었을 뿐인데 사람의 모습이 다르고, 풍습이 다르고, 산천이 달라지는 이 불가사의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역시 어렵습니다.


관광모드로 급선회합니다. 도시 구경보다는 자연이 훨씬 좋아 도시를 벗어납니다. 남쪽의 알마아라산(Alma Arasan)산에 오릅니다. 정상 근처까지 올라가자 산정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호수가 있습니다. 갈수기라 많이 가물어 있지만 아름다움에는 전혀 손상이 없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까지 올라가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질까 기대하며 계속 올라갔습니다. 정상 부근에서 군인들에게 제지당합니다. 이곳에서부터 키르기스스탄과의 국경지역이며,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라고 합니다.

호수의 갈수기와 풍수기


도로 위의 소, 비포장도로, 그보다 불편한 경찰들

여행자는 이 넓은 땅, 풍요로운 자원, 빼어난 풍광이 모두 부럽습니다. 그러나 입국하자마자 시작하여 며칠 동안 스무 번 넘게 검문을 받았습니다. 경찰이나 흰색 승용차만 보면 노이로제 걸릴 지경입니다.

이 나라에서 가장 힘든 건 비포장도로도 아니고, 구멍 난 도로도 아닙니다. 도로에 뛰어드는 소도 아닙니다. 곳곳의 으슥한 곳에 대기하고 있는 경찰관입니다. 무조건, 거의 무조건 세웁니다. 전조등을 안 켰다고, 선팅을 했다고, 비자가 없다고. 거주지 등록증을 내놓으라고, 세차를 안 했다고. 온갖 꼬투리를 잡다가 결국은 ‘텡게’. ‘텡게(편집자주 카자흐스탄 화폐 단위)’를 달라고 합니다. 심지어 내 선글라스를 가지고 도망가려고 한 경찰도 있었고, 내 운동화가 좋아 보이니 바꾸자고 한 한심한 경찰도 있었습니다.

도로 통행료가 없으니 그 돈 낸 셈치다가 나중에는 경찰과의 그 실랑이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밝게 웃으며 너네 말 모른다고 짧은 영어로 즐겼습니다만, 우리도 이삼십 년 전에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지금처럼 투명해졌다고 이해하며 스스로 위안했습니다.


“허허벌판, 도로와 전봇대, 구름과 지평선,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 땅 속에 무궁무진하답니다.
우리한테는 없는 꿈같은 것들이.”


여행 속 이야기

지겨운 도로에서 만난 말들의 인정

국경도시 카라즈에서 하룻밤을 머문 뒤, 그냥 러시아를 향해 줄기차게 달렸습니다. 과연 카자흐스탄은 넓은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그냥 지나치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심심한 나라입니다. 섭씨 37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입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경작하지 않는 너른 벌판뿐입니다. 그 벌판을 칼로 자르듯 도로가 일직선으로 깔려있고 그저 그 도로를 달릴 뿐입니다.

놀라운 것은 어떤 그늘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말들이 더위를 피해 모여 있다는 것입니다. 차가 다가가도 비키지 않습니다. 알아서 지나가라는 투입니다.


그런 들판을 달리다가 땡볕에 서 있는 한 무리의 말들을 보았습니다. 저 말들은 뭘 하나 속도를 늦추어 살펴보았더니 무리 한가운데 망아지 한 마리가 누워 있습니다. 어른 말들이 몸으로 그늘을 만들어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고 있었습니다. 불쑥 말만도 못한 양반들이 자꾸 늘어나는 요즘 세상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반드시 거주지 등록을

카자흐스탄에서 5일 이상 머물 경우에는 반드시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합니다. 이걸 안 했다가 출국할 때 하루 10만 원이 넘는 벌금을 물었다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거주지 등록하러 이민국을 어렵게 어렵게 찾아갔습니다. 여권이랑 여권 사본, 신청서를 제출하자 즉석에서 발급한다는 정보와는 달리 이틀 후에 찾으러 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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