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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16. 2016

02. 신이 선물한 천혜의 자연_키르키스스탄

<내 차로 가는 세계여행 1>

자연 그대로 가장 아름다운 곳


내륙의 바다, 이식쿨

비슈케크에 왔으니 당연히 이식쿨 호수로 갑니다.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는 남성적인데 비해, 이곳 이식쿨 호수는 여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심이 얕은 곳은 모래빛이지만 먼 곳의 호수는 코발트빛이 영롱합니다. 호수의 길이는 182km, 폭은 60km랍니다. 최고 깊이는 668m, 평균 깊이 300m이며, 호수 면적이 제주도 네 배 정도인 6,236㎢에 달합니다.


남미 볼리비아의 티티카카 호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악 호수라는데 사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크다’는 것만 느껴집니다. 언뜻 잘못 보면 분명 바다라고 착각할 만합니다. 캘리포니아 해안 같습니다. 호수 둘레를 따라 이틀 동안 쉬엄쉬엄 한 바퀴 돌아오니 계기판에 440km가 찍혔습니다. 딱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거리입니다.


별 다섯 개오성 게르 호텔에 머물다.

내가 좋아하는 어느 소설가가 히말라야 트래킹을 갔을 때, 제 몸보다 더 큰 짐을 메고 산을 오르는 나귀를 보고 어머니 생각이 나서 그렇게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 나귀를 여기서 만났습니다. 나귀 등에 탄 아이들로부터 자기네 게르에서 머물기를 권유받고 그들의 요구보다 조금 더 주고 머물렀습니다.

우리 게르에서 머물래요?


우리가 머무른 오성 게르 호텔은 천연 무공해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여 난방을 합니다. 소의 배설물을 말린 것입니다. 냄새? 그런 거 없습니다. 다만 이 연료를 사용하기 위해선 자다가 코끝이 시리면 일어나 연료를 수동 공급해야 합니다. 새벽 무렵 연탄을 갈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땐 참 서글펐는데 여기서는 모든 게 재미있었습니다. 여섯 겹의 요를 깔고 세 겹의 이불을 덮습니다. 덮으니 무겁고, 걷어내자니 춥고. 그러나 차에 있는 거위털 침낭과는 비교가 안되는 보온성이었습니다.

“여섯 겹을 깔아도 추워요.”


“저희는 게르 호텔의 상속자들이랍니다."



공교롭게도 보름달이 떠올라 기대하던 송쿨 고원에서의 별보기는 망쳤지만 별똥별을 네 줄기나 보았습니다. 이런 호숫가에서 하룻밤 보내고 있다는 사실도, 다시 찾아와 며칠 머무르며 힐링하고 싶은 곳을 찾았다는 것도 여행의 참재미의 하나입니다. 하룻밤 멋진 체험을 했습니다.


그냥 호수만 보아도 좋은데 이토록 맑은 물이라니.
진짜로 눈이 녹은 물입니다.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그런데 물은 매일 어떻게 길러오고,
발전기는 어떻게 돌리고,
불 피울 소똥은 누가 모으나요.
간단히 포기합니다. ‘송쿨에서 집 짓고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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