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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15. 2016

09. 주인공의 대화에 유머를 녹여라.

<TED 프레젠테이션>

연사가 틈을 보여주고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드러내게 되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유발된다.

유머를 배우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원칙은 ‘유머란 놀라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있을 때, 감각적인 부분을 자극받을 때 잠깐의 당혹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즐거워한다. 필자는 유머러스한 사람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유머 기질을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고 싶어 한다. 지금부터 프레젠테이션에 유머를 더하는 몇 가지 기법을 살펴본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충분한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유머는 자기비하 유머다. 연사가 틈을 보여주고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드러내게 되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유발된다. 청중은 과거에 자신이 했던 잘못된 판단에 관해 이야기해주면 즐거워한다. 성격적인 결함을 공개했을 때도 마찬가지고, 심지어는 육체적인 고통의 경험을 이야기해도 청중은 웃는다. 물론 고통은 이미 극복한 이후에 했을 때만 해당한다. 다음 유머를 한 번 생각해보자.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멜 브룩스(Mel Brooks)는 한발 더 나아갔다. “(여러분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면) 비극은 손톱이 부러졌을 때고, 유쾌함은 길을 걷던 제가 맨홀에 빠져 죽었을 때입니다.”
   
뇌 연구자인 질 볼트 테일러는 2008년 TED 프레젠테이션에서 자신에게 찾아온 뇌졸중에 관한 연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청중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주제다. 그러나 테일러는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사람인지를 숨김없이 드러내 청중의 눈물샘이 아니라 배꼽을 자극했다.
   

질 볼트 테일러(Jill Bolte Taylor)


“바로 그 순간, 제 오른팔이 완전히 마비됐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죠. ‘세상에나! 뇌졸중이잖아, 내가 뇌졸중이잖아!’ 다음 순간 머릿속에서 제게 이렇게 말하고 있더군요. ‘와, 멋진걸. 아주 멋져! 자기 자신의 뇌를 직접 연구할 기회를 가진 뇌 과학자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어?’”
   
과장된 현실은 언제나 웃음을 유발한다. 과장된 현실을 이용해 유머를 던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평범한 사람을 매우 특이한 상황에 부닥치도록 하거나, 별난 사람을 지극히 평범한 상황에 부닥치도록 하는 것이다. 극한 상황에 처한 위험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시하거나, 가벼운 경범죄에 대해 경천동지할 반응을 보인다거나, 아무 의미도 없는 무언가를 끈질기게 추구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이런 종류의 유머다.
     
유머를 시도했다가 굴욕을 맛보지 않으려면 반드시 피해야 할 유머가 하나 있다.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나 어딘가에서 읽은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런 유머는 다른 사람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거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유머라면 청중은 듣는 순간 김이 샐 것이다. 들어보지 못한 청중마저도 분위기를 통해 이미 알려진 유머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짤막한 한마디의 웃기는 멘트를 던지는 식의 유머도 한물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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